인터넷에서 요즘 유행하는 용어로 `우월한 유전자`라는 게 있다. 뛰어난 외모를 가진 연예인이나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람들에게 붙는 말이다. 네티즌들은 `저들과 나는 유전자가 다르다`고 부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자신감 상실`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전자의 힘`은 한 사람의 현재 상태와 능력을 만드는 데 절반 정도밖에 기여하지 못한다. 10%는 환경이 만들어내고 나머지 40%, 자기 능력 절반 가까이는 본인 노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이 스스로 계발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과 상태가 절반 가까이 되기 때문에 마음가짐과 노력 여하에 따라 한 사람 인생은 분명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인간들이 모인 조직도 마찬가지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가장 잘 발전한 조직이라는 기업도 예외일 수가 없다.
개인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기질과 유전자는 어찌할 수 없다 하더라도 각 개인이 낙관주의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를 발전시키면 그대로 기업 성과 상승으로 연결된다.
지난 수년간 쏟아져나온 상당수 경영학 서적이나 리더십 연구가 대부분 `성공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의지` 혹은 `조직원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 방법`에 맞춰져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CEO나 관리자들이 아무리 `긍정과 낙관주의의 중요성`을 공부한다 해도 실제 조직에 이를 적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몇몇 성공 사례만 나열돼 있을 뿐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치밀한 방법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막연했던 긍정심리학`을 철저히 배격하며 `과학적인 긍정심리자본`을 설파하는 대가가 있다. 그는 긍정심리학 창시자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과 함께 연구를 시작해 주로 `직장내 긍정심리학`을 연구하고 `긍정심리자본(Psychological Capital)`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시했다. 프레드 루선스(Fred Luthans) 미국 네브래스카 경영대 석좌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매일경제신문 MBA팀은 지난 수년간 한국을 휩쓴 `긍정심리` 열풍의 허실을 조명하고 기업 조직에 `긍정의 힘`을 보다 체계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최근 방한한 그를 단독 인터뷰했다. 지난 5월 대전 솔브릿지 국제대학을 방문한 그는 "스티븐 코비 등이 주장하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같은 담론들은 그저 개인이 참고하고 마음을 다잡기에만 좋을 뿐이지 절대 기업 성과를 올리는 데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반드시 긍정심리도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에서 당신 저서 `긍정심리자본`이 출간돼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긍정심리자본`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처음에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된 개념인지부터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1999년 네브래스카에서 긍정심리학회가 처음으로 열렸다. 우리 모두가 아는 긍정심리학 창시자 마틴 셀리그먼 교수 주최로 열렸는데, 나는 직장에서 이를 적용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연구를 하다 보니 정말 엄밀하게 학문적으로 제대로 이뤄진 연구는 없었다. 셀리그먼 교수는 임상적으로 접근해 심리학 자체를 연구하는 분이었기 때문에 그 출발점은 같으나 중점 연구 분야는 나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직접 그때부터 이론과 분석틀 개발을 시작했다. 내 기준은 명확했다.
학문적인 체계를 갖춘 이론과 연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과학적 측정 방법을 사용해 유효한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일단 공신력 있는 학술지에 실리고 학문 분야로서 확고해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훈련을 통해서 긍정심리와 연관된 역량 개발이 이뤄지고 이것이 실제 기업 성과로 나타날 수 있는지 여부였다.
-그 과정에서 `긍정심리자본`이 탄생했다는 말인데, 구체적으로 구성요소 등을 알려 달라.
▶첫 번째로 찾아낸 게 `희망(Hope)`이다. 많은 사람이 `희망`을 실체가 없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2005년 작고한 임상심리학 교수였던 릭 스나이더는 `희망`을 `긍정적인 동기부여 상태`로 정의했다. 나는 이를 발전시켜 의지력 결단력 등이 포함된 `희망` 개념을 엄밀화했고 이러한 희망 수준을 높이면 기업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두 번째로 찾아낸 구성요소는 `효능감(Efficacy)`이다. 목표 설정을 높게 하고 힘든 일을 선택하며, 도전을 즐기고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지 여부를 설문으로 측정해 개인이 가진 자신감 정도를 분석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 찾아낸 구성요소는 `회복력(Resilence)`이다. 문제나 실패, 역경에 직면했을 때 원래 상태로 되돌아 오거나 그것을 뛰어넘는 힘을 의미한다. 이것 역시 그간 심리학 분야 발전으로 인해 측정이 가능한 영역이 됐다.
