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채식을 하니 아토피가 나았고… 아빠와도 친해졌어요”
ㆍ4회째 맞는 도시농업학교 ‘레알텃밭’
대학생들이 호미를 들었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 아토피 피부염을 계기로, 농부가 최고의 꿈인 아빠와 친해지고 싶어서,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러…. 저마다 계기와 목적은 다르지만 온몸에 흙을 뒤집어쓰고 짓는 표정만큼은 한결같았다. 눈은 반짝, 콧구멍은 벌렁, 입은 좀체 다물 줄 몰랐다. “정말 재미있다!”대학생들이 주축이 돼 꾸리는 도시농업학교 ‘레알텃밭학교’가 4회째를 맞았다. 고려대·이화여대·연세대에 이어 이번 학기엔 서울대 기숙사 텃밭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수업이 진행된다. 수강생 대부분은 대학생들이지만 이번 학기 수강인원 70여명 중 20명가량이 회사원·초등학생·가정주부 등으로 대학생 아닌 참가자들도 부쩍 늘고 있다. 레알텃밭학교 운영진 이혜나씨(22·고려대)는 “2·3회 땐 거의 대부분이 대학생이었는데 이번엔 회사원, 대학원생, 주부 등 대학생이 아닌 분들이 많이 참가해 더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생들만 있다 보면 오히려 경계를 허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덜 활동적인데 이번엔 대학생 이외에도 참가해 분위기가 더 좋다”고 밝혔다.
▲ 대학생들 모여 시작
주부·회사원도 참가 11주간 공동체 체험
오게 된 이유도 다양… 농사가 즐거운 청춘
레알텃밭학교 수강생 34명이 지난달 28~29일 충북 괴산군 솔뫼농장으로 워크숍을 떠났다. 수업만 했을 때보다 워크숍을 한 번 다녀와야 더 친밀감도 생기고 수업 후 뒤풀이에도 높은 참석률을 보인다는 게 이유다.이들이 농장에서 처음 한 일은 부직포·비닐제거 작업과 고추말목 실어나르기. 잡초가 자라는 것을 방지하는 부직포는 작물 재배 후 걷어내줘야 한다. 수강생들은 두 명씩 짝을 이뤄 40m 길이의 부직포 32개를 돌돌 말아 나갔다. 강풍이 불어닥치자 온몸에 흙먼지가 훅 끼쳤다. 새까매진 얼굴로 다들 콜록거리면서도 부직포 마는 데 여념이 없었다. 농장 주인 박명의씨(49)가 물과 오미자·매실차를 내왔다. 수강생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담소를 나눴다. 신변잡기식 단순한 수다로 출발했지만 결국 모두의 관심사인 ‘텃밭’으로 대화주제가 모아졌다 초등학생 아들 박시현군(11)과 함께 텃밭학교에 참가하고 있는 김명림씨(38)는 “텃밭은 마을공동체를 되살리는 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가 쉽지 않아 직장을 그만두게 됐는데 마을공동체에서 공동육아 개념으로 아이들을 길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민경씨(23·경희대)는 귀농에 관심이 많은 부모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농사에 재미를 붙였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부모님도 서울에 사시고 친척들도 다 서울이나 경기도에 살고 있는데 부모님께서 농촌 생활에 대한 꿈이 있으셔서 농사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텃밭을 가꾸면서 배추가 금값이라는 ‘금추’와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수산품에 대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은 밭일을 마친 뒤 숙소로 돌아와 농장에 있는 친환경 샴푸와 비누로 샤워를 했다. 저녁식사 후 농장에서 일해본 소감을 발표했다.한태영씨(25·서울시립대)는 “열매를 따는 것처럼 쉽고 맛있는 것만 생각했는데 (농장 일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가 고향인 한씨는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하면서 아토피 피부염을 앓았다. 팔이랑 얼굴, 무릎 접히는 부분이 빨갛게 일고 진물이 나고 열에 들떠 고통스러웠다. 그는 “너무 무서웠고 이대로는 서울에서 살 수도, 학교를 다니지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를 해서 스스로 고쳐야겠다고 다짐했다”며 “생채식을 시작하면서 많이 나아졌고 몇 가지 채소는 직접 가꿔 먹어 보자는 생각에 텃밭학교에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주소희씨(23·한양대)는 “고추 따는 일만 하다가 비닐을 제거하는 일을 하려니 힘들었지만 이런 작업이 꼭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영상디자인을 전공한 주씨는 ‘텃밭’을 주제로 졸업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 ‘트렌드코리아 2012’란 책에 나오는 키워드 중 하나가 ‘City Farm’이어서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텃밭가꾸기에 대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홍보영상 등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큐멘터리 시청과 귀농자들과의 대화 후 수강생들은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뒤풀이 시간을 가졌다. 접시닦기, 선반조립 등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다는 박상준씨(25·포항공대)가 아르바이트를 통해 텃밭에 관심을 갖게 된 이야기를 풀어냈다. 