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은퇴 이후 인생`을 주제로 한 모 방송국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 이때 대담자로 나온 연예인들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연예인들은 프로그램이 개편될 때마다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겪어야 하므로 은퇴에는 어느 정도 단련돼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별 연습이라는 말이 있듯 모든 것은 연습하고 대비하면 그만큼 감당하기가 쉬워진다. 모르고 당하는 게 난리이고 위기이지, 이미 알고 있었던 일을 겪는 것은 위기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이 영원히 은퇴하지 않을 사람처럼 지내다가 막상 은퇴를 맞게 되면 정신적인 혼란에 빠지게 된다. 왜 준비를 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시간이 없다는 게 가장 일반적인 대답이다. 하지만 늘 프로그램 개편에 대비하면서 스스로를 단련하는 연예인들처럼 자투리 시간만 잘 활용해도 훌륭한 은퇴 준비를 할 수 있다. 주5일 근무제 아래서 2막 인생을 위한 시간을 낼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연중 52주가 있고 52번의 토요일을 맞는다. 52번의 토요일은 시간으로 따지면 1251시간, 달로 따지면 1개월이 넘는다. 은퇴까지 6년이 남았다고 가정한다면 312일을 활용할 수 있고, 이는 대략 1년에 가깝다.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만일 주5일 근무 후 남는 이틀을 오롯이 2막 인생 준비에 활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6년 정도 은퇴가 남은 사람이라면 거의 2년 가까운 시간을 은퇴 준비에 투자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전문적인 자격증을 따는 데 필요한 교육 시간은 약 60시간에서 100시간이다. 일수로는 2일에서 5일 정도 되는 기간이다. 어떤 기능을 연마하는 데 필요한 기간도 비슷하다. 어떤 분야의 새로운 전문가가 되기 위한 기초 소양을 쌓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굳이 주말 하루를 다 투자할 필요도 없다. 늦잠 자는 대신 아침부터 오전 시간만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어차피 TV 앞에서 빈둥거리는 저녁 시간대나 출퇴근 시간 중 30분만 투자해도 한 분야를 꿰뚫을 정도의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중요한 것에 미리 시간을 고정해놓지 않으면 중요하지 않은 일들이 그 소중한 시간을 차지해버린다.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해 수업시간을 짜듯이 2막 인생을 위한 준비에 미리 시간을 할당해야 한다. 얼마 전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퇴직한 후 중소기업에 재취업한 A씨는 은퇴할 나이가 얼마 남지 않아 오래 근무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평소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A씨가 새롭게 도전한 분야는 자기주도학습이라는 교육 분야다. 교육에 대한 수요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한 A씨는 2년에서 3년 정도 계획을 세우고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어린이 리더십과 교육에 관한 글을 꾸준히 쓰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매달 예산을 정하고 교육 관련 서적을 구입해서 탐독하고 있다. 중요한 교육 사이트들을 찾아서 링크한 후 정보를 검색하고 자신의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린다. A씨는 지금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매주 꾸준히 활동을 하다보니 점점 자신의 글을 받아 읽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이름 없는 곳이긴 하지만 지역 단체 회지에서 원고 청탁 의뢰가 들어오기도 했다. A씨는 인생 전반부가 조직에 기댄 삶이었다면, 후반부에는 자신의 역량으로 홀로서기를 하기 위해 빠듯하지만 잠을 줄여서라도 시간을 빼서 투자한다고 말한다. 자투리 시간 하나는 힘이 없다. 하지만 자투리 시간이 모여서 꾸준히 이어질 때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일주일, 한 달 만에 이룰 수 있는 것은 적지만 1년, 2년 동안 열심히 하면 역사를 만들고 커리어를 만들 수 있다 . 은퇴 준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뭘 할까, 얼마나 투자해야 하나, 은퇴 후 연금 소득이 얼마나 되는가`를 먼저 따지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자산은 바로 시간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