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양념’ 음악, 영화의 주인공이 되다
프라하·제천 등 20여 곳 … 21세기형 휴양영화제로 발돋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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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 기자
음악을 컨셉트로 한 해외 영화제는 20여 개입니다. 음악가나 음악을 소재로 한 음악영화들을 중심으로 하는 본격 음악영화제가 있고요, 영화음악만을 다루는 영화제도 있지요. 음악제와 영화제를 병행하는 형식도 있네요.
음악영화제라는 형식은 2000년 이후 탄생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개성적인 소규모 ‘21세기형 영화제’인 셈이죠. 관광도시로도 유명한 체코 프라하의 ‘모품영화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In-Edit Beefeater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제’가 대표적입니다.
매년 10월에 열리는 ‘모폼(MOFFOM)’은 제목부터가 성격을 잘 말해줍니다. ‘Music on Film, Film on Music’의 약자지요. 60여 편의 음악영화, 음악다큐, 단편들이 상영됩니다. 음악과 예술의 도시 프라하에 딱 맞는 영화제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 프랑스 옥세르영화제는 프랑스 영화음악가협회가 주관해 명실상부한 영화음악가들의 축제다. | |
벨기에 북부의 대학도시 겐트에서 매년 10월 열리는 ‘벨기에 겐트영화제’는 음악영화제로는 역사가 가장 오래됐습니다. 올해로 36회째인데 프로그래밍 전체가 음악영화를 트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음악쪽 섹션이 아주 강하고 차별화돼 있습니다. 영화제 기간에는 엔리오 모리코네·마이클 나이먼·구스타보 산타올라라 등 유명 영화음악가들이 직접 연주·공연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지난해에는 ‘잉글리쉬 페이션트’ ‘아쥐르와 아스마르’ ‘베티블루 37.2’의 영화음악가 가브리엘 야레가 공연했고, 올해는 ‘화양연화’ ‘2046’의 영화음악가 우메바야시 시게루가 참가한다고 하네요. ‘월드 사운드 트랙 어워드’도 운영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영화음악가들에게는 꿈의 무대겠네요.
프랑스 소도시 옥세르에서 열리는 ‘프랑스 옥세르 영화제’는 아예 프랑스 영화음악가협회가 주관하는 영화제입니다. 영화음악 관련 학술 콘퍼런스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프란시스 레이·클로드 볼링 등 프랑스 영화음악가들의 참여도 활발합니다. 2006년 엔리오 모리코네 연주회를 비롯해 매년 영화음악가들의 콘서트를 개최합니다. 영화음악 경쟁부문을 내세운 미국 유타의 독립영화제 ‘파크시티 영화음악페스티벌’,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사운드 트랙’에서도 영화음악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그밖에 영화제와 음악제가 결합된 형식으로는 미국 텍사스의 ‘SXSW(South by Southwest)’, 미국 테메큘라의 ‘테메큘라 밸리 국제 영화음악 페스티벌’, 새크라멘토에서 열리는 ‘새크라멘토 필름&뮤직 페스티벌’이 있네요.
참, 우리 영화제도 소개해야지요. 올해로 5회째인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8월 13~18일 열립니다. 영화음악가 조성우씨가 집행위원장이네요.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이라는 국제경쟁부문, 음악영화 사전제작지원, ‘거리의 악사’ 프로그램, 연세대 영상음악 전문가 과정과 함께 캠프 형식으로 진행하는 ‘제천영화음악 아카데미’ 등이 특징적입니다.
