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준 크레디트스위스 아태지역 주식부 공동대표 서브프라임 지나려면 1년 걸릴듯 주가 6% 더 떨어지면 매수신호… 통신ㆍ소비관련 종목 관심 가질만 | ||||||||||||||||||||||||
대우그룹 기획조정실 출신으로 골드만삭스와 크레디트스위스에서 주식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던 그는 1995년 크레디트스위스 아태 지역 리서치센터장으로 부임한 뒤 2003년엔 주식부 대표가 됐다. 리서치와 주식 영업을 모두 경험한 만큼 이론과 실무에 능한 전문가로 통한다. 글로벌 증권사들과 홍콩 증권거래소가 밀집한 센트럴가 익스체인지 빌딩에서 그를 만났다. 글로벌 금융허브답게 크레디트스위스 트레이딩룸은 전 세계에서 온 트레이더 100여 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을 지휘 통솔해 거래 전략을 짜는 게 황 전무가 하는 일이다. 이 많은 사람들을 이끌어 나가기가 힘들지 않으냐고 했더니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가진 사람들끼리 같이 일하다 보면 재미있는 일이 더 많다"고 답했다. 마침 인터뷰 당일 미국 양대 모기지 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정책이 발표된지라 시장이 어수선한 상태였다. 그는 "확실히 심각한 상태긴 하다"며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을 때 금방 회복될 것이란 시각도 있었지만 충격이 왔을 때 금융시장과 기업실적이 회복되려면 적어도 2년에서 2년6개월 정도는 걸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시아 금융위기, 미국 IT거품 붕괴, 엔론 분식회계 등 과거 위기사례를 보면 실물경제가 회복되기까지 적어도 1년 반에서 2년 반이 소요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번 위기는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까지 겹쳐 상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황 전무 설명대로라면 지난해 터진 서브프라임 위기가 회복되기까지 이제 1년 정도 남은 상태. 남은 1년 동안 어떻게 투자 전략을 짜야 할지 물었다. 그는 우선 앞으로 1년간은 불확실성이 큰 만큼 변동성이 큰 장세가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머징 경제에서 빠져나간 투자자금은 전체 시가총액 중 2%에 달한다"며 "자금 이탈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커졌으니 지금 투자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물경제가 회복되지 않았기에 산발적으로 악재가 터져나올 때마다 불안감이 팽배해져 지수가 엎치락뒤치락하는 혼조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근거는 뭘까. 그는 일반적으로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25% 저평가될 때는 보통 확실한 매수 신호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코스피에서 6% 정도 더 떨어진다면 이에 근접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크레디트스위스가 지난 4월 영입한 유명 투자전략가 삭티 시바 씨의 6가지 변수 모델을 통해 분석해 보면 이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이 모델에 들어가는 변수를 물어보니 주가수익비율(PER)과 현금흐름, 코스피도 들어간다고 했다. 변수에 코스피가 들어가는 것이 특이하다고 묻자 그는 "코스피에는 시장 기대가 담겨 있다"며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한국 기업 실적도 이를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이 예측하고 있는 한국 기업 실적은 얼마나 될까. 그는 현재 지수 수준은 기업 실적이 전년 대비 15%가량 감소할 것을 가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애널리스트들이 추산한 한국 기업 실적 예측치는 전년 대비 3% 감소에 불과해 실제 발표치와 시장 전망 간에 괴리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예상외로 실적 호전이 나타나면 추후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종별로는 어떤 종목이 좋을까. 그는 투자 회수 기간을 3년에서 5년 사이로 보고 있다면 현재 주가가 매력적인 종목은 상당히 많다고 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론 보수적인 방어주를 담는 것이 현명하다는 평가다. 그는 "IT주는 수출 둔화 가능성이 크고 금융주는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아 반등이 어려울 수 있으며 원유 등 현물 투자는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여서 부정적"이라고 했다. 지난해 주도주였던 중국 관련주도 중국 경제성장률이 10%대에서 9%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반면 그는 "불안한 장에서는 통신이나 유틸리티, 소비 관련주 등 안정적인 종목들이 좋다"며 "글로벌 투자시에는 한국에는 거의 없는 대체에너지주나 식품주에 투자해보는 것도 유망하다"고 말했다. 그는 불안한 장이 전개되고 있지만 이런 장에서도 돈을 버는 곳은 따로 있다며 최근 자금 흐름 동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기업공개(IPO)시장이 얼어붙자 상장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장외에서 자금을 구하려는 비상장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 그는 "지난해 상장에 실패한 기업들이 사모펀드(Private Equity)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보유 부동산을 활용해 자산 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구조화 금융(Structured Finance)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했다. 보통 이들이 자금 조달시 적용되는 쿠폰 이자율이 10~15%는 기본이고 20%까지도 간다고 그는 설명한다. 황 전무는 "이들은 향후 상장 성공시 주식 옵션까지 요구하고 있어 위험 부담은 따르지만 수익은 크게 나고 있다"며 "국내 금융기관들도 이 시장에 관심을 기울여 볼 만하다"고 말했다. 또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도 앞으로 유망해 관심을 가져볼 것을 주문했다. 변동성이 큰 장인 만큼 헤지펀드 수익성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재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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