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산행,걷기)

신정일의 길]길에서 길을 묻다

ngo2002 2012. 5. 25. 10:25

[신정일의 길]길에서 길을 묻다

길을 가다가 길을 잃어버려 지나는 사람에게 길을 묻는다. 알아야 면장을 하는데, 그 일대의 길을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길을 묻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경상도식으로 “저쪽으로 잊어버리고 가이소”라고 말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무뚝뚝하게 “저 쪽으로 가면 됩니다” 하고 고개를 돌리는 경우도 많이 있다. 아니면 매우 친절해서 자세히 얘기하는 바람에 시간을 너무 허비하는 경우도 많다. 그 사람의 말을 자를 수도 없고, 길을 내가 먼저 물었기 때문에 그냥 돌아서 갈 수도 없다. 일행들은 저만치 갔는데, 그 일행들을 따라서 나도 가야 하는데, 헐레벌떡 따라갈 생각에 시간이 여삼추 같은 때가 그런 경우다.

어느 순간 내 앞에 길이 펼쳐져 길 위에 나섰고, 끝인가 싶으면 다시 새로운 길이 내 앞에 기적처럼 펼쳐졌다. 길에서 길을 물으며 보낸 나날, 그런데도 여전히 길은 오리무중일 때가 많다. 길을 묻고 대답하는 그 일상적인 상황이 <장자>의 ‘지북유(知北遊)’ 편에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도(길)에 대한 물음에 대답하는 사람은 도를 모르는 사람이요, 도를 묻는 사람 또한 도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도는 물을 수도 없고, 물어도 대답할 수 없다. 물을 수 없는 것을 물으면 헛된 질문이 되며, 대답할 수 없는 것을 대답하면 내용 없는 답이 되는 것이다.”

노자 역시 “말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며, 이름 붙일 수 있는 이름은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늘 길에서 길을 잃어버려, 지나는 사람들에게 길을 묻고 도착하자마자 또 길을 나서 길을 묻고 있다. 이 길이 맞는 길인가? 아니면 이 길이 아닌가, 하고 되돌아 나오는 그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그 길을….

알고 보면 인생의 길이란 스스로를 찾아가는 지난한 과정일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자기 자신도, 세상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막을 내리는 하나의 연극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절망하지도 않고, 스스로에게 주어진 길을 걸으며, 최선을 다해 스스로에 대해 묻고 또 묻는 그 반복만이 미덕 아닐까. 그래서 괴테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는지도 모른다. “자기 스스로를 알려고 하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쯤에 서 있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나의 물음은 끝이 없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길은 아직도 알 수 없는 저 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언제쯤 길에 도통하여 길을 묻지 않고도 길을 걸어가, 그리운 그 나라에 도착할 수 있을까?

<신정일 | 우리땅걷기 대표·문화사학자>


 

입력 : 2012-05-17 21:21:04수정 : 2012-05-18 18: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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