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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淸山 윤영근의 십승지(十勝地)와 가거지(可居地) 51. 조선왕조 오백년을 지켜온 서울-(3)북한산 순행

ngo2002 2011. 8. 22. 14:50

소설가 淸山 윤영근의 십승지(十勝地)와 가거지(可居地) 51. 조선왕조 오백년을 지켜온 서울-(3)북한산 순행
입력시간 : 2011. 08.01. 00:00


세계적으로 드문

도심 속의 자연공원

빼어난 경관 온전한 문화자원 따라 종주순행

과학적이고 치밀한 석축기술로 빚어진 산성

대성문서 바라본 수려한 절경 북한산 '감탄'

이성계가 선택한 서울의 진산 북한산의 순행 길로 한강대교를 건너가는 차는 이른 아침 안개로 시야가 가려 어둡기만 하다. 오른편의 남산 타워가 한눈에 들어온다. 빌딩들의 숲 사이에 가려진 국보일호 숭례문(남대문)의 불타버린 모습이 초라하기만 하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도성에 설치한 4대문 중 남쪽에 위치한 서울의 정문이다.

조상들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누문으로 정식이름은 숭례문이라고 했다. 도성의 화기를 눌러 불을 막고자 했던 지혜를 알 수 있다. 조선시대의 문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예술성이 뛰어난 예술품이지만 아스팔트 길속에 갇힌 채 쌩쌩 달리는 자동차의 포로가 된 모습이 외롭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나마 차단막을 둘러치고 새롭게 복원공사가 진행 중이다.

북한산 국립공원은 세계적으로 드문 도심 속의 자연공원이다. 수려한 산세와 계절 따라 보여주는 모습이 아름답다. 빼어난 자연경관과 문화자원을 온전히 보전하고 쾌적한 탐방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우리나라 도심 속 국립공원(National park) 종주순행이라 하겠다.

한발 한발을 조심하는 나는 둘러멘 배낭끈이 축축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흘러내리는 땀이 끈으로 모여들기 때문이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이 석문(石門)을 지날 때의 상쾌함은 어찌나 시원한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만 같았다.

승가봉을 넘어 문수봉까지는 한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수봉 옆의 나무 그늘 속으로 들어간 나와 김씨는 김밥을 먹기 시작했다. 매운 고추에 더 매운 고추장을 듬뿍 발라 함께 먹는 김밥은 다른 반찬이 전혀 없어도 밥맛이 꿀맛이다. 5분 동안 점심을 먹고 난 우리들은 편하게 앉아 쉴만한 짬을 들일수가 없었다. 서둘러 걸어가야 한다. 힘든 코스와 빡빡한 일정 때문이다.

새롭게 복원한 북한산성이 단단하고 튼튼했다. 허리까지 올라온 산성은 돌로 쌓은 담과 같았으나 폭이 양팔넓이만큼 충분해서 안정감이 들고 산 능선의 경사에 따라 2~4단으로 연결해간 모습이 단단하기만 하다.

성 사이에는 작은 창문처럼 구멍이 뚫려있어서 멀리서 쳐들어오는 적군을 먼저 살펴볼 수 있게 되어 있었고, 밖에서는 안을 살펴볼 수 없게 했다. 성 위에는 커다란 돌을 경사지게 덮어 빗물이 흘러내리게 한 시공이 매우 과학적이고 치밀했다. 문수봉에서 오른쪽으로 성을 따라 한참을 가자 정수동 암문(사적 162호)이 나왔다. 암문은 적군이 식별하지 못하게 만든 비밀출입문으로 움푹 들어간 후미진 곳에 있었는데, 문의 천장이 둥근 아취 형으로 세련된 석축기술을 자랑하고 있었다.

최근에 복원한 산성을 따라 능선의 등산로를 10여분쯤 걸어가자 대성문이 보였다. 대성문(626m)에서 쳐다본 북한산의 정상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북한산은 지형적으로 볼 때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산맥으로 이루어 졌으며 도봉산과 북한산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산은 멀리 보아야 한다. 수려한 자태의 북한산은 부족함이 없는 수려한 절경이다.

북한산을 한산, 화산, 삼각산등의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던 것을 북한산으로 바꾸게 된 것은 조선조 숙종 때 북한산성을 축성한 뒤부터라고 한다. 한강의 북쪽에 있는 산이라는 뜻을 담아 북한산으로 부른다. 이곳에서 쳐다보니 백운대(836.5m), 만경대(799.5m), 인수봉(810.5m)이 뚜렷한 삼봉이어서 삼각산으로 불리어오는 산이다.

용암문을 벗어나자 밀려오는 바람이 너무도 시원했다. 누적되어 가는 피로감으로 지쳐만 가는데 비례해서 산길도 갈수록 힘들고 어려운 코스다. 김 씨와의 동행으로 지친 내색을 속으로 감추느라 더 힘들기만 하다.

