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압구정동 미꾸라지 윤강로 KR선물 회장 | |||||||||||||||||||
◆ "운용업계 빅뱅 시작됐다" = `압구정동 미꾸라지`는 이미 국내 선물옵션과 주식시장의 `전설`로 남아 있는 인물. 그가 전설이 될 수 있었던 건 투자수익률이 컸지만 외부에 철저히 자신을 숨겨 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불과 두 달 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휴대폰을 장만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왜 지금에 와서야 윤 회장은 자신의 모든 것을 공개하고 대중 앞에 서기로 결심했을까. 윤 회장은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작되면 빅뱅이 올 것"이라면서 "직ㆍ간접투자를 통해 재테크를 하는 개인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운용업계에 대변혁이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부터는 `압구정동 미꾸라지`가 아닌 윤강로라는 이름으로 대중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선언이다. ◆ 하루에 수백억 원 들락거리는 숨막혔던 순간 = 서울은행 주식운용부에 근무했던 윤 회장에게 1996년 국내 주가지수 선물시장 개설은 하나의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뼈를 깎는 수련을 거친 후 1998년 퇴직해 개인 자격으로 시장에 뛰어들었고 1억원이 안 되는 종자 돈으로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1000억원대 돈을 벌었다. "하루에 100억원을 번 날도 있었죠. 손실이요? 2004년 차이나쇼크 때 하루에 220억원을 날렸던 것 같아요. 그때 선물 7000계약을 들고 있었는데 무섭게 빠지더라고요. 그래도 자신감은 넘쳤어요. 장 마치고 탁구 치다가 집에 왔어요." 2004년 5월에는 KR선물(옛 한국선물)을 인수해 `재야 고수`란 타이틀을 벗었다. 그러나 제도권으로 진입한 뒤부터는 오히려 짭짤한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05년과 2006년 손실은 계속됐다. "어떤 실력자라도 순자산 대비 30%가 빠지면 회복이 힘들어요. 50% 손실을 봤다고 하면 정말 끝이죠. 원금을 찾으려면 100%를 올려야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거의 50%가 깨졌더라고요." 이후 그는 선물매매에서 손을 떼고 600억~700억원 정도 남은 자금으로 부동산 투자와 교육사업을 시작했다. 2007년부터는 150억원을 투자해 미국 하버드대 부근에 중ㆍ고교생 전문 기숙학원인 렉싱턴프렙스쿨을 세웠다. 현재 학원과 기숙사를 접목시킨 `기숙학원`을 운영 중이다. ◆ 파생? NO! 역시 주식밖에 없다 = 증시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러자 그는 단박에 "연말에 코스피 얼마 간다, 그런 바보같은 예측을 왜 하느냐"고 했다. 시장을 `예측`하는 게 아니라 `대응`하는 투자자가 결국 성공한다는 말도 전했다. "전 화살표대로 쫓아다니는 사람입니다. 오르면 따라가고, 떨어지면 바로 손절매해 나오고. 선물매매가 어렵다고요? 리스크 관리만 된다면 확률적으로는 남는 게임입니다. 10배의 레버리지가 있다면 자본금을 10분의 1로 쪼개서 투자하면 됩니다. 10번의 투자에서 한 번만 먹어도 원금은 챙기니까. 그런데 10명 중 9명은 이걸 못해요. 손실을 보면 팔 줄을 알아야 하는데 손실을 떠안고 가다가 `사건`을 만들죠." 그러나 윤 회장은 절대 파생지상주의자가 아니다. "재테크에 있어 파생은 `최악`이죠. 돈을 모으려면 절대 피해야 해요. 부동산? 지금 강남 빌딩 임대수익률이 연 3%예요. 누군 강남 아파트가 평당 1억원 간다고 하던데 우리나라 가처분소득(구매력)을 감안하면 5000만원은 과하다고 봅니다. 게다가 전세금이 매매가격의 25~35% 정도잖아요.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전세 주면 3억원을 받는 거예요. 