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캠핑 열풍’의 명암… ‘자연과 교감’ 매력 있지만 상업화·돈 너무 드는 게 문제
지난 7일 토요일 오후 2시 서울 상암동 노을캠핑장.
주말 캠핑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차에 가족들과 텐트 등 캠핑장비를 싣고 속속 주차장으로 들어온다. 캠핑장은 주차장에서 1.8㎞ 정도 떨어진 산 위에 있다. 사람들은 ‘맹꽁이 버스’라 불리는 소형버스에 타고, 장비는 버스 뒤에 매달린 트레일러에 싣고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버스는 캠핑객들로 가득 찼다. 이윽고 도착한 캠핑장은 벌써부터 텐트를 쳐놓은 사람들이 곳곳에 보인다. 캠핑장 바로 아래로는 한강이 흐르고 멀리 보이는 도심의 전경도 그만이다. 밤이 되면 야경이 기가 막히다는 것이 캠핑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공통된 얘기다. 이곳은 도심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곳이다 보니 주말이면 캠핑객들이 대거 몰린다. 캠핑장 내에 있는 120개의 자리는 인터넷으로 매달 1일 다음달 예약을 받는데 주말 캠핑은 5분도 안돼 마감이 된다.
▲ 텐트치기 번거롭고 힘들지만
아이들과 대화 ‘좋은 아빠’로
‘가족의 재발견’ 가장 큰 혜택
▲ 고가 장비 갖춘 남들과 비교
충동구매 땐 800만원 훌쩍
돈벌이 목적 부실 캠핑장도
국내 캠핑 인구는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 자동차 보급률이 높아지고 주 5일제 근무가 늘면서 자기 차에 장비를 싣고 캠핑장을 찾는 ‘오토캠핑’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오토캠핑 예찬론자들은 캠핑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고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고가의 장비 경쟁 등 캠프 문화의 지나친 상업화는 부작용으로 꼽힌다.
캠핑족의 대다수는 유소년 자녀가 있는 가족들이다. 이날 노을캠핑장에서 만난 캠핑 경력 20년의 정희원씨(54)는 “애들이 좋아해서 캠핑을 자주 하게 된다”고 말했다. 19~28세의 세 딸들은 물론 9년 전에 얻은 막내 아들도 넓은 장소에서 뛰노는 것을 좋아한다. 정씨는 “텐트 치는 일이 번거롭긴 한데 집에 있을 때보다 텐트 속에서 하는 아이들과의 대화가 더 재밌다”고 말했다. 그는 “캄캄한 저녁 텐트에 다같이 누워서 재미있는 얘기도 하고 무서운 얘기도 하고 이상한 소리도 지르고, 그런 게 묘미인 것 같다”고 말했다.
6살짜리 아들과 4살짜리 딸을 두고 있는 심갑보씨(39)도 마찬가지다. 심씨는 주중엔 5일 내내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고, 주말에는 골프를 치러 나가는 전형적인 ‘나쁜 아빠’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4번 정도 아이들과 함께 캠핑을 하면서 아빠 노릇을 ‘조금은’ 하고 있다고 자위한다. 심씨는 “캠핑을 다니고 나서부터는 애들이랑 조금은 친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출발할 때 아파트에서 짐 내리고 캠핑장에 짐을 옮기고 다시 푸는 과정이 귀찮기는 하다. 하지만 가끔씩은 캠핑이 집에 있는 것보다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심씨는 “주말에 집에 누워 있으면 애들이 놀아 달라고 보채는데 여기 오면 애들이 알아서 논다”며 “솔직히 말하면 여기가 더 편하다”고 속삭였다.
가족 단위 캠핑객들은 ‘가족의 재발견’을 캠핑의 가장 큰 혜택으로 꼽는다. 이영란씨(41)는 “캠핑을 나오면 TV나 컴퓨터가 없어서 가족들에게만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가족간 대화를 더 많이 할 수 있다. 이씨는 “주말이라면 온 가족이 집에 같이 있을 수 있지만 각자의 방이 있어 한곳에 모이기 어렵다”며 “하지만 텐트 안에선 다르다”고 말했다. 좁은 텐트 안에서 몸을 비비다 보면 딱히 할 말이 없어도 어떤 이야기라도 꺼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씨는 “캠핑을 자주 떠날수록 가족은 점점 가까워진다”고 덧붙였다.
