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향에 취해 오지에 새 둥지”
ㆍ전북 진안 매실농장 최윤영씨
최윤영씨(41)는 2008년 1월 서울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산간오지에 들어왔다. 전북 진안군 백운면 덕태산 자락 600여m 고지에 자리잡은 매실농장이다. 왜 이 먼 데로 귀농을 왔을까.
그는 서울의 한 치과병원에서 치기공사로 일했다. 수입은 짭짤했다. 그런데 그의 뇌리엔 늘 물이 흐르고 나무가 무성한 숲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것은 도시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외로움이었다.
11년간 일하던 치과를 그만뒀다. 경기도 가평의 사회복지법인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때마침 그곳은 북한강 발원지였다. 고향에 온 것 같았다. 사람들은 서울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 그를 신기해했다. 그렇게 4년을 보냈다.
서울에 돌아와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 예술치료에 마음이 닿았다. 예술치료연구소에 다니면서 자신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그가 백운면과 인연을 맺게 된 출발점이었다.
“연구소장님이 시골에 자연치료공간을 물색 중이었어요. 늘 자연 곁에 가고 싶었던 저도 소장님을 따라 전국의 산하를 둘러보기 시작했죠. 이 농장을 찾았을 때는 매화꽃이 만발해 있었어요. 300여그루의 매실나무가 뿜어내는 향기에 잠시 취해버렸죠. 그야말로 숨어있는 새색시 같은 땅이었어요.”
2007년 이 땅을 연구소가 매입하고 최씨가 관리하게 됐다. 이곳에 이사하기 전 발효 공부를 했다. 미래는 발효가 대세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전통술과, 산야초 효소, 전통장에 자신이 생기자 짐보따리를 쌌다. 농장에는 허름한 컨테이너 가옥이 한 채 딸려 있다. 전기는 들어오지만 식수도 없고 핸드폰도 불통이다.
마을주민들은 한동안 그를 스님이라고 불렀다.
멀쩡한 여성이 혼자 고원지역에서 지내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인 데다, 늘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녔기 때문이다.
“멧돼지도 만나고 뱀과도 자주 인사합니다. 멧돼지를 만나면 서로 깜짝 놀라요. 내가 길을 살짝 비켜주면 조용히 사라집니다. 뱀에겐 ‘미안해 놀랐지’라고 말해 주죠.”
그의 주업이 된 매실농사는 농법이 특이하다. 농장은 해발 630m 고지에 있다.
그는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법을 고집하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이 너처럼 농사지으면 나무 다 죽는다고 했지요. 지금은 희한한 일이라고 혀를 내두릅니다. 사람 손이 닿으면 닿을수록 나무는 괴로워하거든요. 나무를 믿고 농사를 지어야 해요. 아픈 나무가 나타나더라도 스스로 회복하는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되죠.”
그만의 농사법은 또 있다. 나무와 매일 대화하는 것이다. 매실나무를 아이처럼 대한다. 아침이면 “잘 잤지. 아픈 데는 없어”라고 말을 건넨다. 나무들은 “예 엄마. 날씨가 추워졌는데 이불 잘 덮으셨지요”라고 화답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비료 한 번 주지 않았어도 10년 이상 된 나무들은 탱글탱글한 매실을 맺는다. 이곳에서 자연 그대로 숙성시킨 유기농 매실효소들은 잘 팔려나가고 있다.
흙과 나무와 어울려 농사만 짓고 살던 그는 지난 6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농장일을 보면서 읍내로 출근해 진안군 로컬푸드사업단 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농촌사람이 된 그가 농촌마을을 살리기 위해 몸을 던진 것이다.
“진안사람이 된 이상 농촌을 살릴 수 있는 로컬푸드 분야에서도 능력과 꿈을 펼치고 싶어요. 발효공부도 계속해 50대가 되면 발효연구소를 만들 거예요. 기본적인 환경만 만들어주면 나머지는 자연이 다 알아서 해준다는 믿음이 있거든요.”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최윤영씨(41)는 2008년 1월 서울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산간오지에 들어왔다. 전북 진안군 백운면 덕태산 자락 600여m 고지에 자리잡은 매실농장이다. 왜 이 먼 데로 귀농을 왔을까.