박씨는 “알바를 하면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다가 알바가 비인간적이고 자존감을 버리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급자족하면서 자기가 일한 만큼만 가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고 농업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일민씨(24·이화여대)는 아빠와 친해지고 싶어서 텃밭학교에 다니게 됐다고 털어놨다. 유씨는 “공무원이셨던 아빠가 퇴직 후 엄마의 고향인 충남 금산에서 농사를 지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농사가 잘 안돼 접었지만 지금도 아빠는 ‘최고의 꿈인 농부를 언젠가는 다시 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예전에는 아빠와 공유할 수 있는 관심사가 없었는데 주말농장에 나가고 텃밭학교를 수강하면서 아빠와 대화할 기회가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데이트를 위해 레알텃밭학교 워크숍에 참가한 사람도 있었다. 박규태씨(24·동국대)는 “여자친구가 레알텃밭학교를 나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1박2일 워크숍을 떠나니 같이 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맨날 만나면 영화 보고 차 마시는 게 데이트의 전부였는데 이렇게 데이트를 하면서 색다른 경험이 됐다”고 밝혔다. 김푸른솔씨(24·서울대)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노동운동에 관심이 좀 있었는데 노동운동은 생태주의나 녹색정치를 너무 배척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며 “여자친구가 오자고 해서 왔는데 쇠말뚝 나르는 게 힘들어 삭신은 쑤시지만 서울에서 데이트하는 것보다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튿날 오전 레알텃밭학교 수강생들은 농장주인 박명의씨의 텃밭에서 씨앗 심기를 했다. 박씨가 “오늘은 까치와 비둘기가 좋아하는 올콩을 파종해 볼 것”이라며 “새들은 노랗게 나오는 콩나물 상태를 제일 좋아하고 파랗게 나올 때까지 자라면 맛이 없어 싫어한다”고 설명했다.수강생들은 플라스틱 포트에 상토를 채우고 까만색 올콩 하나씩을 정성껏 심었다. 김명림씨가 박씨에게 “우리는 잘 모르면 그냥 막 하는데 선생님 말씀 들으니까 이해가 잘된다”며 “와주셔서 수업해 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박씨가 웃으며 “농사할 때는 바빠 자리를 비우기가 어렵다”고 답했다.마지막으로 박씨는 수강생들에게 직접 재배한 씨앗들을 나눠줬다. 해바라기와 괴산 노랑참외, 유채, 청원오이, 괴산 납작골호박, 뿔시금치, 검은찰옥수수, 선비잡이콩 등의 종자를 건네며 그는 “선비잡이콩은 선비의 말 안장처럼 까매서 그렇다는 말도 있고 너무 맛있어서 선비가 다 먹어버렸다는 설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의 시험기간이 있는 주를 제외하고 총 11주 동안 진행되는 레알텃밭학교는 5일엔 그동안 재배한 작물을 솎아 ‘비빔밥 파티’를 연다. 운영진 오세영씨(20·이화여대)는 “텃밭일은 모여서 흙장난 하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라며 “다들 뭔가 거창한 답변을 원하지만 나는 그냥 내가 좋아서 한다”고 말했다. ‘텃밭’으로 여러 가지를 구상하고 있다는 오씨는 그중에서도 텃밭 관련 팟캐스트를 꼭 해보고 싶다고 한다. “텃밭에서 수다 떠는 게 정말 재밌거든요. 그런데 가끔 혼자 농사를 지어야 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분들에게 수다를 떨어주는 방송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힘들게 농사일을 하는 게 아니고 친구들과 흙장난을 할 수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게 말이에요. 농사가 즐거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이서화·박순봉 기자 tingco@kyunghyang.com>
대학생들이 호미를 들었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 아토피 피부염을 계기로, 농부가 최고의 꿈인 아빠와 친해지고 싶어서,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러…. 저마다 계기와 목적은 다르지만 온몸에 흙을 뒤집어쓰고 짓는 표정만큼은 한결같았다. 눈은 반짝, 콧구멍은 벌렁, 입은 좀체 다물 줄 몰랐다. “정말 재미있다!”대학생들이 주축이 돼 꾸리는 도시농업학교 ‘레알텃밭학교’가 4회째를 맞았다. 고려대·이화여대·연세대에 이어 이번 학기엔 서울대 기숙사 텃밭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수업이 진행된다. 수강생 대부분은 대학생들이지만 이번 학기 수강인원 70여명 중 20명가량이 회사원·초등학생·가정주부 등으로 대학생 아닌 참가자들도 부쩍 늘고 있다. 레알텃밭학교 운영진 이혜나씨(22·고려대)는 “2·3회 땐 거의 대부분이 대학생이었는데 이번엔 회사원, 대학원생, 주부 등 대학생이 아닌 분들이 많이 참가해 더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생들만 있다 보면 오히려 경계를 허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덜 활동적인데 이번엔 대학생 이외에도 참가해 분위기가 더 좋다”고 밝혔다.
