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인터뷰] 코스피 1500대선 적극 매수…우선주·업종대표주 관심 | ||||||||||
이미 잘 알려진 `신영마라톤펀드` `신영밸류고배당펀드` 등 가치주 펀드 운용을 총괄하고 있는 그에게 요즘 요동치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살아남는 투자전략을 물어봤다. 가치주 투자란 쉽게 말해 보유자산, 수익창출 능력 등 본질가치에 비해 가격이 싼 주식을 사놓고 목표 수준만큼 오를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리는 전략을 말한다. 당연히 투자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을 내다보고 펀드를 운용하는 그에게 한두 달의 단기 시황 전망과 대응법을 물어본다는 것은 농부에게 사냥법을 물어보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코스피가 1500선까지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져 가는 상황인 만큼 보수적이고 신중한 그의 전망은 충분히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으로 보였다. `바닥이 어디일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지금은 비이성적인 심리가 지배하는 시장이라 바닥을 논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코스피 1500대라면 주가수익비율(PER) 9배 수준이라 여기에서 10% 이상 더 빠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어렵게 답했다. 허 본부장은 장기 투자자라면 `코스피가 어디까지 떨어질까`보다는 `지금 상황에서 개별 종목 주가가 싸냐 비싸냐`를 따져봐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10년 넘게 시장을 봐온 그에게도 최근 급락장이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수가 내려오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계속 매수만 해온 상황이고 해외 어느 한 곳에서 하락이 시작되면 연쇄적으로 급락하는 현실에서 공포감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멀리 봐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힘을 불어넣고 있었다. 현재의 불안한 장세가 언제쯤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을까. 허 본부장은 "시기적으로 보면 2003년 이후 5년간 상승하다가 최근 8개월 정도 조정을 받고 있는 셈"이라며 "시장 하락 요인이 주로 해외에 있고 급락하는 동안에 충분한 매매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었던 점을 미뤄볼 때 반등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년 동기 대비 경기선행지표가 돌아서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최근 5~6개월간 계속 하강하고 있다"며 "당분간 추세 전환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현재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듯이 유가 및 원자재 가격, 환율, 금리 등도 눈여겨봐야 할 요인으로 꼽았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전망하기 힘들지만 아무래도 지금의 상승 국면이 단기간에 바뀔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현재 140달러를 오르내리는 유가가 과연 얼마까지 올라갈 것 같으냐`고 물었다. 긴 안목을 중시하는 그답게 "140~150달러 정도를 잠깐 넘어섰다 물러나는 정도면 큰 의미가 없고 상승 추세가 오래 지속되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답했다. 내친 김에 하락장에서 견딜 수 있는 본인만의 비법도 물어봤다. 시장에 공포감이 불어닥친 지금이 그는 좀 더 기업에 대해 공부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번 폭락장에서도 그는 보유 종목 중 많이 하락한 종목들을 중심으로 기업 가치 등을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을 따라가며 기계적으로 손절매를 하지 않고 철저히 재분석해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일반투자자들도 결코 어렵지 않은 일이다. 허 본부장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fss.or.kr)에서 관심 종목들의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보는 것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를 통해 현재 가치 분석이 끝나면 각 증권사에서 나온 종목 분석 리포트 등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본 후 신중히 종목을 고르라고 충고했다. 이같이 철저한 기업분석을 통해 자신이 보유한 종목에 대한 확신이 서면 폭락해도 겁이 안 난다는 설명이다. 확신이 서지 않는 투자를 한 사람들이면 하락장에서 다른 사람들을 따라 이쪽저쪽 흔들리고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간을 두고 차분한 마음으로 장을 둘러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골프를 처음 치는 사람이 연습장에서는 잘되다가 실전에서 못하듯이 주식도 머릿속에서는 잘하다가 막상 주식을 사면 매일 시황을 보고 조급해 하게 된다며 멀리 길게 보라고 강조했다. 폭락으로 인해 여기저기 싼 주식들이 널려 있는 가운데 허 본부장 눈에 들어오는 알짜 주식들은 어떤 것일까. 일단 이 같은 하락장은 지난 1~2년간 두세 번 정도 찾아오는 좋은 기회인 만큼 주식 매수에 적극 나설 것을 충고했다. 허 본부장 본인이 운용하는 펀드도 지수 1500대에서 주위 돈을 다 끌어모아 매수했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로 볼 때 싼 가격대에서 사서 장기간 안 판 사람이 이겼다는 점을 명심할 것을 당부했다. 허 본부장이 살 만한 주식으로 가장 먼저 말한 것은 우선주들이다. 보통주의 30% 정도밖에 안 되는 가격은 말도 안 된다는 뜻이다. 일반 주식 가운데는 연초 이후 자동차, IT 업종들도 이미 한 번씩 올라 업종마다 차례로 오르는 것은 한 바퀴 다 돌았다는 분석이다. 결국 대부분 업종이 비슷한 출발선상에 있는 상황에서 기관들이 관심 갖는 업종 대표주, 코스닥 인터넷 관련 대표주들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또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생필품 관련주들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코스닥 종목의 경우 PER 5배 이하의 알짜 종목들이 널렸다면서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물 반 고기 반이라고 하지만 피해야 할 종목들도 있기 마련이다. 이미 호황기에 있는 업종에서 시장점유율 하위 업체들은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대로 업황이 바닥에 있는 업종 대표주를 사면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이익 원천인 매출 변동성이 큰 종목과 단일 고객(매출처가 단순)을 가진 회사들도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투자할 만한 곳을 꼽아 달라는 요청에 그는 주저하지 않고 주식을 꼽았다. 채권이나 현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돈을 까먹는 것과 같고 국내 부동산 가격은 아직 싸다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허 본부장은 코스피가 1700대로 내려왔을 때 여윳돈 모두를 본인이 운용하는 `신영밸류고배당펀드`에 넣었다고 한다. 그 지수대면 싸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를 책임지고 운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설진훈 기자 /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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