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243> 증권의 모든 것
세계 최초 주식회사는 동인도회사 … 동방 무역 위험 분산하려 만들어
김경진 기자
항해 성공땐 돈 벌고, 실패땐 출자한 만큼만 손해
지금 형태의 증권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유럽의 신항로 개척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신항로를 이용한 동방 세계와의 교역, 그건 일확천금의 기회이자 태풍이나 해적이 도사리고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증권’입니다. 사람이 출자한 한도 내에서 책임을 지는 증서를 발행하는 방안을 고안한 것입니다. 항해가 성공하면 돈을 벌고, 안 돼도 출자한 만큼만 잃어버리면 되는 셈이지요. 이런 배경 속에서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가 탄생합니다. 1602년에 설립된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East India Company)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회사는 아시아와 무역을 하는 중소 무역회사를 통합해 ‘합동 동인도회사(VOC)’를 세웁니다. 이 회사는 유한책임제를 도입합니다. 주주의 책임에 있어 출자한 주권만큼만 회사에 공헌하되 개인의 사유재산은 침해받지 않는 것입니다. 당시로선 획기적이었습니다. 이 방식은 이후 설립되는 주식회사의 본보기가 됐습니다.
이 동인도회사는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습니다. 헨드릭 하멜(Hendrik Hamel)이란 이름을 들어보셨는지요? 1657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서기로 근무하던 하멜은 난파 사고로 13년 동안 조선에 억류됐다가 극적으로 탈출해 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는 동인도회사에 밀린 임금을 청구하기 위해 그간의 일을 자세하게 기록했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하멜 표류기’입니다.
‘남해 회사’ 유혈사태까지 … 버블이란 말 이 때 생겨
이렇게 탄생한 증권의 앞날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남해 포말(South Sea Bubble)’ 사건은 증권의 흥망성쇠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요즘도 많이 쓰고 있는 ‘거품(버블)’이란 말이 이 사건에서 유래됐을 정도니까요. 1711년 8월, 영국 의회는 법률을 통해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란 기업을 설립합니다. 이 회사의 설립 목적은 스페인계승전쟁으로 거액의 국채를 발행한 뒤 이자를 갚을 방법이 막막해진 영국 정부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1000만 파운드 이상의 정부 채권을 회사 주식으로 전환해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대신 정부로부터 국채에 대한 이자와 함께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독점 무역권, 흑인 노예를 독점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특권을 얻었지요. 이 회사의 주가는 몇 달 사이 10배 이상 치솟았습니다. 귀족·부르주아·서민 등 계층을 불문하고 너도나도 이 회사의 주식을 사기 위해 혈안이 됐습니다. 그러나 1720년 6월에 반(反)버블법이 제정되면서 거품 회사에 대한 법적 규제가 시작되자 회사의 주식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습니다. 이 회사의 주식은 휴지 조각이 돼 템스강에 버려졌습니다.
폭도로 변한 군중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난입해 사제들을 공격하며 유혈사태를 일으켰습니다. 당시 남해회사의 주식을 사들인 사람 중에는 천문학자인 아이작 뉴턴(Isaac Newton)도 있었답니다. 18세기 초 영국 주식시장의 호황으로 큰 돈을 벌었던 뉴턴은 남해회사 투자에 대한 실패로 2만 파운드를 잃었습니다. 이후 그는 “천체의 운행은 예측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알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답니다.