레알텃밭학교 회원들이 28일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의 한 밭에서 부직포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아래 사진은 농장체험을 마친 뒤 숙소로 이동하고 있는 회원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 대학생들 모여 시작
주부·회사원도 참가 11주간 공동체 체험
오게 된 이유도 다양… 농사가 즐거운 청춘
레알텃밭학교 수강생 34명이 지난달 28~29일 충북 괴산군 솔뫼농장으로 워크숍을 떠났다. 수업만 했을 때보다 워크숍을 한 번 다녀와야 더 친밀감도 생기고 수업 후 뒤풀이에도 높은 참석률을 보인다는 게 이유다.이들이 농장에서 처음 한 일은 부직포·비닐제거 작업과 고추말목 실어나르기. 잡초가 자라는 것을 방지하는 부직포는 작물 재배 후 걷어내줘야 한다. 수강생들은 두 명씩 짝을 이뤄 40m 길이의 부직포 32개를 돌돌 말아 나갔다. 강풍이 불어닥치자 온몸에 흙먼지가 훅 끼쳤다. 새까매진 얼굴로 다들 콜록거리면서도 부직포 마는 데 여념이 없었다. 농장 주인 박명의씨(49)가 물과 오미자·매실차를 내왔다. 수강생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담소를 나눴다. 신변잡기식 단순한 수다로 출발했지만 결국 모두의 관심사인 ‘텃밭’으로 대화주제가 모아졌다 초등학생 아들 박시현군(11)과 함께 텃밭학교에 참가하고 있는 김명림씨(38)는 “텃밭은 마을공동체를 되살리는 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가 쉽지 않아 직장을 그만두게 됐는데 마을공동체에서 공동육아 개념으로 아이들을 길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민경씨(23·경희대)는 귀농에 관심이 많은 부모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농사에 재미를 붙였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부모님도 서울에 사시고 친척들도 다 서울이나 경기도에 살고 있는데 부모님께서 농촌 생활에 대한 꿈이 있으셔서 농사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텃밭을 가꾸면서 배추가 금값이라는 ‘금추’와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수산품에 대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은 밭일을 마친 뒤 숙소로 돌아와 농장에 있는 친환경 샴푸와 비누로 샤워를 했다. 저녁식사 후 농장에서 일해본 소감을 발표했다.한태영씨(25·서울시립대)는 “열매를 따는 것처럼 쉽고 맛있는 것만 생각했는데 (농장 일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가 고향인 한씨는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하면서 아토피 피부염을 앓았다. 팔이랑 얼굴, 무릎 접히는 부분이 빨갛게 일고 진물이 나고 열에 들떠 고통스러웠다. 그는 “너무 무서웠고 이대로는 서울에서 살 수도, 학교를 다니지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를 해서 스스로 고쳐야겠다고 다짐했다”며 “생채식을 시작하면서 많이 나아졌고 몇 가지 채소는 직접 가꿔 먹어 보자는 생각에 텃밭학교에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주소희씨(23·한양대)는 “고추 따는 일만 하다가 비닐을 제거하는 일을 하려니 힘들었지만 이런 작업이 꼭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영상디자인을 전공한 주씨는 ‘텃밭’을 주제로 졸업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 ‘트렌드코리아 2012’란 책에 나오는 키워드 중 하나가 ‘City Farm’이어서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텃밭가꾸기에 대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홍보영상 등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큐멘터리 시청과 귀농자들과의 대화 후 수강생들은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뒤풀이 시간을 가졌다. 접시닦기, 선반조립 등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다는 박상준씨(25·포항공대)가 아르바이트를 통해 텃밭에 관심을 갖게 된 이야기를 풀어냈다. 