그는 서울의 한 치과병원에서 치기공사로 일했다. 수입은 짭짤했다. 그런데 그의 뇌리엔 늘 물이 흐르고 나무가 무성한 숲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것은 도시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외로움이었다.
11년간 일하던 치과를 그만뒀다. 경기도 가평의 사회복지법인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때마침 그곳은 북한강 발원지였다. 고향에 온 것 같았다. 사람들은 서울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 그를 신기해했다. 그렇게 4년을 보냈다.
![]() |
| 최윤영씨가 전북 진안군 덕태산 중턱 매실농장에서 양팔을 높이 들고 유기농업의 효과를 자신있게 설명하고 있다. | 박용근 기자 |
“연구소장님이 시골에 자연치료공간을 물색 중이었어요. 늘 자연 곁에 가고 싶었던 저도 소장님을 따라 전국의 산하를 둘러보기 시작했죠. 이 농장을 찾았을 때는 매화꽃이 만발해 있었어요. 300여그루의 매실나무가 뿜어내는 향기에 잠시 취해버렸죠. 그야말로 숨어있는 새색시 같은 땅이었어요.”
2007년 이 땅을 연구소가 매입하고 최씨가 관리하게 됐다. 이곳에 이사하기 전 발효 공부를 했다. 미래는 발효가 대세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전통술과, 산야초 효소, 전통장에 자신이 생기자 짐보따리를 쌌다. 농장에는 허름한 컨테이너 가옥이 한 채 딸려 있다. 전기는 들어오지만 식수도 없고 핸드폰도 불통이다.
마을주민들은 한동안 그를 스님이라고 불렀다.
멀쩡한 여성이 혼자 고원지역에서 지내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인 데다, 늘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녔기 때문이다.
“멧돼지도 만나고 뱀과도 자주 인사합니다. 멧돼지를 만나면 서로 깜짝 놀라요. 내가 길을 살짝 비켜주면 조용히 사라집니다. 뱀에겐 ‘미안해 놀랐지’라고 말해 주죠.”
그의 주업이 된 매실농사는 농법이 특이하다. 농장은 해발 630m 고지에 있다.
그는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법을 고집하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이 너처럼 농사지으면 나무 다 죽는다고 했지요. 지금은 희한한 일이라고 혀를 내두릅니다. 사람 손이 닿으면 닿을수록 나무는 괴로워하거든요. 나무를 믿고 농사를 지어야 해요. 아픈 나무가 나타나더라도 스스로 회복하는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되죠.”
그만의 농사법은 또 있다. 나무와 매일 대화하는 것이다. 매실나무를 아이처럼 대한다. 아침이면 “잘 잤지. 아픈 데는 없어”라고 말을 건넨다. 나무들은 “예 엄마. 날씨가 추워졌는데 이불 잘 덮으셨지요”라고 화답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비료 한 번 주지 않았어도 10년 이상 된 나무들은 탱글탱글한 매실을 맺는다. 이곳에서 자연 그대로 숙성시킨 유기농 매실효소들은 잘 팔려나가고 있다.
흙과 나무와 어울려 농사만 짓고 살던 그는 지난 6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농장일을 보면서 읍내로 출근해 진안군 로컬푸드사업단 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농촌사람이 된 그가 농촌마을을 살리기 위해 몸을 던진 것이다.
“진안사람이 된 이상 농촌을 살릴 수 있는 로컬푸드 분야에서도 능력과 꿈을 펼치고 싶어요. 발효공부도 계속해 50대가 되면 발효연구소를 만들 거예요. 기본적인 환경만 만들어주면 나머지는 자연이 다 알아서 해준다는 믿음이 있거든요.”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입력 : 2011-10-11 22:35:07ㅣ수정 : 2011-10-11 22:35:08
'전문지식 > 귀농시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1회 아그리젠토賞 수상자에 이수성대표…배추·무 교잡 첫 성공 (0) | 2011.11.02 |
|---|---|
| 대한민국 부자농가 지도 만들어보니 (0) | 2011.10.29 |
| 친환경 천적곤충 31종 개발 세계 3위 부상 (0) | 2011.10.10 |
| 허투루 보낸 토요일, 3시간만 투자해도 은퇴준비 든든 (0) | 2011.10.04 |
| 농사안짓는 부재지주 9천명 적발…작년보다 55%↑ (0) | 2011.09.3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