투자가치는 정말 없죠." 인터뷰 내내 그는 "결국 주식밖에 없다"는 말을 수십 번 반복했다. 10년 동안 `물타기`를 해도 성공할 수 있는 자산은 지구상에 주식 하나뿐이라는 생각이다. "이머징마켓이냐, 선진 증시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증시는 적어도 국내총생산(GDP)만큼 올라요.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죠. 위험자산이지만 장기간 물타기를 하면 어느 순간 수익률이 급등해 있기도 합니다. 적립식 투자 효과죠. 그래서 수백 년간 주식은 버텨온 겁니다. 주식만한 대안이 없어요. 유동성에 쫓기는 급박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5년, 10년, 15년은 버틸 수 있고 또 성공할 수 있는 게 바로 주식입니다." ◆ 주식은 대한민국, 파생은 세계로 = 국내 개인들 초미의 관심사인 중국 증시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윤 회장은 단박에 `옆구리에서 치고 들어온 물량` 때문이라고 했다. "이머징마켓은 `에퀴티 파이낸싱`(equity financingㆍ주식 발행에 의한 자기자본 조달)이 많은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악재입니다. 성장성ㆍ잠재력도 풍부한데 갑자기 주식물량이 대거 시장에 들어와요. 중국도 그런 상황이죠. 물량은 계속 쏟아질 거예요. 그런데 경기까지 이렇게 돼 버리니까 더 힘들어진 거죠." 그는 `옆구리 물량`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간이라는 입장이다. "그래도 10년 지나고 보면 시가총액은 2배ㆍ3배로 커져 있죠. 결국 투자자들은 이 정도 기간을 고려하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어요. 반면 우리나라는 이머징마켓이지만 신규물량 출회가 거의 마무리됐습니다. 펀더멘털이 아닌 수급으로 당할 위험이 없어졌어요. 선진 증시로 올라가는 순간 한 차례 더 좋은 기회가 올 겁니다." 그러나 만약 파생상품 투자에 도전하려면 무조건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윤 회장은 "외국에서는 레버리지 30배 상품도 등장한 상태"라면서 "6~7배 정도의 국내 파생상품은 경쟁력이 없다"고 했다. ◆ "금융 노가다, 영혼이 깨끗해야" = 윤 회장은 스스로 `금융 노가다`라고 했다. 실제 상당수 트레이더는 위염, 두통, 방광염 등 고질병에 시달린다. 30세만 돼도 파생트레이더로 활동하기가 힘들다는 주장도 다 이유가 있다. "개인투자자든 제도권 펀드매니저든 `금융 노가다`가 되겠다고 했으면 영혼이 깨끗해야 합니다. 밤새 술 마시고 다음날 어떻게 제대로 된 매매를 합니까. 머릿속을 맑게 유지해야 합니다." 실제로 그는 매일 저녁 9~10시에는 잠자리에 들고 새벽 4시면 일어나는 생활을 한다고 했다. 인생도 단조롭기 그지없다. 잘 먹지도 않고 집에 일찍 들어가는 것도 몸에 밴 습관이다. 하루에 30~40분씩 명상도 한다. "현존하는 2명의 실력자를 꼽으라면 조지 소로스와 워런 버핏입니다. 워런 버핏은 재무분석투자를 완성해낸 사람이고 조지 소로스는 파운드화를 공격해 영국은행을 작살낸 최고의 `투기꾼`이죠. 버핏이 펀더멘털을 보고 트렌드를 앞서 간다면 소로스는 스스로 트렌드를 만들죠. 투자를 잘하고 싶다면 스타일부터 확실하게 정해 보세요. 버핏인지, 아니면 소로스인지." ■ 미꾸라지의 투자5계명…여윳돈 생길때마다 시총상위 50종목 사둬라 아무리 `화살표`대로 매매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압구정동 미꾸라지`의 시황관이 궁금했다. 몇 번을 졸랐더니 윤 회장은 "차트로만 봤을 때 1450선 밑으로 빠지긴 힘들 것"이라고 한마디했다. 개인 주식직접투자자들에게 전할 몇 가지 조언도 구했다. 첫째, 거의 100% 성공할 수 있는 주식투자법이 있다. 바로 5년 이상 기간을 잡고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시가총액 50위, 100위 내 종목을 사모으는 기법이다. 윤 회장은 "이렇게 하면 장기투자, 배당투자도 된다"면서 "물타기를 해도 결국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둘째는 "손실에 대한 매도를 연습하라"는 것이다. 