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일자리 정책 없이 ‘근로시간 단축’은 미봉책 불과
ㆍ대기업 고용 11% 불과… 정부 대책 효과 제한적
ㆍ임금보전과 연계 필요
경기 평택의 한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하는 ㄱ씨(28)는 한 달에 평균 200만원을 받는다. 그는 1주일에 하루 2시간씩 닷새간 연장근로를 하고 토요일에는 8시간 휴일특근을 한다.
그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장시간 근로 개선대책’을 보고 걱정이 앞섰다. 정부의 대책대로 휴일근무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면 급여가 50만원가량 줄기 때문이다. 특근에 시달리지 않아서 좋지만 당장 생계가 걱정스럽다.
ㄱ씨는 “노동자들이 초과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는 “최저생계비나 시간당 임금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선행돼야 근로시간을 줄여도 현장의 반발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휴일근무를 연장근무에 포함시켜 일자리 25만개를 늘리겠다”며 장시간 근로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대책은 근로시간을 줄여 신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게 기본 취지다.
정부 압박은 대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기업이 여력이 있다면 고용을 나눠야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적인 판단이다. 돈을 직접 나눌 수 없다면 일자리를 쪼개서라도 지금까지 얻은 이익과 성장의 ‘과실’을 함께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대기업이 언제 이익을 나누려고 했느냐”며 “적어도 통계적으로는 그런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대기업의 불법적인 근로시간 연장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부는 대기업이 일자리를 더 열어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휴일근무를 현재 주당 12시간으로 돼 있는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시켜 규제하기로 했다. 또 법정 근로시간(연장근로 포함, 주 52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 ‘근로시간 특례업종’ 수를 줄여 규정된 근로시간을 엄격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정부는 근로시간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연간 노동시간은 계속 늘고 있다.
2004년 7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을 보면 현재 법정 근무시간은 주당 40시간이다. 그러나 실제 연간 노동시간은 2008년 2057시간, 2009년 2074시간, 2010년 2111시간으로 계속 늘고 있다. 연장근로, 초과근무, 휴일근무 때문이다.
연장근로의 경우 노사가 합의하면 1주일에 12시간 한도에서 연장할 수 있다. 정부의 발표는 주당 16시간까지 가능했던 휴일근무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휴일근무를 대신할 신규 인력을 뽑아야 한다. 정부가 노리는 것이 이를 통한 신규 고용창출 효과다.
노동계나 학계도 근로시간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반기고 있다.
민주노총 김미정 정책국장은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계의 오랜 요구였던 만큼 정부의 발표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놓고는 이견이 많다. 우선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노동시간 단축 정책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2011년 8월 기준 국내 임금노동자 규모별 사업체 수를 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이 11.2%에 불과하다. 88.7%가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다.
김미정 국장은 “현재 임금노동자의 89%가 중소 영세업체나 하도급업체에 고용돼 있는 실정”이라며 “우리 사회의 전반적 노동시간을 개선하고 고용을 창출하려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영세업체까지 확대 적용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근로시간 감축이 곧바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998년 법정 노동시간을 주 35시간으로 줄인 프랑스의 경우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성공한 사례 중 하나다. 프랑스는 노동시간을 단축하지 않은 기업에 재정적 부담을 주고, 노동시간을 단축해 신규 고용을 하는 기업에는 재정 지원을 해줬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대책에는 노동시간 단축을 어떻게 고용창출로 연결시킬지에 대한 해법이 없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는 정부가 풀어야 할 최대 숙제다.
현장 사업장에서는 주말에 ‘휴일특근’ 명목으로 주간 근로비의 1.5배 임금을 지급한다. 국내 전체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약 236만원이지만 휴일특근이 줄면 수입이 더 줄어든다. 노동시간 단축과 동시에 임금 보전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불가능한 셈이다. 기업도 임금 보전에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5일 발표된 OECD의 ‘고용전망 2011’ 보고서를 보면 2010년 한국 상용근로자의 실질 평균임금은 3만3221달러였다. 회원국 평균인 4만3933달러의 75.6% 수준이었다. 전체 조사 대상 28개국 가운데 19위 수준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 문제도 논란거리다.