이태호씨(35)는 “캠핑 나오면 식사 준비는 아빠 몫이 돼 아내도 편하게 쉴 수 있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벽녘 인적 드물 때 텐트 밖 의자에 앉아서 아내랑 맥주 한 캔 하면서 조곤조곤 대화하는 일이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휴식과 낭만’ 또한 오토캠핑의 매력이다. 동갑내기 부인과 함께 맞벌이를 하고 있는 오영준씨(37)는 “회사 다니면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주말에 여기 나와서 푼다”고 말했다. 2년 전부터 캠핑을 시작한 오씨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2주에 한 번씩 꼭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토캠핑 ‘붐’에 무조건 찬사만 보낼 순 없다. 수백만원을 넘나드는 값비싼 장비들을 갖추려고 캠핑족들 사이에 경쟁이 붙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도난사고가 이어지기도 한다. 캠핑장의 상업화도 못지않다.
이태호씨는 3년 전 캠핑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700만~800만원가량을 캠핑 장비에만 투자했다. 20인용 텐트를 구입하는 데 100만원 넘게 썼다. 이씨는 “캠핑을 하려면 제일 적게 들어도 200만~300만원은 든다”며 “아는 사람 중에는 텐트만 3번 바꿔서 1200만원까지 쓴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집 대신 텐트를 산 사람”이라며 “취미긴 하지만 사치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영준씨(37)도 장비 구매에 500만원을 들였다. 처음엔 아끼려고 노력했지만 캠핑을 다니다 보니 필요한 장비들이 하나둘 생겼고 사고 싶은 욕구도 일었다. 그렇게 겨울용, 여름용 텐트를 사고 헥사 타프(천장 모양이 6각형인 햇빛과 비 가리개용 천막)와 렉타 타프(천장 모양이 4각형인 타프)를 샀다. 텐트와 타프에만 300여만원을 썼다.
캠핑 경험 4번 만에 장비에 350만원을 투자한 심갑보씨는 캠핑 장비를 차에 비유했다. 심씨는 “알면 알수록 계속 더 좋은 거 사고 싶고 더 좋은 거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엔 한도를 정해 놓고 시작했지만 벌써 지키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가다가는 (장비가 계속 늘어) 차까지 더 큰 차로 바꿀 것 같다”고 말했다.
캠핑족들의 장비에 대한 욕망을 조장하는 데는 캠핑장의 분위기도 한몫한다. 오영준씨는 초보 시절 텐트 하나에 집에서 쓰던 물건을 대충 챙겨 캠핑장을 찾았던 일이 있다. 바로 옆에는 장비를 잘 갖추고 온 집이 있었다. 오씨는 가져간 텐트와 뽀로로 책상을 숨기고 싶을 만큼 주눅이 들었다고 한다. 텐트 하나 둘러업고 캠핑을 다니던 정희원씨도 2~3년 전부터 장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정씨의 9살 아들조차 “옛날에 타프 없을 때 좀 그랬잖아. 타프 사니까 폼이 나잖아”라고 말할 정도다.
장비가 워낙 고가다 보니 장비 구입 문제로 싸우는 부부들도 더러 있다. 이 때문에 남편들은 부인 몰래 장비를 사들이기도 한다. 박현천씨(39)도 이런 경우다. 실제로 장비를 구입하는 데 800만~900만원이 들었지만 아내에게는 300만원 밖에 안 들었다고 거짓말했다고 한다.