단기매매를 결정했다면 손절매(로스컷)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10% 손실 보고 파는 것은 20% 손실을 보는 것보다 훌륭한 투자다. "원칙을 정해야 해요. 자신만의 스타일 같은 것. 개인투자자들은 10% 벌면 차익실현을 할 줄 아는데 10% 손해를 봤을 때는 손절매를 못 해요. 원래 `매도`란 자체가 인간 본성과 안 맞는다고 하지만 이걸 못하면 직접투자는 힘들다고 봐야죠." 셋째는 유동성 체크다. 유동성에서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실패할 확률도 그만큼 커진다. 그는 "부동산과 현금(유동산자산)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아주 큰 차이"라고 했다. "캐시가 1000억원 정도 있을 때는 100억원을 날려도 담담했어요. 900억원으로 다음날 또 벌면 되니까. 그런데 요즘에는 1억원만 손실을 봐도 덜덜 떨어요. 지금은 대부분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유동성이 부족할 때는 정말 신중해야 합니다. 컨디션이 한순간 무너질 수 있죠." 넷째는 레버리지와 차익 거래에 대한 공부다. 투자를 통해 단기간 큰 부자가 되는 건 결국 레버리지 활용에서 승부가 나게 된다. 이후에는 차익 거래다. 확실한 무위험 수익이 발생한다면 자신 있게 대규모 자금을 털어넣을 줄 알아야 한다. 다섯째는 원금을 지켜내는 능력이다. "큰 돈을 만지려면 원금은 좀 깨져도 된다"는 식의 섣부른 배포는 곤란하다. 하지만 윤 회장처럼 그 무시무시하다는 파생투자를 전업으로 하는 사람이 원금을 강조한다는 게 조금 이상하기도 했다. "10억원을 운용하다 10억원을 남겼으면 그 순간 처음 10억원은 일단 그냥 빼고 남은 10억원만 갖고 플레이합니다. 원금이 깨지는 것만큼 큰 투자위험은 없죠." 그러고보니 워런 버핏도 그랬다. 투자의 제1원칙, 원금을 잃지 마라. 제2원칙, 제1원칙을 잊지 마라. 그만큼 원금은 소중한 것이다. ■ 미꾸라지의 포부…내년2월 500억규모 사모펀드 설정
"총투자금의 90%는 채권투자, 나머지 10%는 파생투자입니다. 기본적으로 원금은 맞춰야겠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10% 날려도 채권으로 커버하게요. 파생투자는 시스템트레이딩으로 운용할 생각입니다." 윤 회장은 이미 해외주식ㆍ채권ㆍ통화ㆍ원자재 등 4개의 선물상품을 연계해 투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상태라고 했다. 외국 통화선물은 레버리지가 30배에 달해 상당히 매력적이라고도 했다. "주식, 채권(금리), 통화, 원자재 등 4개 분야가 거의 규칙적으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어요. 일단 현재 개발한 시스템트레이딩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저는 25% 정도만 개입할 생각입니다." 특히 자통법 이후 국내 금융시장 변화에 대해 확실한 견해를 갖고 있었다. "브로커리지나 투자은행(IB) 업무보다는 역시 운용업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결국 사모펀드, 헤지펀드죠. 경쟁이 극심하게 될 텐데 개인들 입장에서는 정말 다양한 상품군을 입맛대로 고를 수 있을 겁니다." 향후 자신의 사업 포트폴리오도 밝혔다. 금융업과 교육업의 양대 축이다. 금융업이 생업이라면 교육업은 투자자 자격이다. "한 1년 정도 교육업 투자자가 돼 보니까 결국 `리더십`이더라고요. 미국 명문고등학교, 명문대학교 모두 이 학생이 얼마나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느냐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요. 더 이상 한국학생이 시험성적만 갖고 미국에서 승부 낼 수 없어요. 몇 문제 더 맞히는 경쟁력은 이제 `꼭지`입니다. 리더십을 길러야 돼요." 학원투자자 `압구정동 미꾸라지`가 전하는 조언이다. [정철진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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