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재테크]‘채무자 연대’ 필요하다
주택시장 하락세로 인한 법원 경매 건수가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법원 경매전문업체에 따르면 지난달 법원 경매에 부쳐진 수도권 소재 주거용 부동산이 총 3232건으로 올 들어 가장 많았다고 한다. 빚에 시달리는 가구들이 점차 금융권에 의해 주택을 빼앗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상 우리나라 파산제도와 개인회생 제도, 개인 워크아웃 제도 등 개인 부채 사후 구제제도로는 ‘하우스 푸어’에 대한 대책이 불가능하다. 이는 향후 집값의 추가 하락 시 중산층의 주거 안정이 심각할 정도로 위협받게 될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금융권의 채권 회수 태도는 대단히 가혹해서 수년간 꼬박꼬박 이자를 납입했음에도 담보 자산 가치가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부채 원금을 돌려달라고 하거나 원금 회수가 되지 않으면 바로 주택을 강제 집행해 버리는 잔인함으로 이어진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건 채권자는 채권 회수의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고, 채무자는 무조건 그에 따라야 한다는 불평등한 관계에서 비롯된다. 즉 채무자 윤리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채권자 윤리에 관대한 사회 의식구조가 피도 눈물도 없는, 순식간에 안면을 바꾸는 채권자를 만든다. 합리적인 채무 조정조차 빚 독촉을 해도 갚지 못할 것이 분명한 사람들에게만 부분적으로 적용된다. 이런 이유로 개인워크아웃조차 90일간의 채무독촉에도 별 수 없는 금융채무 불이행자에게만 신청자격이 주어진다. 회생 절차 또한 이자와 기간만 조정해 부채 원금을 전부 받아내는 것이 주요 목적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이조차 어려울 경우 빚을 끌어안고 웅크리고 살게 되거나 이런 저런 비용을 쥐어 짜내 파산 절차에 겨우 들어설 수 있게 만든다. 여기서 인간의 존엄성은 무참히 짓밟히고 노력해서 빚을 해결하고 목표를 이루겠다는 성취동기를 바닥으로 내팽개치게 만든다.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채무자의 연대가 필요한 때가 되었다. 채무자 스스로 힘을 모아 ‘우리는 인간적이고 합리적인 빚 상환을 원한다. 우리는 죄인이 아니고 채무자일 뿐이다’라고 당당하게 외쳐야 할 지경이다. 그간의 신용공급 과정을 되돌아본다면 현재의 가계 빚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염려하기보다 채권자의 도덕적 해이 즉 되돌려 받지 못할 줄 알면서 과도하게 신용을 공급해 왔던 약탈적 속성이 더 문제이다. 현재의 채권·채무 관계는 철저히 강자와 약자의 관계에 놓여 있다.따라서 사회적 약자의 연대 운동만이 강자와의 대등한 협상 테이블을 형성하게 한다. 이를 통해 채무자가 빚을 못 갚는 것에 대해 ‘도덕적 해이’ 혹은 ‘능력 이상을 빌린 죄인’이라는 이데올로기 공격에 맞설 수 있다. 빚도 자산이라며 신용을 현혹할 당시의 사회적 책임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채무독촉을 위해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고 위협하는 등의 채권 추심이 난무하는 지금의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채권자는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채권 추심을 중단하고 합리적인 채무 조정안 마련을 위해 협상에 나서야 한다.만약 채권자가 채무 조정 협상을 거부한다면 노동자가 자본가에 맞서 파업을 하듯 채무자도 채무 상환 거부 운동을 할 수 있다. 일종의 잔인한 채권 회수 거부운동, 파산 운동이 그것이다. 채무자 연대는 단지 과중 채무자의 부채 회피를 위한 이익단체가 아니다. 채무자를 비인간적인 채권 추심에서 보호하고 과도한 패배감에 빠지지 않도록 해 결과적으로 합리적인 부채 상환을 돕는 연대체가 될 것이다. 게다가 사전적 대출 규제 운동을 통해 신용이 과도하게 공급되는 사회 시스템을 개선한다면 앞으로 가계부채 1000조원이라는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채무자 연대는 1% 금융자본, 고리대금업자를 제외한 99% 모두에게 이로운 운동이다.
<제윤경 | 에듀머니 이사>

<제윤경 | 에듀머니 이사>
입력 : 2012-07-15 21:29:53ㅣ수정 : 2012-07-16 00: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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