네이버 카페 ‘캠핑퍼스트’에서 활동하는 김익성씨(50)는 “아직 한국의 캠핑 문화는 과도기”라고 말했다. 그는 “캠핑장에서 도난사고도 많이 일어나 타프 밑에 식기랑 장비를 모아 놓으면 아침에 없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캠핑장에 폐쇄회로(CC)TV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주말 캠핑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차에 가족들과 텐트 등 캠핑장비를 싣고 속속 주차장으로 들어온다. 캠핑장은 주차장에서 1.8㎞ 정도 떨어진 산 위에 있다. 사람들은 ‘맹꽁이 버스’라 불리는 소형버스에 타고, 장비는 버스 뒤에 매달린 트레일러에 싣고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버스는 캠핑객들로 가득 찼다. 이윽고 도착한 캠핑장은 벌써부터 텐트를 쳐놓은 사람들이 곳곳에 보인다. 캠핑장 바로 아래로는 한강이 흐르고 멀리 보이는 도심의 전경도 그만이다. 밤이 되면 야경이 기가 막히다는 것이 캠핑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공통된 얘기다. 이곳은 도심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곳이다 보니 주말이면 캠핑객들이 대거 몰린다. 캠핑장 내에 있는 120개의 자리는 인터넷으로 매달 1일 다음달 예약을 받는데 주말 캠핑은 5분도 안돼 마감이 된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 있는 노을캠핑장을 찾은 시민들이 텐트를 치고 가족과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 텐트치기 번거롭고 힘들지만
아이들과 대화 ‘좋은 아빠’로
‘가족의 재발견’ 가장 큰 혜택
▲ 고가 장비 갖춘 남들과 비교
충동구매 땐 800만원 훌쩍
돈벌이 목적 부실 캠핑장도
국내 캠핑 인구는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 자동차 보급률이 높아지고 주 5일제 근무가 늘면서 자기 차에 장비를 싣고 캠핑장을 찾는 ‘오토캠핑’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오토캠핑 예찬론자들은 캠핑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고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고가의 장비 경쟁 등 캠프 문화의 지나친 상업화는 부작용으로 꼽힌다.
캠핑족의 대다수는 유소년 자녀가 있는 가족들이다. 이날 노을캠핑장에서 만난 캠핑 경력 20년의 정희원씨(54)는 “애들이 좋아해서 캠핑을 자주 하게 된다”고 말했다. 19~28세의 세 딸들은 물론 9년 전에 얻은 막내 아들도 넓은 장소에서 뛰노는 것을 좋아한다. 정씨는 “텐트 치는 일이 번거롭긴 한데 집에 있을 때보다 텐트 속에서 하는 아이들과의 대화가 더 재밌다”고 말했다. 그는 “캄캄한 저녁 텐트에 다같이 누워서 재미있는 얘기도 하고 무서운 얘기도 하고 이상한 소리도 지르고, 그런 게 묘미인 것 같다”고 말했다.
6살짜리 아들과 4살짜리 딸을 두고 있는 심갑보씨(39)도 마찬가지다. 심씨는 주중엔 5일 내내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고, 주말에는 골프를 치러 나가는 전형적인 ‘나쁜 아빠’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4번 정도 아이들과 함께 캠핑을 하면서 아빠 노릇을 ‘조금은’ 하고 있다고 자위한다. 심씨는 “캠핑을 다니고 나서부터는 애들이랑 조금은 친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출발할 때 아파트에서 짐 내리고 캠핑장에 짐을 옮기고 다시 푸는 과정이 귀찮기는 하다. 하지만 가끔씩은 캠핑이 집에 있는 것보다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심씨는 “주말에 집에 누워 있으면 애들이 놀아 달라고 보채는데 여기 오면 애들이 알아서 논다”며 “솔직히 말하면 여기가 더 편하다”고 속삭였다.
가족 단위 캠핑객들은 ‘가족의 재발견’을 캠핑의 가장 큰 혜택으로 꼽는다. 이영란씨(41)는 “캠핑을 나오면 TV나 컴퓨터가 없어서 가족들에게만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가족간 대화를 더 많이 할 수 있다. 이씨는 “주말이라면 온 가족이 집에 같이 있을 수 있지만 각자의 방이 있어 한곳에 모이기 어렵다”며 “하지만 텐트 안에선 다르다”고 말했다. 좁은 텐트 안에서 몸을 비비다 보면 딱히 할 말이 없어도 어떤 이야기라도 꺼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씨는 “캠핑을 자주 떠날수록 가족은 점점 가까워진다”고 덧붙였다.