만경대를 우측으로 돌아 위문에 도착할 무렵에 갑자기 나타난 헬리콥터가 정지한 듯 머리 위에서 서서히 돌며 착륙지점을 찾고 있었다. 어찌나 요란한 소리를 내는지 귀청이 찢어지게 커다란 쇳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비상사태가 발생한 듯하다.

산은 말이 없지만 무례한 술꾼이나, 능력을 오버한 벅찬 오름을 용서하지 않는다. 산은 정상에 오르는 것을 허락해 주지만 산을 정복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미약한 우리들은 산이 받아주어야만 정상을 오를 수 있는 것이다. 병원으로 실려 간 탈진환자가 안전하기만을 빌었다. 서울소장 헬기의 기민한 구호활동에 갈채를 보내드린다.

위문에서부터 북한산 최정상 백운대(836.5m)까지는 그야말로 수직암벽이다. 지그재그로 만든 철 계단이 있어서 오를 수는 있었지만 시간이 훨씬 더 걸렸다. 철 계단의 바닥에는 고무판을 깔아 미끄럼을 막았다. 그렇지만 길을 두 편으로 갈라 오르고 내리는 자들의 길을 따로 구분 지었다면 혼잡하지 않을 듯하다.

좁은 계단으로 인해서 앞선 자가 느릴 때는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도 길이 터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 대단한 인내심과 함께 지구력이 필요충분조건이다. 백운대는 거대한 바위덩어리로 된 하나의 봉우리였다. 어렵게 올라선 정상!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하늘 위의 흰 구름과 맞닿는 바위가 있는 곳 백운대!

행여나 하는 마음에 손을 들어 올렸으나 구름은 잡히지 않았다. 높게 세운 국기 봉의 태극기에서 펄럭이는 소리에는 힘이 들어 있었고 사방으로 아파트 숲들이 널려 있었다.

백운대 꼭대기에는 초가지붕만 한 바위가 모자를 눌러쓴 듯 누워있었고 주변은 안전 철책이 둘러쳐 있었다. 백운대를 세 바퀴나 돈 나는 엎드려 입맞춤을 하였다. 서울Seoul의 진산에 올랐다는 기쁨과 함께 언제 다시 오를 수 있을지 알 수없는 불안한 마음에 공연히 신랄한 마음이 겹치면서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인수봉(810.5m)에는 암벽 타기를 하는 젊은이들이 모여 있었다. 가느다란 밧줄하나에 온몸을 싣고 줄을 당기면서 오르는 그들의 용기가 무서울 정도로 대단하다. 두 명이 오르고 두 명은 밑에서 소리치며 코치하고 응원하는 모습도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원색의 등산복을 입은 그들은 고목나무에 붙어있는 매미처럼 아슬아슬해 보였다. 도전하는 자에게만 성취의 즐거움이 따를 것이다. 인수봉의 중간쯤에 붙어서 오르며 땀 흘릴 그들에게 용기가 충만하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인수봉 아래의 백운 대피소를 지나 깔딱 고개를 넘어서자 계곡이 제법 깊고 길어서인지 주변의 공기가 썰렁하고 그늘진 곳에서는 한기가 감돌았다. 수덕암에 들러 빈 물병에 약수를 가득 채우기만 했는데도 덩달아 배가 불러지며 포만감이 들었다.

대웅전의 천수보살상의 벌린 손들이 하도 많아 천 개의 손은 족히 될듯했다. 인간의 신체 구조상 가장 많은 활동을 하는 곳은 손이 아니던가? 서로 만났을 때 기쁨의 표현도 악수로 하며 슬픈 이별도 손을 흔들며 헤어지기 때문이다.

북한산 산악경찰 구조대원들의 훈련 모습을 보며 하산을 계속하자 도선사의 일주문 현판이 하늘로 날아오를 듯 화려한 달필을 자랑한다. ‘삼각산 도선사’는 월출산에서 태어난 도선 국사가 1,100여 년 전 신라 말에 자신의 모든 명예와 함께 이름을 내걸고 창건한 사찰이다. 도선이 태어난 월출산을 날마다 바라보며 남도 땅을 지켜온 나로서는 감회가 새롭기만 했다.

불법과 천문지리, 풍수명당의 심오한 이치에 통달한 도선은 전국의 명승요지를 답사하다 삼각산(백운대, 인수봉, 만경대)에 이르러 산세가 절묘하고 청아한 자태에 반해 이곳에 절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사찰 옆의 큰 바위를 신통력으로 쪼개어 약 7m높이의 보살상을 세웠다는 도선 국사의 전해지는 이야기를 결코 의미 없이 웃어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만세 만세 만만세 도선 국사 만세!

우이동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가 막힌 귀를 후벼 낸 듯 청량하게 들려왔다. 물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곳까지 한참을 걸어간 나는 기다리며 서 있던 버스에 올라 피곤에 지친 몸을 차창에 기댄 체 깊은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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