근로시간 특례업종이란 운수업, 물품판매·보관업, 금융보험업, 영화제작·흥행업, 통신업 등 26개 업종으로 주당 근무시간 40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 중 금융보험과 통신업 등 16개 업종을 특례업종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사회복지서비스업의 경우 간병인의 주당 근무시간은 67시간에 달하고 근무여건도 열악하지만 특례업종에 그대로 포함돼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측은 “특례업종 가운데 노동조건이 열악한 업종부터 해제시켜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며 “긴급 재난 시 근로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특례법을 만드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목정민 기자 mok@kyunghyang.com>
ㆍ임금보전과 연계 필요
경기 평택의 한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하는 ㄱ씨(28)는 한 달에 평균 200만원을 받는다. 그는 1주일에 하루 2시간씩 닷새간 연장근로를 하고 토요일에는 8시간 휴일특근을 한다.
그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장시간 근로 개선대책’을 보고 걱정이 앞섰다. 정부의 대책대로 휴일근무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면 급여가 50만원가량 줄기 때문이다. 특근에 시달리지 않아서 좋지만 당장 생계가 걱정스럽다.
ㄱ씨는 “노동자들이 초과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는 “최저생계비나 시간당 임금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선행돼야 근로시간을 줄여도 현장의 반발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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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에서 직원이 휴식시간에 담배를 피우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정부 압박은 대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기업이 여력이 있다면 고용을 나눠야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적인 판단이다. 돈을 직접 나눌 수 없다면 일자리를 쪼개서라도 지금까지 얻은 이익과 성장의 ‘과실’을 함께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대기업이 언제 이익을 나누려고 했느냐”며 “적어도 통계적으로는 그런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대기업의 불법적인 근로시간 연장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부는 대기업이 일자리를 더 열어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휴일근무를 현재 주당 12시간으로 돼 있는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시켜 규제하기로 했다. 또 법정 근로시간(연장근로 포함, 주 52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 ‘근로시간 특례업종’ 수를 줄여 규정된 근로시간을 엄격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정부는 근로시간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연간 노동시간은 계속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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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근로의 경우 노사가 합의하면 1주일에 12시간 한도에서 연장할 수 있다. 정부의 발표는 주당 16시간까지 가능했던 휴일근무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휴일근무를 대신할 신규 인력을 뽑아야 한다. 정부가 노리는 것이 이를 통한 신규 고용창출 효과다.
노동계나 학계도 근로시간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반기고 있다.
민주노총 김미정 정책국장은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계의 오랜 요구였던 만큼 정부의 발표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놓고는 이견이 많다. 우선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노동시간 단축 정책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2011년 8월 기준 국내 임금노동자 규모별 사업체 수를 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이 11.2%에 불과하다. 88.7%가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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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근로시간 감축이 곧바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998년 법정 노동시간을 주 35시간으로 줄인 프랑스의 경우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성공한 사례 중 하나다. 프랑스는 노동시간을 단축하지 않은 기업에 재정적 부담을 주고, 노동시간을 단축해 신규 고용을 하는 기업에는 재정 지원을 해줬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대책에는 노동시간 단축을 어떻게 고용창출로 연결시킬지에 대한 해법이 없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는 정부가 풀어야 할 최대 숙제다.
현장 사업장에서는 주말에 ‘휴일특근’ 명목으로 주간 근로비의 1.5배 임금을 지급한다. 국내 전체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약 236만원이지만 휴일특근이 줄면 수입이 더 줄어든다. 노동시간 단축과 동시에 임금 보전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불가능한 셈이다. 기업도 임금 보전에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5일 발표된 OECD의 ‘고용전망 2011’ 보고서를 보면 2010년 한국 상용근로자의 실질 평균임금은 3만3221달러였다. 회원국 평균인 4만3933달러의 75.6% 수준이었다. 전체 조사 대상 28개국 가운데 19위 수준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 문제도 논란거리다.
근로시간 특례업종이란 운수업, 물품판매·보관업, 금융보험업, 영화제작·흥행업, 통신업 등 26개 업종으로 주당 근무시간 40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 중 금융보험과 통신업 등 16개 업종을 특례업종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사회복지서비스업의 경우 간병인의 주당 근무시간은 67시간에 달하고 근무여건도 열악하지만 특례업종에 그대로 포함돼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측은 “특례업종 가운데 노동조건이 열악한 업종부터 해제시켜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며 “긴급 재난 시 근로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특례법을 만드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목정민 기자 mok@kyunghyang.com>
입력 : 2012-02-05 22:10:12ㅣ수정 : 2012-02-06 00: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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