이태호씨(35)는 “캠핑 나오면 식사 준비는 아빠 몫이 돼 아내도 편하게 쉴 수 있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벽녘 인적 드물 때 텐트 밖 의자에 앉아서 아내랑 맥주 한 캔 하면서 조곤조곤 대화하는 일이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휴식과 낭만’ 또한 오토캠핑의 매력이다. 동갑내기 부인과 함께 맞벌이를 하고 있는 오영준씨(37)는 “회사 다니면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주말에 여기 나와서 푼다”고 말했다. 2년 전부터 캠핑을 시작한 오씨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2주에 한 번씩 꼭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토캠핑 ‘붐’에 무조건 찬사만 보낼 순 없다. 수백만원을 넘나드는 값비싼 장비들을 갖추려고 캠핑족들 사이에 경쟁이 붙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도난사고가 이어지기도 한다. 캠핑장의 상업화도 못지않다.
이태호씨는 3년 전 캠핑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700만~800만원가량을 캠핑 장비에만 투자했다. 20인용 텐트를 구입하는 데 100만원 넘게 썼다. 이씨는 “캠핑을 하려면 제일 적게 들어도 200만~300만원은 든다”며 “아는 사람 중에는 텐트만 3번 바꿔서 1200만원까지 쓴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집 대신 텐트를 산 사람”이라며 “취미긴 하지만 사치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영준씨(37)도 장비 구매에 500만원을 들였다. 처음엔 아끼려고 노력했지만 캠핑을 다니다 보니 필요한 장비들이 하나둘 생겼고 사고 싶은 욕구도 일었다. 그렇게 겨울용, 여름용 텐트를 사고 헥사 타프(천장 모양이 6각형인 햇빛과 비 가리개용 천막)와 렉타 타프(천장 모양이 4각형인 타프)를 샀다. 텐트와 타프에만 300여만원을 썼다.
캠핑 경험 4번 만에 장비에 350만원을 투자한 심갑보씨는 캠핑 장비를 차에 비유했다. 심씨는 “알면 알수록 계속 더 좋은 거 사고 싶고 더 좋은 거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엔 한도를 정해 놓고 시작했지만 벌써 지키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가다가는 (장비가 계속 늘어) 차까지 더 큰 차로 바꿀 것 같다”고 말했다.
캠핑족들의 장비에 대한 욕망을 조장하는 데는 캠핑장의 분위기도 한몫한다. 오영준씨는 초보 시절 텐트 하나에 집에서 쓰던 물건을 대충 챙겨 캠핑장을 찾았던 일이 있다. 바로 옆에는 장비를 잘 갖추고 온 집이 있었다. 오씨는 가져간 텐트와 뽀로로 책상을 숨기고 싶을 만큼 주눅이 들었다고 한다. 텐트 하나 둘러업고 캠핑을 다니던 정희원씨도 2~3년 전부터 장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정씨의 9살 아들조차 “옛날에 타프 없을 때 좀 그랬잖아. 타프 사니까 폼이 나잖아”라고 말할 정도다.
장비가 워낙 고가다 보니 장비 구입 문제로 싸우는 부부들도 더러 있다. 이 때문에 남편들은 부인 몰래 장비를 사들이기도 한다. 박현천씨(39)도 이런 경우다. 실제로 장비를 구입하는 데 800만~900만원이 들었지만 아내에게는 300만원 밖에 안 들었다고 거짓말했다고 한다.
네이버 카페 ‘캠핑퍼스트’에서 활동하는 김익성씨(50)는 “아직 한국의 캠핑 문화는 과도기”라고 말했다. 그는 “캠핑장에서 도난사고도 많이 일어나 타프 밑에 식기랑 장비를 모아 놓으면 아침에 없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캠핑장에 폐쇄회로(CC)TV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입력 : 2012-07-19 21:42:57ㅣ수정 : 2012-07-19 21: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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