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브리핑] 비리 부추기는 은행
■ 밑줄긋기
“2009년 여름 옥쇄 파업이 한창일 때, 강원도에서 평택의 쌍용차 공장에 달려와 공장 안의 아들에게 파업 대오에서 나오라고 날마다 호소하던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의 호소를 외면하지 못한 아들은 결국 파업을 풀기 직전 공장을 나왔다. 그러나 결국 해고 노동자가 되어 아이들 셋과 함께 내버려진 아들을 보며 늙은 아버지는 아들을 다그쳤던 자신을 원망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아들은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버지는 쌍용차 죽음 숫자에도 안 들어갔어요. 제가 말도 안 하고 쉬쉬했어요.’”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의 칼럼 ‘고통을 외면하는 사회는 불행하다’에서.
“정녕 이명박 정부는 제2의 촛불집회를 원하는 것인가. 400만 농수축산인은 검역주권을 스스로 포기한 이명박 정부에 대국민 사과와 즉각적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을 촉구한다.”
▶미국에서의 광우병 발병 소식에 대한 농수축한연합회의 논평. 미국은 한국이 쇠고기 수입금지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합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촛불시위 4주년이 되는 다음달 2일부터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저희 집에 고3 수험생 아이가 있습니다. 이곳까지는 올라오지 말아주세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서울 용산구 자택의 현관문에 이런 글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박 전 차관은 대구의 선거사무실을 검찰의 압수수색 하루 전에 자료를 모두 빼냈다고 합니다.
“전임지(민정수석실)에서 있었던 일은 말하기 부적절하다. 더구나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내 말이 가이드라인처럼 비칠 수 있다.”
▶대형사건마다 구설에 오르는 권재진 법무장관은 파이시티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입니다. 갖은 의혹에 연루되어 있으면서 검찰 조직을 관장하는 법무장관직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 처신이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최근에 내가 볼 때 청와대는 정치를 포기했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경기지사,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사업자 측이 해킹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된다.”
▶인터넷사이트 해킹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입자에게 사업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대구지법에서 나왔습니다.
“이틀 정도 일해서 3만엔(40만원)을 벌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골라 한 달에 네 개의 사업을 진행하면 12만엔이 되지요. 남는 시간은 공동체 안에서 텃밭을 가꾸거나 집을 짓거나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등 자급자족을 위한 활동을 하면 돼요.”
▶<3만엔 비즈니스>를 쓴 일본의 후지무라 야스유키 ‘비전력공방’ 대표는 착한 일로 돈도 벌면서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 행간 / 비리 부추기는 은행
역사엔 가정이 없다고 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일을 두고 ‘그 때 이랬더라면~’이라는 것 처럼 허망한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사가 허락하지 않는다고 가정이 무용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복잡한 미로를 거슬러 과거를 이해하는데 가정은 유용한 이정표가 됩니다. 예컨대 권력형 비리로 번지는 파이시티 사건만 해도 그렇습니다. ‘은행이, 우리나라의 금융이 자금중계의 ‘윤리’에 충실했더라면~’이라는 가정은 파이시티 사건이 뿌리로 안내합니다.
드러난 파이시티 사건을 간추리면 이렇습니다. 시행사는 청사진을 보여주며 떼돈을 벌 수 있다고 은행(금융권)을 꼬드깁니다. 은행은 높은 이자를 매겨 떼돈을 벌겠다며 돈을 빌려줍니다. 은행은 대출 때 청사진이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는 안중에도 없고 일확천금을 가져다줄 시행사의 ‘능력’만 봅니다. 청사진이 시공으로 넘어가기에는 인허가의 관문을 제빨리 통과해야 하는데, 그걸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은행이 대출의 첫째 기준으로 삼는 시행사의 로비 능력입니다. 그런데 파이시티의 인허가가 늦어졌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은행은 특기를 발휘했습니다. 비 올 때 우산을 뺐는 겁니다. 빚내서 이자를 물어야 하는데 은행이 돈 줄을 조이고 빚독촉을 하자 파이시티의 모래성은 허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급한 시행사는 권력의 뒷문을 두드렸고, 권력자들에게로 돈뭉치가 흘러들어간 겁니다. 부실 저축은행의 문제도 내막은 다르지 않습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근사한 포장 속에는 로비를 하든 검은 돈을 뿌리든 떼돈만 벌어주면 된다는 은행의 탐욕이 숨어 있습니다.
권력형 비리는 낱낱히 밝혀지고 단죄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악당 몇몇 콩밥 먹이고 끝낼 일은 아닙니다. 실물경제에 대한 자금중계라는 본분에서 벗어나 금융공학이란 이름으로 부동산과 파생상품 따위의 거품 부풀리기에 몰두하는 약탈적 금융이 온존하는 한 권력형 비리의 독버섯은 언제든 돋아날 수 밖에 없습니다. 월가점령운동이 왜 벌어졌는지, 미국과 유럽에서 왜 금융의 사회적 가치 회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우리도 윤리적 은행과 사회적 금융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입니다.
<유병선 선임기자 ybs@kyunghyang.com>
“2009년 여름 옥쇄 파업이 한창일 때, 강원도에서 평택의 쌍용차 공장에 달려와 공장 안의 아들에게 파업 대오에서 나오라고 날마다 호소하던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의 호소를 외면하지 못한 아들은 결국 파업을 풀기 직전 공장을 나왔다. 그러나 결국 해고 노동자가 되어 아이들 셋과 함께 내버려진 아들을 보며 늙은 아버지는 아들을 다그쳤던 자신을 원망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아들은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버지는 쌍용차 죽음 숫자에도 안 들어갔어요. 제가 말도 안 하고 쉬쉬했어요.’”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의 칼럼 ‘고통을 외면하는 사회는 불행하다’에서.
