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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100리 벚꽃길, 왕인을 따라 걷다

ngo2002 2012. 3. 24. 09:42

영암 100리 벚꽃길, 왕인을 따라 걷다

ㆍ왕인문화축제 내달 6일부터

‘구름 뿜고 안개를 볼 듯 벚꽃이 무수한데/한 줄기 비단 수는 유람객들의 길이네/…/열흘간의 벚꽃 놀이에 온 나라가 광란하고/해마다 즐거움이 아침저녁으로 이어지네.’

19세기 후반 주일 청국 공사관으로 일했던 황준헌(1848~1905)이 일본의 벚꽃 놀이를 묘사한 시다. 메이지시대 10일에 걸쳐 화려하게 열리던 일본의 벚꽃축제가 중국인의 눈에는 신기하게 비쳤던 모양이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조선에서도 벚꽃은 생소한 꽃이었다.

왕벚나무 원산지가 한라산과 지리산이긴 하지만 근대 이전에 우리 고유의 문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로부터 100여년이 지난 지금 전국에는 벚꽃 명소가 무수하다. 봄이면 영암 월출산 아랫길, 하동 화개장터와 쌍계사의 십리벚꽃길, 경주 보문단지, 충주호, 속리산, 계룡산 등에는 하얀 꽃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왕인문화축제 기간에는 왕인 박사 탄생지에서 구림마을까지 벚꽃길을 따라 거리 행진이 펼쳐진다.


영암 구림마을 앞 벚꽃길도 1960년대 조성됐다. 당시 영암군수가 가로수로 벚꽃을 심기 시작했다. 구림마을 주민들은 반대했다. 벚꽃은 ‘왜인의 꽃’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구림마을은 삼한 시대부터 약 2200년 전통을 이어온 곳이다. 마을 사람들은 대동계라는 자치 규약을 만들어 마을을 지켰다. 일제강점기에는 대동계 회원들이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다. 반발 속에 심어진 벚꽃은 현재 왕인문화축제의 무대가 되고 있다. 벚꽃이 배경이 된다 하여 서운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1500년 전 논어와 천자문을 일본에 전한 왕인 박사를 기리기 위해 일본 오사카부 히라카타시에는 ‘무궁화’ 공원이 조성됐다. 영암 월출산 아래 벚꽃길은 침략의 흔적이 아닌, 교류의 증거라 보는 게 맞다.

영암군은 해마다 벚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왕인문화축제’를 개최한다. 올해는 다음달 6~9일 4일간 열린다. 하이라이트는 ‘왕인 박사 일본 가오’라는 거리퍼레이드다. 왕인 박사 탄생지에서 구림마을을 거쳐 상대포까지 이어지는 길놀이는 왕인 박사의 어린 시절 성장과 학습과정, 일본에 문물을 전하러 가는 과정 등을 연출한 퍼레이드다. 7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3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이 외에도 풍년놀이·대동놀이, 타악기체험, 전국대학생 OX퀴즈, 천자문 공예체험, 왕인의 길 자전거답사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벚꽃을 만끽하고 싶다면 학산면 독천리에서 영암읍내를 거쳐 왕인문화유적지에 이르는 벚꽃길 드라이브를 추천한다. 지방도 819호선을 따라 약 28㎞에 달하는 구간에 수령 30~40년 된 벚나무들이 하얗게 군무를 춘다. 영암군은 이 길을 100리 벚꽃길이라 부른다.

왕인문화축제를 찾는다면 구림마을을 꼭 둘러봐야 한다. 백제 왕인 박사를 비롯해 신라 말 도선 국사, 고려 초 최지몽 선생을 배출한 구림전통마을에는 남도문화의 중심이라 불리던 영암의 뿌리가 담겨 있다. 영암군 향토축제추진위원회 (061)470-2255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입력 : 2012-03-23 20:32:56수정 : 2012-03-24 02: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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