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재벌 개혁]① 계열사 편법지원.일감을 몰아줬다… 매출액 규모가 10년 새 29배나 커졌다

ngo2002 2012. 2. 6. 09:51

일감을 몰아줬다… 매출액 규모가 10년 새 29배나 커졌다

ㆍ[재벌 개혁]① 계열사 편법지원

현대글로비스. 현대자동차그룹이 2001년 2월 현대그룹에서 독립할 때 만들어진 운송 및 복합물류 회사다. 최대주주는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다. 29억9000만원을 투자해 지분 59.9%를 확보했다.

출범 당시만 해도 글로비스의 규모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출범 첫해 매출은 1985억원. 5년 뒤인 2006년에는 1조8851억원으로 뛰었다. 그리고 2010년에는 5조8340억원이나 됐다. 10년 만에 29배라는 기록적 성장세다.

이유는 간단했다. 현대·기아차는 물론이고 현대모비스·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 등 그룹 계열사들이 너나없이 일감을 몰아줬다. 계열사의 원료나 부품, 완성품 운송 등은 대부분 글로비스의 몫이었다. 2010년 현재 글로비스의 현대차그룹 계열사와의 거래 비중은 89.3%에 달한다. 이들 거래는 모두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경쟁자 없는 글로비스의 독무대로, 사실상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까지 해외에 수출하는 완성차 물류의 30%가량을 글로비스에 맡겼다. 그동안 현대·기아차 해외운송의 70%는 유코카캐리어스라는 유럽계 자동차 운송회사가 맡아왔다.

이 회사는 과거 현대·기아차가 현대그룹으로부터 독립하기 전에 자동차 해외운송을 맡았던 현대상선의 자동차 운송 부문을 인수한 곳이다. 이 회사는 2002년 현대상선의 자동차 운송 부문을 인수할 때 현대·기아차의 해외운송 물량 중 70%를 2011년까지 독점하기로 계약이 돼 있었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비스에 더 많은 물량을 몰아주려 해도 방법이 없었다. 당시 계약에 따르면 유코의 현대·기아차 물량 비중은 올해부터 2016년까지는 60%로 줄고, 이후 2019년까지는 ‘60%를 수송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로 돼 있다. 올해부터 글로비스가 맡을 물량이 이전보다 33% 늘어나는 등 글로비스의 사업 전망은 한층 밝아진다. 글로비스는 현대·기아차의 해외운송뿐만 아니라 국내에서의 부품조달과 완성차 탁송·배달, 현대·기아차 해외공장에 대한 부품 공급까지 맡고 있다.

물론 글로비스는 이 사업을 모두 직접 하는 것이 아니다. 직접 운송을 하는 비중은 30% 정도이고, 나머지는 중소 운송사에 맡기는 일종의 하도급(운송주선)이다. 중간에서 하도급만 하면서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는 다른 경쟁업체들의 사업참여를 원천봉쇄해 해당 산업부문에서 균형 있는 발전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재벌의 경우 일감의 규모가 막대한데 이에 대한 수주 시도 자체가 불가능해진 다른 경쟁회사들은 회사를 발전시킬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글로비스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는 법원에서도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은 경제개혁연대와 현대차 소액주주들이 정몽구 회장 등을 상대로 현대차가 글로비스 등을 부당지원한 것에 대해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주주대표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벌 3, 4세들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단시간에 막대한 이익을 얻어 급성장하면 향후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획득하는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글로비스가 핵심적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핵심 뼈대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5.17%), 현대모비스(6.96%) 지분 등을 보유하면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이들 핵심 계열사 중 기아차 지분 1.73%를 보유한 것이 전부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글로비스가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 등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면 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20% 정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6조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

정 부회장이 글로비스, 현대엠코, 이노션 등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들의 사업가치를 높인 뒤, 이 자금으로 아버지의 지분을 증여·상속받는 시나리오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글로비스를 더 키워야 하는 셈이다.

<김준기 기자 jkkim@kyunghyang.com>


입력 : 2012-02-01 22:06:27수정 : 2012-02-01 23: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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