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재벌개혁.[기고]재벌 성장이 나의 불행이 되고 있다

ngo2002 2012. 2. 6. 09:45

[기고]재벌 성장이 나의 불행이 되고 있다

다시 재벌 개혁이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재벌이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주도하고 재벌의 성장이 나의 성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재벌의 성장은 나의 불행이 되고 있다.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이 외환위기를 초래했다면, 재벌의 지네발식 확장이 영세자영업을 몰아내고 있는 형국이다.

재벌 성장이 국민경제에 파급되는 고리는 고용이다. 수출 대기업을 국가가 지원했던 산업정책의 정당성은 매년 대규모의 신규 채용이 이루어져 50만~6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플레이어인 재벌은 이제 더 이상 국민경제의 고용을 담당하는 주체가 아니게 되었다. 직접적인 고용창출뿐만 아니라 연관효과를 통한 고용창출 효과도 떨어졌다. 더욱이 대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정규직 일자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나마 있던 정규직 일자리도 명예퇴직과 정리해고, 외주하청, 비정규직 등으로 줄이고 있다.

재벌 시스템의 개혁을 통해 성장과 복지를 연결하는 고용을 회복하는 것은 지금 매우 시급하고 필요한 과제이다. 순환출자, 일감 몰아주기, 부당 하도급거래 규제, 중소기업 고유업종 부활, 사내하도급·비정규직·정리해고 규제 강화, 청년고용할당제 등으로 대기업의 불공정한 시장 행위를 제어하고 사회적 책임을 높이는 것은 고용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피해갈 수 없는 과제들이다.

다만, 글로벌화와 기술 변화의 환경 변화 속에서 대기업에 대한 규제만으로는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숙제다. 우리나라에서 30대 재벌의 취업자 수나 300인 이상 사업체의 일자리 수는 200만개 남짓이다. 나머지 2200만개의 일자리가 중소기업 영역에 있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2011년 3·4분기 300인 이상 사업체의 채용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하였지만, 300인 이상 사업체는 5% 감소하였다.

문제는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이다.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벌과 대등한 위치에서 발언하고 경쟁할 수 있는 대안적인 경제 권력을 필요로 한다. 중소기업, 서비스업, 농업, 혁신, 벤처, 협력, 협동조합, 지역, 동아시아 등을 키워드로 하는 강력한 우클라드(경제제도)가 지속적으로 창출되고 확장되어야 한다. 물론 그동안 이와 관련한 수많은 정책들이 추진되었다. 국가 자원을 동원하여 중소기업에 수많은 형태의 보조금을 지원하였고 매번 서비스산업 육성책을 내놓았으며, 다양한 혁신클러스터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창업 5년이 지나면 70% 이상이 망하고 있다.

중소기업 정책이 단순히 정책 자금을 동원하여 보조하는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결국 규모의 차이다. 대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다면 중소기업들의 협력의 경제로 대응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중견기업으로의 성장가능성 전환에 초점을 맞추어 중소기업들이 서로 협력하고 공동으로 대응하는 모델과 주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하도급 단가 등 대·중소기업 분쟁조정에 관한 단체협의권을 중소기업 단체들에 보장하는 개혁안은 의미가 있다. 다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거버넌스 개혁에서부터 작년에 입법화된 협동조합법의 적극적 활용, 협력을 통한 혁신의 성공사례 창출로까지 더 나아가야 한다. 올해는 정치와 청년이 키워드다.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은 협력의 경제를 통해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제도 개혁과 성공모델 창출에 있다. 이른바 2013체제에서는 중소기업의 ‘협력’이 대기업의 ‘규모’를 제어할 수 있는 경제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한다.

<전병유 | 한신대 교수>



입력 : 2012-02-05 22:11:22수정 : 2012-02-06 00: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