“정녕 이명박 정부는 제2의 촛불집회를 원하는 것인가. 400만 농수축산인은 검역주권을 스스로 포기한 이명박 정부에 대국민 사과와 즉각적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을 촉구한다.”
▶미국에서의 광우병 발병 소식에 대한 농수축한연합회의 논평. 미국은 한국이 쇠고기 수입금지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합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촛불시위 4주년이 되는 다음달 2일부터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저희 집에 고3 수험생 아이가 있습니다. 이곳까지는 올라오지 말아주세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서울 용산구 자택의 현관문에 이런 글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박 전 차관은 대구의 선거사무실을 검찰의 압수수색 하루 전에 자료를 모두 빼냈다고 합니다.
“전임지(민정수석실)에서 있었던 일은 말하기 부적절하다. 더구나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내 말이 가이드라인처럼 비칠 수 있다.”
▶대형사건마다 구설에 오르는 권재진 법무장관은 파이시티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입니다. 갖은 의혹에 연루되어 있으면서 검찰 조직을 관장하는 법무장관직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 처신이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최근에 내가 볼 때 청와대는 정치를 포기했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경기지사,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사업자 측이 해킹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된다.”
▶인터넷사이트 해킹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입자에게 사업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대구지법에서 나왔습니다.
“이틀 정도 일해서 3만엔(40만원)을 벌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골라 한 달에 네 개의 사업을 진행하면 12만엔이 되지요. 남는 시간은 공동체 안에서 텃밭을 가꾸거나 집을 짓거나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등 자급자족을 위한 활동을 하면 돼요.”
▶<3만엔 비즈니스>를 쓴 일본의 후지무라 야스유키 ‘비전력공방’ 대표는 착한 일로 돈도 벌면서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 행간 / 비리 부추기는 은행
역사엔 가정이 없다고 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일을 두고 ‘그 때 이랬더라면~’이라는 것 처럼 허망한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사가 허락하지 않는다고 가정이 무용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복잡한 미로를 거슬러 과거를 이해하는데 가정은 유용한 이정표가 됩니다. 예컨대 권력형 비리로 번지는 파이시티 사건만 해도 그렇습니다. ‘은행이, 우리나라의 금융이 자금중계의 ‘윤리’에 충실했더라면~’이라는 가정은 파이시티 사건이 뿌리로 안내합니다.
드러난 파이시티 사건을 간추리면 이렇습니다. 시행사는 청사진을 보여주며 떼돈을 벌 수 있다고 은행(금융권)을 꼬드깁니다. 은행은 높은 이자를 매겨 떼돈을 벌겠다며 돈을 빌려줍니다. 은행은 대출 때 청사진이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는 안중에도 없고 일확천금을 가져다줄 시행사의 ‘능력’만 봅니다. 청사진이 시공으로 넘어가기에는 인허가의 관문을 제빨리 통과해야 하는데, 그걸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은행이 대출의 첫째 기준으로 삼는 시행사의 로비 능력입니다. 그런데 파이시티의 인허가가 늦어졌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은행은 특기를 발휘했습니다. 비 올 때 우산을 뺐는 겁니다. 빚내서 이자를 물어야 하는데 은행이 돈 줄을 조이고 빚독촉을 하자 파이시티의 모래성은 허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급한 시행사는 권력의 뒷문을 두드렸고, 권력자들에게로 돈뭉치가 흘러들어간 겁니다. 부실 저축은행의 문제도 내막은 다르지 않습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근사한 포장 속에는 로비를 하든 검은 돈을 뿌리든 떼돈만 벌어주면 된다는 은행의 탐욕이 숨어 있습니다.
권력형 비리는 낱낱히 밝혀지고 단죄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악당 몇몇 콩밥 먹이고 끝낼 일은 아닙니다. 실물경제에 대한 자금중계라는 본분에서 벗어나 금융공학이란 이름으로 부동산과 파생상품 따위의 거품 부풀리기에 몰두하는 약탈적 금융이 온존하는 한 권력형 비리의 독버섯은 언제든 돋아날 수 밖에 없습니다. 월가점령운동이 왜 벌어졌는지, 미국과 유럽에서 왜 금융의 사회적 가치 회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우리도 윤리적 은행과 사회적 금융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입니다.
<유병선 선임기자 ybs@kyunghyang.com>
입력 : 2012-04-27 11:55:36ㅣ수정 : 2012-04-27 13:34:33
CopyrightⓒThe Kyunghyang Shinmun, All rights reserved.
'전문지식 > 귀농시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생채식을 하니 아토피가 나았고… 아빠와도 친해졌어요” (0) | 2012.05.05 |
|---|---|
| [도시농부의 농담(農談)]콩 세 알을 심은 이유 (0) | 2012.04.30 |
| 인천도 텃밭 보급 등 도시농업 활성화 (0) | 2012.04.27 |
| "4대강에서 인생 2막을"… 귀농·귀촌 거점으로 (0) | 2012.04.21 |
| `2주면 뚝딱` 조립식 한옥 잘나가네…함평·산청등 속속 들어서 (0) | 2012.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