마지막으로 제시한 게 바로 `낙관주의(Optimism)`다. 과거에 대해 책임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관대하게 긍정적으로 재구성하는 것, 현재에 대한 엄밀한 평가와 미래의 기회를 찾는 의지 등을 낙관주의로 분류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네 가지 구성요소는 모두 측정 가능하며 이 구성요소가 모여 각 개인이 소유한 `긍정심리자본`이 되는 것이다. 절대 의도한 건 아닌데 이렇게 첫 글자를 모아놓으니 `HERO(영웅)`가 된다. 긍정심리자본의 네 구성요소를 키우면 각 개인이 조직 내 영웅이 되는 셈이다.
-당신 외에도 `긍정의 힘`이 개인과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많다. 차별점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저자인 스티븐 코비가 유명하지 않나. 그런데 그런 논의들은 맹점이 있다. 아무런 수치가 없다. 그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례를 나열하고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많은 CEO나 직원들이 그런 책을 읽고 `긍정`이나 `낙관주의`를 조직에 도입하려 하지만 쉽지 않은 이유다. 정확하게 직원들을 대상으로 `긍정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하고 수치화해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보여줘야 한다.
내 분석틀과 이론은 바로 수치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이들 주장과는 차별된다. `긍정심리학과 경영의 연결`이라는 측면에서 공신력 있는 학술지에 실리는 내용은 내가 하고 있는 이 분야 `긍정심리자본`밖에 없다. 긍정심리학 창시자 격인 마틴 셀리그먼과는 다른 면에서 차별된다. 셀리그먼 박사는 임상심리학에서 출발해 `사람 심리와 그것이 미치는 변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한 사람이다. 나는 그걸 기업에 적용할 방법을 연구한 것으로 보면 된다.
-수치를 강조하는데 `긍정심리학`이 이용돼 성과를 낸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해 줄 수 있나.
▶물론이다. 실질적인 연구가 경영 현장에서 50여 차례 진행됐고 많은 성과가 있었다. 가장 친숙하고 큰 기업인 보잉을 예로 들어 보자. 최근 우리는 보잉 787 항공기 고숙련 기술자들을 상대로 `긍정심리자본` 측정과 계발 프로그램을 진행해 큰 성과를 얻었다. 긍정심리자본 계발 프로그램에 참여한 그룹에서 성과 창출력이 엄청나게 향상됐다. 계산을 해보니 프로그램 진행 투자비용 대비 270%라는 성과가 나왔다. 투자 대비 수익률(ROI)이 270%다. 눈이 번쩍 뜨이지 않는가. 보통 재무 분야에서 투자 대비 수익률이 15~20%만 돼도 성공이라고 하는데 200%가 넘는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그래서 이 방법이 주목을 받는 것이다. 최근에 버거킹을 비롯한 패스트 푸드점, 병원, 유통회사, 보험사, 은행 등에서 이 방법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 이유다.
-한 철학자가 `피로사회`라는 지적을 했을 정도로 지금 우리는 `긍정과잉` 시대를 살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꾸 `긍정`이 강조되는 건 그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학교 내 왕따나 폭력이 사회 문제라고 들었다. 학교폭력이나 왕따 문제는 `부정의 하강나선`이 만들어내는 소용돌이다.
다시 말해 가해자들이 자신들 상황을 부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피해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형태로 풀어내고, 피해자는 이를 극복해낼 긍정의 에너지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부정적인 나선형 구조가 생긴 것이다. 경쟁이 치열하고 팍팍할수록 우리는 비관적으로 바뀔 소지가 더 크다. 조직이나 기업은 이 비관주의 나선구조가 생기는 순간 큰 위기에 빠진다. 긍정심리자본을 축적하고 키워내면서 `긍정의 상승나선`을 만들어야 한다. 긍정의 상승나선이란 긍정이 긍정을 부르는 그런 구조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