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제조업의 수출·고용 ‘정비례’ 깨져… “기업수익, 고용으로 보장 수단 필요”

ngo2002 2012. 2. 6. 09:46

제조업의 수출·고용 ‘정비례’ 깨져… “기업수익, 고용으로 보장 수단 필요”

1990년대 초반까지 한국 경제는 수출과 고용,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유지했다. 전기전자·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의 대표 재벌기업들이 수출을 많이 하고 성장하면 자연히 고용도 늘고 분배 효과도 개선됐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허물어지기 시작한 수출과 고용의 정비례 관계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급속히 깨져갔다.

수출이 증가해도 고용이 따라 늘지 않았다. 부품을 해외에서 구입하고, 기술이 진보하면 인력을 줄이는 식으로 기업들의 경영 행태가 바뀌었다.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제조업의 고용 비중이 줄고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는 것이 선진국들의 일반적 패턴이지만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와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존재로 제조업의 고용 둔화가 유난히 심했다.

현대자동차 생산라인에서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 같은 추세는 최근 연구 결과에서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펴낸 ‘한국 경제의 고용창출 능력은 저하되었는가?’라는 보고서를 보면, 국내 제조업의 고용탄력성은 1971~1990년 0.51%에서 1990~2008년 마이너스 0.16%로 크게 하락했다. 고용탄력성이란 경제가 성장할 때 고용이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비율로 나타낸 것으로 이 비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것은 해당 산업 분야의 생산성이 늘어도 일자리는 되레 줄어든다는 뜻이다.

경제개혁연구소가 발간한 ‘실효법인세율, 기업의 투자 그리고 고용에 관한 실증분석’ 보고서는 재벌기업들의 고용이 눈에 띄게 줄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조업 기준 시가총액 순위 30대 기업들의 고용증가율은 1995~2009년 0.99%로 같은 기간 평균 증가치인 3.73%에 비해 크게 낮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출 제조업을 이끄는 일부 재벌기업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실질적으로 고용 확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송원근 경남과학기술대 교수는 5일 “고용이 늘어나도 대부분 비정규직 등 불안정고용으로 과거의 재벌 위주 성장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며 “수출 대기업 지원을 통해 고용을 촉진하려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청년층 의무고용 할당 등 기업의 수익을 고용으로 보장하는 정책수단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자리 문제에 대한 재벌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의견도 많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한국의 대기업 고용흡수력이 미국이나 일본 등 제조업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미약한 실정이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등을 통해 자기 수익논리에만 집중하고 고용의 책임을 회피한 결과”라면서 “수출 대기업들의 성장이 한국 사회라는 토대에서 이뤄진 만큼 심각해진 일자리 문제 해결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재벌개혁 주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고용 둔화의 원인이 경영진과 일부 노조의 담합 구조 속에서 나온다는 지적도 있다. 유경준 KDI 선임연구위원은 “제조업 고용창출 둔화는 세계화와 기술진보라는 대외적 요인 외에도 내부적으론 기업 경영진과 노동조합 사이의 이기적 담합구조에서도 기인한다”면서 “대기업 경영진과 일부 노조가 서로 무파업과 고임금을 주고받으며 강력한 기득권을 차지하면서 울타리 밖의 비정규직이나 실업자들과의 고용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입력 : 2012-02-05 22:03:07수정 : 2012-02-06 00: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