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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과학세상 (18)] 악어와 악어새는 공생관계? No!

ngo2002 2012. 4. 27. 17:03

[알쏭달쏭 과학세상 (18)] 악어와 악어새는 공생관계? No!
기사입력 2012.02.08 17:10:40 | 최종수정 2012.02.09 07:31:53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약육강식, 적자생존, 진화, 공생….

생물ㆍ생태학에서 유래했지만 인간 사회에 대한 특징을 설명할 때도 자주 인용하는 용어들이다. 특히 공생은 요즘 상생, 정의, 공정 등과 함께 캐치프레이즈처럼 자주 등장한다. 공생을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사용되는 예가 악어와 악어새다. 아이러니한 점은 둘 사이의 공생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유명한 악어와 악어새 이야기는 기원전 5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헤로도토스 `역사`에는 "물에서 뭍으로 나온 악어는 입을 쩍 벌린 채 바람을 즐기곤 하는데 벌어진 악어 입속에서 악어새는 거머리들을 먹어 치운다. 이런 관계는 악어에게도 이로워…"라는 구절이 나온다.

기생충 전문가인 정준호 씨는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라는 저서에서 "헤로도토스 저서 이후 악어새가 여러 박물학 서적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 `동물사`에서는 이 이야기가 이빨 청소로 바뀐 것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악어새는 이빨을 청소하며 먹이를 얻고 그 대가로 악어 입 주변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으므로 서로 이익을 얻는다는 이야기는 이렇게 탄생했다. 또 오랫동안 과학과 상식처럼 회자되고 있다. 이 공생 이야기에는 악어에게 이빨이 생존을 위한 주요 수단이어서 악어새 같은 청소부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하지만 악어는 평생 3000개가 넘는 이빨을 교환하므로 악어새 같은 별도의 치과 치료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서로 도움을 주는 공생이라 여겼던 생물 간 관계가 한쪽만 이득을 취하는 기생관계로 밝혀진 사례가 많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한두 번 관찰만으로 명확히 알 수 없다. 공생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니 기생관계였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예컨대 나비와 개미도 서로 돕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은 나비가 주로 개미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나비 애벌레는 개미 애벌레처럼 행동하며 개미에게서 먹이를 얻어먹고 나중에는 개미알까지 먹어치우고 성충으로 자라난다. 또 아프리카 코뿔소 등 큰 포유류에 붙어 있는 진드기를 먹으며 도움을 주고, 자신은 포식자를 피한다고 알려졌던 할미새도 기생동물에 가까운 편이다. 할미새는 진드기로 인해 생긴 동물의 상처를 더 집중 공략해서 피를 먹는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생각보다 생물세계는 더욱 복잡한 셈이다. 서로 돕는 듯하면서 이용하고, 어느 한쪽이 거의 기생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외부 변수에 따라 그 관계가 변하기도 한다. 인간사회에서도 공생을 가장한 미끼로 숙주에 기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생물이든 인간관계든 자세히 관찰하고 따져볼 일이다.

[심시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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