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방천 회장, 투자 몰리는 원자재 펀드 미련 버려야 | ||||||||||||||||||||||||
러시아의 사진작가그룹인 AES+F의 작품이었다. 전위적인 사진이 걸려 있는 회의실이 분위기에 맞지 않는 것 같다는 말에 "창의적인 생각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서"란 답이 돌아왔다. 슬쩍 얼마에 샀는지를 물어봤다. 운용사를 설립하면서 구매했다니 얼추 4개월쯤 전이고 가격은 5000만원 선이었다고 한다. 평소 미술작품에 관심이 많았는지 묻고 싶었지만 "돈이 많아지는 나라의 작품은 가격이 뛰게 마련"이라는 생각에 투자했을 뿐이라고 한다. 그가 직접 고른 작품으로 현재 시세는 9000만원가량 된다고 했다. ◆ 시장 지배력 높은 1등 기업 유망 = 강 회장은 가치투자의 전도사란 별명과 함께 중국통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본인의 설명대로 "지난 2005년부터 성장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들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중국의 잠재력을 주변에 설명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의 전망대로 중국시장은 폭발적인 상승을 이어갔다. 한참을 이어갈 것 같았던 중국시장의 급등은 전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기의 물가 상승) 염려와 함께 주저앉았다. 상하이종합지수는 고점 대비 반토막났고 코스피 역시 20% 가까이 밀렸다. 강 회장은 "고유가의 배경에는 투기적 수요도 분명 있겠지만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수요 증가의 영향이 가장 크다"며 "고물가 시대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금리 인상이 잇따를 것이고 시장은 조정을 이어갈 것이란 얘기다. 강 회장은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사라져야 주식시장은 바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바닥까지의 하락이 그리 깊지는 않을 것이란 게 강 회장의 생각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바닥을 맞히는 것은 불가능하고 필요도 없다"며 "코스피가 1600 수준이 되면 매수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 것일까. 그의 대답은 "시장 지배력이 높은 1등 기업"이었다. 1등 기업은 회복기에 훨씬 빠르게 반등하는 것이 경험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사례에서 1등 기업은 전 고점 회복에 2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중국시장에 대한 평가가 이어지길 기대했지만 강 회장은 "중국의 백만장자가 지난해 20%나 늘어난 것을 아느냐"는 생뚱맞은 질문을 꺼냈다. 그는 메릴린치가 최근에 발표한 부자보고서를 내보였다.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해 백만장자가 12만3000명으로 전년에 비해 22.7%나 늘어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또 41만5000명의 백만장자를 배출한 중국도 백만장자 수가 1년 새 20.3% 늘었다. 브라질의 백만장자도 전년의 12만명에서 14만3000명으로 19.1%나 증가했다. 이에 비해 선진국의 백만장자 증가는 2% 수준에 머물렀다. 그는 중국의 경우 위안화 절상 등으로 슈퍼리치들의 부가 더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대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6% 이상 절상됐다. 이처럼 부자가 늘어나면 이들의 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으니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얘기다. 언뜻 들으면 시중에 나온 `럭셔리 펀드`에 가입하라는 얘기 같이 들린다. 그러나 강 회장은 럭셔리 펀드들이 투자하는 명품 기업들은 슈퍼리치 증가에 따른 유망 업종(그는 하이엔드산업이라고 불렀다)의 일부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어떤 기업들이 더 있을까. 예를 더 들어 달라는 부탁에 강 회장은 "현재 비행기는 7년가량 주문이 밀려 있는 상태이고 이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보잉과 에어버스뿐"이라고 설명했다. 부자들이 늘면 비행기 수요가 늘 수밖에 없는데 이를 생산하는 기업은 한정돼 있으니 이들 기업의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 물론 부자들의 소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인프라스트럭처가 잘 갖춰져야 한다. 강 회장은 올해 중국에서 100척 이상의 계류가 가능한 요트장이 전년 12곳에서 20곳으로 늘어나는 등 빠르게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동양의 슈퍼리치들은 과시욕이 있으나 서양의 투자자들은 합리적인 소비를 전제로 해 현재의 투자 기회를 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 간극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 투자자 몰리는 곳은 피해야 = 강 회장은 지난달 16일 자산운용사를 설립했다. 자신의 지론대로 "부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1등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직접 판매를 통해 투자자에게 팔고 싶었다"는 이유에서다. 오는 7일부터 `리치 투게더`란 이름으로 한국, 중국, 글로벌의 세 가지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요즘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상품은 브라질 등 원자재와 관련된 상품이 대부분이다. 강 회장이 말하는 상품들이 `소비`에 집중하고 있다면 원자재 관련 상품은 `생산`을 주목한 상품이다. 양 끝단에 서 있다고 해도 괜찮을 상품들이다. 강 회장은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곳엔 갈 필요가 없다"는 말로 원자재 펀드에 대한 미련을 버리라고 말했다. 이들 상품의 수익률이 한동안 상승할 수 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소비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는 만큼 수익률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강 회장은 에셋플러스자산운용에서 내건 상품이 매년 20%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선진국에선 장기 운용한 펀드가 연평균 수익률 10%만 내도 성과가 좋은 축에 속한다. 강 회장은 "슈퍼리치들의 소비가 이끌 새로운 장은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욱 기자 / 사진 = 박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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