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과학세상 (19)] 어느 누구도 풀 수 없는 암호 한국연구재단 공동 기획 | |
기사입력 2012.02.15 17:10:16 | 최종수정 2012.02.29 17:08:04 |
과학자들은 빛 입자(광자)를 이용한 `양자(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량 단위) 암호`는 풀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어려운 게 아니고 불가능하다는 게 기존 암호와 차이 나는 점이다. 최근 정보보안 시스템에서 활용하는 암호기술은 소수(1과 자신 외에는 나뉘지 않는 수)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공개키암호(RSA) 구조로 불리는 이 방식은 개인키(두 개의 소수)와 공개키(두 소수의 곱) 세트로 암호를 만들고 또 암호를 푼다. 숫자가 매우 커지면 컴퓨터로도 쉽게 풀수 없다는 수학원리를 이용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복잡한 계산원리를 이용한 만큼 복잡한 계산을 풀 수 있는 고성능 컴퓨터를 만들면 해독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양자 암호는 아예 풀 방법이 없는 암호를 만들기 위해 제안됐다. 1984년 찰스 베넷 IBM 박사와 질 브라사드가 몬트리올대 교수가 처음 고안했다. 양자 암호는 빛 입자인 광자 하나하나를 통신 수단으로 이용한다. 예를 들어 광자 진동 방향에 `0`이나 `1`이라는 신호를 담는다. 양자 암호는 외부에서 정보를 관찰하려는 순간 성질이 변하는 양자역학원리를 이용한 기술이다. 양자역학원리는 하이젠베르크 불확정성 원리로 유명하다. 양자론의 근거가 되는 불확정성은 양자적 성질을 띠는 전자ㆍ광자 등이 움직이는 과정(운동량)이나 어느 순간 존재하는 위치를 알아낼 수 있지만 어느 하나를 측정하려 시도하면 반드시 다른 하나가 변한다는 것이다. 즉 측정하는 순간 정보가 바뀐다. 양자 암호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도청이나 복사를 시도하는 순간 본래 정보가 바뀌기 때문에 해킹 여부를 바로 알 수 있다. 결국 도청을 시도하는 공격자는 몰래 도청을 시도할 수 없으며, 도청 과정에서 원래 정보가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양자 암호 통신을 구현하려면 광자 하나하나에 담긴 정보가 손실되지 않고, 멀리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컴퓨터 메모리처럼 빛을 물질에 저장했다가 나중에 꺼내 쓸 수 있는 양자 메모리(quantum memory)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고안된 양자 메모리는 저장 시간이 짧을 뿐 아니라 전송 거리도 제한적이라는 결정적 한계가 있다. 따라서 양자 메모리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는 이 저장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핵심과제였다. 함병승 인하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양자 메모리 분야에서 한계로 인식되던 밀리초(1000분의 1초) 저장 시간을 100만배 이상이나 늘린 양자 메모리 방식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양자 메모리 방식은 지금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100㎞ 이상 장거리 양자 통신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심시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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