영화 속 실제 뮤지션들도 초청합니다. 올해는 영화 ‘터미널’에 출연했던 유명 색소폰 주자 베니 골슨과 세계적 기타리스트 게리 루커스, 오스트리아의 인디 밴드 ‘네이키드 런치’, 허우샤오시엔과 지아장커 영화음악을 맡은 대만의 임강 음악감독 등이 제천을 찾습니다. 기간 중 청풍호반에서 펼쳐지는 제천의 간판 공연 ‘원 섬머 나잇’에는 부활·더블유앤웨일·김장훈·나무자전거· 언니네이발관· 김창완밴드· 베니 골슨 쿼텟· 말로· 전제덕· 메이트가 선다고 하니, 정말 뜨거운 여름밤이 될 듯하네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프로그래머 추천작 10
헤비메탈에서 파두·탱고까지, 영화와 관객 사이 음악이 있다
영화음악 섹션으로 유명한 벨기에 겐트영화제(왼쪽). 올해로 36회째를 맞아 음악영화제로는 최고 역사다. 프랑스 옥세르영화제는 프랑스 영화음악가협회가 주관해 명실상부한 영화음악가들의 축제다.
‘앤빌의 헤비메탈 스토리’ 1980년대 영국의 전설적인 헤비메탈 밴드 ‘앤빌’의 현재를 다룬 다큐멘터리. 데뷔 당시 인기를 끌며 ‘메탈리카’ ‘슬레이어’ 등에 영향을 끼쳤던 ‘앤빌’. 그러나 성공은 오래 가지 못했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50대가 된 멤버들은 13번째 앨범 발표를 앞두고 20년 만에 유럽 투어를 계획한다. 사차 지바시 감독은 80년대 10대 소년들이 모두 펑크에 열광할 때 혼자만 헤비메탈에 심취했었다. 15세 때 ‘앤빌’의 콘서트에 갔다가 그 자리에서 로드 매니저로 발탁돼 여름방학 동안 그들의 공연을 따라다니며 드러머 롭 라이너에게 드럼을 배운 인연이 있다.
‘파두의 전설 아말리아’ 슬럼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커리어의 클라이맥스를 맞이하기까지, 포루투갈 최고의 파두 가수인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드라마틱한 삶을 보여준다. 그녀의 삶은 노래와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점철돼 있다.
‘살사의 여왕 셀리아 크루즈’ 쿠바에서 가장 사랑 받는 가수였던 셀리아 크루즈는 카스트로 치하인 1960년 미국으로 건너간 후 살사를 세계에 널리 알린, 전설의 가수다. 감독은 직접 촬영한 셀리아의 생애 마지막 5년뿐만 아니라 여러 자료화면을 활용해 여왕의 삶을 조명하는 한편, 퀸시 존스·앤디 가르시아·와이클리프 진 등 다양한 문화계 인사들에게 그녀가 끼친 영향도 함께 그려낸다.
‘소년과 바이올린’ 아버지에게 심한 학대를 당한 뒤 말을 잃은 일곱 살 소년 오뇩이 아동보호시설에서 바이올린을 배우며 치유되는 이야기. 필리핀 대중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 온 가족용으로 좋다.
‘원 위크’ 결혼을 앞둔 교사 벤은 어느날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지금 당장 치료를 시작한다 해도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사의 말을 들은 그는 항암치료 대신 오토바이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캐나다의 자연 풍광과 아름다운 음악이 어우러진 로드 무비.
‘마지막 갈채-탱고카페 엘치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가장 유명한 탱고 바 중 한 군데인 ‘엘치노’에서 오랜 세월 공연해 왔던 베테랑 탱고 가수들의 감동적인 이야기. 음악광 빔 벤더스 감독과 함께 ‘탱고 베를린’ ‘뮤지카 쿠바나’ 등을 작업했던 게르만 크랄 감독 작품.
‘콘돌리자 구애소동’ 미국의 전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를 열렬히 짝사랑하는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로맨틱하고 정치적인 ‘뮤지컬 다큐 희비극’. 한 남자의 돈키호테적인 순애보를 통해 부시 행정부를 회고하며 웃고 노래하고 딴지를 거는 영화다. ‘보랏’ ‘화씨 9·11’ ‘맘마미아’를 합쳐놓은 듯한 독특한 작품. 감독은 정론지로 이름난 ‘가디언’ ‘인디펜던트’에 기고하는 저널리스트 출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