박씨는 “알바를 하면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다가 알바가 비인간적이고 자존감을 버리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급자족하면서 자기가 일한 만큼만 가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고 농업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일민씨(24·이화여대)는 아빠와 친해지고 싶어서 텃밭학교에 다니게 됐다고 털어놨다. 유씨는 “공무원이셨던 아빠가 퇴직 후 엄마의 고향인 충남 금산에서 농사를 지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농사가 잘 안돼 접었지만 지금도 아빠는 ‘최고의 꿈인 농부를 언젠가는 다시 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예전에는 아빠와 공유할 수 있는 관심사가 없었는데 주말농장에 나가고 텃밭학교를 수강하면서 아빠와 대화할 기회가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데이트를 위해 레알텃밭학교 워크숍에 참가한 사람도 있었다. 박규태씨(24·동국대)는 “여자친구가 레알텃밭학교를 나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1박2일 워크숍을 떠나니 같이 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맨날 만나면 영화 보고 차 마시는 게 데이트의 전부였는데 이렇게 데이트를 하면서 색다른 경험이 됐다”고 밝혔다. 김푸른솔씨(24·서울대)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노동운동에 관심이 좀 있었는데 노동운동은 생태주의나 녹색정치를 너무 배척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며 “여자친구가 오자고 해서 왔는데 쇠말뚝 나르는 게 힘들어 삭신은 쑤시지만 서울에서 데이트하는 것보다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튿날 오전 레알텃밭학교 수강생들은 농장주인 박명의씨의 텃밭에서 씨앗 심기를 했다. 박씨가 “오늘은 까치와 비둘기가 좋아하는 올콩을 파종해 볼 것”이라며 “새들은 노랗게 나오는 콩나물 상태를 제일 좋아하고 파랗게 나올 때까지 자라면 맛이 없어 싫어한다”고 설명했다.수강생들은 플라스틱 포트에 상토를 채우고 까만색 올콩 하나씩을 정성껏 심었다. 김명림씨가 박씨에게 “우리는 잘 모르면 그냥 막 하는데 선생님 말씀 들으니까 이해가 잘된다”며 “와주셔서 수업해 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박씨가 웃으며 “농사할 때는 바빠 자리를 비우기가 어렵다”고 답했다.마지막으로 박씨는 수강생들에게 직접 재배한 씨앗들을 나눠줬다. 해바라기와 괴산 노랑참외, 유채, 청원오이, 괴산 납작골호박, 뿔시금치, 검은찰옥수수, 선비잡이콩 등의 종자를 건네며 그는 “선비잡이콩은 선비의 말 안장처럼 까매서 그렇다는 말도 있고 너무 맛있어서 선비가 다 먹어버렸다는 설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의 시험기간이 있는 주를 제외하고 총 11주 동안 진행되는 레알텃밭학교는 5일엔 그동안 재배한 작물을 솎아 ‘비빔밥 파티’를 연다. 운영진 오세영씨(20·이화여대)는 “텃밭일은 모여서 흙장난 하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라며 “다들 뭔가 거창한 답변을 원하지만 나는 그냥 내가 좋아서 한다”고 말했다. ‘텃밭’으로 여러 가지를 구상하고 있다는 오씨는 그중에서도 텃밭 관련 팟캐스트를 꼭 해보고 싶다고 한다. “텃밭에서 수다 떠는 게 정말 재밌거든요. 그런데 가끔 혼자 농사를 지어야 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분들에게 수다를 떨어주는 방송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힘들게 농사일을 하는 게 아니고 친구들과 흙장난을 할 수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게 말이에요. 농사가 즐거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이서화·박순봉 기자 tingco@kyunghyang.com>
입력 : 2012-05-04 21:41:18ㅣ수정 : 2012-05-05 00: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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