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淸山 윤영근의 십승지(十勝地)와 가거지(可居地)24. 예언가가 예찬한 길지 중의 길지- 남사고 그는 누구인가? |
입력시간 : 2010. 05.24.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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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고 전라도에 대통일진리 출현 판단
도요토미 히데요시 임진왜란 임박 예언
'격암유록'은 당대의 베스트셀러로 회자
노스트라다무스는 구원의 거룩한 무리들이 동방으로부터 출현할 것이라고 했다. 미래를 예언하는 노스트라다무스의 능력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경탄과 함께 호기심을 안겨주었다. 그는 기이하게도 각 세기마다 어떤 중요한 사건과 동란이 있을 것인가를 예견했고 또 그것이 맞아 떨어졌다.
그가 한 예언으로 프랑스에서 명성이 높아지자 프랑스 앙리2세의 왕비 카트린은 그를 왕궁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그가 쓴 사행시는 암호문 같았지만 시 속에 새로운 계시가 숨어있었던 것이다. 미래에 일어날 무서운 재앙을 회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예언을 쏟아냈다.
남사고와 같은 시대 지구의 반대편에서 살았던 그는 서양을 대표하는 위대한 철학자이자 예언가였다. 살아온 과정이 다르고 정신세계가 서로 달라도 신의 숨결과 합치된 순결한 영혼은 돌아올 미래를 정확하게 집어내고 미래인류의 삶을 말해주었다.
인류의 긴 역사를 통해 예언의 메시지를 기록해온 책들은 많이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성경, 불경이 있다. 이외에도 수 많은 정보들이 세기말적인 예언과 종말적인 메시지를 전해준다. 이런 이야기는 한결 같이 가공하리만큼 섬뜩하고 현실에 처해진 상황을 불을 보듯 뻔하다. 어쩌면 지구는 빠르게 위의 예언을 따라서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돌진해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신비한 동양의 잠자는 나라 한반도 조선의 울진에서 태어난 남사고는 사고가 깊어 거짓말을 할 줄 몰랐다. 격암이 어렸을 때 책을 짊어지고 집에서 가까운 불영사를 찾아가다가 도중에 고승을 만났다. 스님이 먼저 말했다.
"소승의 짐은 훨씬 무거우니 그대가 내짐을 져주구려."
격암은 기꺼이 그의 말을 좇아 스님의 짐과 함께 짊어지고 절에 도착했다. 며칠 후 스님과 함께 두 사람이 부용성에서 놀다가 스님이 먼저 말을 꺼냈다.
"소승과 같이 내기바둑을 두어봅시다."
"그렇게 하시지요."
격암과 스님은 소나무아래 앉아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내기의 절반도 되지 않아서 스님이 큰소리를 지르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한참이 지난 후 스님은 코끝부터 보이는 이상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무서운 술법이었다.
"나의 변신술이 두렵지 않소?"
격암은 전혀 무섭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스님은 모든 사람들이 놀란 나머지 두려워하는데 그렇지 않은 격암만은 장차 큰 인물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그만의 비술인 산천의 이치를 헤아리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그 후부터 격암은 도를 수행해갔다. 점점 고상하고 원대해지며 격이 높아만 갔다. 현묘한 이치를 밝게 보고 깨달음이 생기면서 그가 말한 것들은 모두가 신통하게 조금도 틀림이 없었다. 주역을 심도 있게 공부했고 천문지리에 통달해서 기묘하게도 그의 예언은 모두 맞아 떨어졌다.
그가 쓴 '격암유록'에서는 이런 예언이 나온다. 하늘에서 불이 날아 떨어져 인간을 불태우니 십리를 지나가도 그사이에는 단한 사람도 보이는 자가 없다. 방이 열개가 있더라도 그 안에는 한사람도 없고 어디에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불이 만 리 길에 퍼져있으니 사람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작은 머리에 다리가 없는 귀신신장들이 날아다니며 불을 떨어뜨리니 조상이 천이 있어도 자손은 겨우 하나가 사는 비참한 운수로 변할 것이다. 괴질 병이 퍼지면서 앓아 죽는 시체가 산과 같이 쌓일 것이다. 이름 없는 전염병은 하늘이 내린 재난으로 앓아눕는 자들이 계곡에 가득 찰 것이며 길조차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하늘이 구원의 도를 내려주는 개벽의 시대로 각각의 도와 교가 제 나름의 주장을 하지만 신앙혁명이 이루어질 때가 있을 것이다. 깨치지 못하고 난세를 살아가서는 안 된다. 하늘이 내려준 위대한 도의 시대가 지금이다. 도에 따라 하나로 합쳐 마음의 응어리를 풀고 너른 세상을 바로 보아야 한다.
남사고의 주장은 언제나 맞아 떨어졌다. 신통방통하게도 그가 한말은 사실이 되곤 했던 것이다. 그는 인간 구원의 명제는 영원히 종교가 쥐고 있다고 설파했다. 궁극적인 구원은 철학이나 정치의 제도에도 마르크스의 이념에도 황금의 돈 보따리 속에도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인류를 구원하는 새로운 종교가 변함없는 진리라고 했다.
그는 이 시대가 인간과 역사의 한을 풀어버려야 한다고 했다. 인간으로 왔다가 죽어간 천지간의 모든 신명과 우주의 한도 모두 날려버리고 새롭게 거듭나는 시대를 살아야 한다. 맺힌 한을 풀어야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인류 구원의 운은 서신사명(西神司命)에 있다고 했다. 그는 끝임 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느 성인이 진정한 성인인가?'
그는 진짜 성인을 알려거든 소 울음소리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라고 했다. 서신서명과 소 울음소리가 있는 곳, 무극 대도한 그곳은 모두 인류구원의 비밀이 담겨진 곳이라고 했다.
남사고는 남달랐다. 그는 지금은 미륵부처님이 인간으로 오셔서 세계를 구원하는 때이며 모든 종교의 진리가 참되게 태어나야 개벽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천지가 뒤집어지는 시대이니만큼 하느님이 내려온 때이다. 그때는 영원한 생명이 있다고 했다. 나무 가지와 잎이 결코 따로따로가 아니듯이 모든 종교가 통일되면 사람들이 화합하고 덕이 쌓여간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마음의 도를 다져야 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천상천하의 절대자께서 천지 운행도수가 뒤바뀌는 전환기에 사람으로 강세한다는 것이다. 즉 성자시대가 끝나고 아버지가 직접 내려오시는 성부시대라는 뜻이다.
성부하느님이 친히 펼치시는 대도 즉 무극대도에 의해 무성하게 번성한 모든 종교진리가 통일되고 인류는 한 마음으로 화합하게 되며 꿈과 소망이 현실세계에 이루어지는 이상세계가 열리게 된다고 했다. 노스트라다무스는 구원의 거룩한 무리들이 동방으로부터 출현한다고 했다.
그러나 격암은 우주의 원리로 동북방의 간방에서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조선, 조선에서도 전라도에서 인류역사 초유의 대통일진리가 출현할 것으로 보았다. 격암 남사고는 여러 가지 예언을 통해 세계사의 새로운 역사가 한국에서 첫 출발한다는 경이로운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그는 현묘한 이치를 살펴보고 신통한 효험이 있는 말을 했다. 격암이 영동지방을 지나가다 문득 하늘을 쳐다보고 크게 놀라 말에서 떨어지며 말했다.
"오늘은 조선을 해칠 자가 나타날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일본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태어났다. 또 일찍이 마음을 다잡고 맑은 아침에 동쪽하늘을 보며 외치듯 말했다.
"살기가 극성하니 나쁘도다. 임진년에는 왜구가 대규모로 침범할 것이다. 나는 그 꼴을 못 보게 될 것이나 그대들은 조심하라. 임진년에 백마를 탄자가 남해로부터 오면 나라가 거의 다 망할 것이다."
훗날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과연 백마를 타고 왔다는 기록이 '해동이적'에 기록되어있다.
남사고는 당대에 제일가는 명지관이 되었고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 예언가로 성장했다. 세상일을 정확하게 말했기 때문에 누구나 그의 말을 들어보려고 귀를 세우며 모여들었다. 그가 쓴 ‘격암유록’은 당대의 베스트셀러이기도 했다.
그러나 말년의 그는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니 묘 자리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한 평범한 필부에 지나지 않았다. 전설에 의하면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명당을 잡아 장사지냈는데 다음에 와서 보니 전혀 명당이 아니었다. 다시 좋은 자리를 잡아 이장을 하고 후에 와보면 그곳 역시 명당이 아니었다. 결국 그는 어머니의 묏자리를 아홉 번이나 옮기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비룡상천형 대지를 구해 어머니의 유골을 안장하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오는데 밭을 갈던 농부가 말을 걸었다.
"아홉 번 옮기고 열 번째 장사한 멍청이 남사고야! 구천십장하고도 묏자리 하나를 찾지 못하느냐?"
노래하며 밭가는 농부의 비웃음에 화가 치밀었다. 용이 하늘을 날아가듯 올라가는 형국을 찾아다닌 자신이 부끄러웠다. 겨우 하면 뱀이 나뭇가지에 걸쳐 죽고 마는 엉터리자리를 묏자리로 잡아 찾아내는데 급급했던 자신을 한탄했다.
이에 놀란 그는 밭을 갈던 농부를 다시 찾았지만 그는 이미 어디론가 떠나버린 후였다. 남사고는 때늦은 후회와 탄식을 늘어놓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명당이란 필히 그곳의 주인이 따로 있는 법이다. 평소에 덕을 쌓지 않고는 아무나 명당을 얻을 수 없는 것이 자연의 순리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던 것이다.
아~아 내 사랑, 명당자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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