우리나라 첫 주식회사는 1889년 생긴 천일은행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시 독립운동을 위해 자금이 필요했습니다. 임시정부는 중국 상하이와 이주 조선인 노동자들이 거주했던 하와이 등지에서 독립공채를 발행했습니다. 원화 표시 공채는 액면가 100원 등 3종으로 발행금리는 연 5%였습니다. 달러 표시 공채는 액면가 100달러 등 5종으로 연이율 6%였습니다. 이 채권의 앞면에는 이승만(1875~1965)과 김규식(1881~1950) 같은 임시정부 요인의 이름과 서명이 담겨 있었습니다. 독립공채는 실제로 1919년부터 1945년까지의 임시정부 예산의 상당부분을 충당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는 1952~1953년에 독립공채 원리금의 일부를 상환했습니다. 또 1983년 ‘독립공채 상환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2000년까지 신청자에 한해 상환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 2000조원 넘는 주식·채권 보관중
실제로 내가 산 주식을 보고 싶다고요? 그럼 증권사에 가서 실물 인출을 신청하세요. 주식을 현금처럼 직접 만져볼 수 있습니다. 단 주의할 것이 있지요. 실물을 인출한 경우엔 주식을 팔 때도 실물 주식을 가져가야 합니다. 행여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경찰서에 신고하고 법원의 제권 판결을 받아야 합니다. 또 발행 회사에 재발행 청구를 해야 합니다. 이런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예탁결제원입니다.
예결원은 거래되는 주식을 대신 보관해 주는 곳입니다. 고객이 예탁한 증권이나 기업이 발행한 주식은 예결원의 금고 속으로 들어갑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인 한국예탁결제원 지하 금고에는 2000조원(시가총액 기준)이 넘는 주식과 채권이 보관돼 있습니다. 보관실의 강철문 무게만 25t이 넘어 철통보안을 자랑합니다. 그럼 그 속에 든 증권의 모습은 어떨까요.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증권의 형태가 전부 똑같다는 겁니다. 1970년대 중반, 위조 증권 발행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유가증권의 위·변조 방지와 전산화를 위해 회사마다 달랐던 증권의 크기와 디자인을 통일했기 때문입니다. ‘통일규격유가증권’이 생겨난 겁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색상입니다. 같은 회사의 주식일지라도 초록·빨강·자주·갈색 등 색상이 다른 증권이 존재합니다. 그 이유는 ‘권종’ 때문입니다. 통일규격유가증권 취급 규정에 따르면 주식의 권종은 1주·5주·10주·50주·100주·500주·1000주·1만 주 등 총 8종류입니다. 우리나라 지폐가 1000원권, 5000원권, 1만원권 등으로 나뉘어 제각각 다른 색깔을 띠는 것처럼 주식도 권종에 따라 색깔이 다른 것입니다. 주당 액면가도 회사마다 다릅니다.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많은 주당 액면가는 500원(63.5%)과 5000원(28.4%)입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5000원이 많고(54.8%), 코스닥시장에서는 500원이 많습니다(64.1%). 회사의 1000주권이 주당 액면가 5000원짜리라면 주권의 액면금액은 500만원이 됩니다.
유럽 증권, 황실·벨에포크 양식 … 멋진 디자인 많아
그렇다면 해외 증권은 어떨까요. 가까운 일본을 제외한 미국이나 유럽 등은 증권의 규격과 디자인을 기업의 자율에 맡기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업의 특징을 살린 개성 있는 증권 디자인이 가능하지요. 특히 유럽의 증권은 예술작품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또 역사적인 조류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증권이 등장한 초기에는 황실 공문서 양식을 취했습니다. ‘좀 있어 보인다’는 이유에서였지요. 그러던 것이 제1차 세계대전 전 약 100년간 벨에포크 양식이 유행하기 시작합니다. 기업이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사치스럽고 섬세한 색상과 디자인의 증권을 만들어 판 것이지요. 1차대전 이후에는 전 세계에 걸쳐 유행한 미술 사조인 아르누보 양식을 반영해 더욱 화려하고 아름다운 증권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런 오래된 증권에서부터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글로벌 대기업의 증권, 과거의 증권부터 현재의 모습까지를 실물로 보고 싶다면 한국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증권박물관’을 찾아보세요. 2004년 5월 개관한 증권박물관은 스위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설립됐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 증권 중에서 역사성과 예술성이 뛰어난 증권과 유명 기업의 증권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또 현재의 주식도 권종이나 액면가에 따라 다양하게 전시돼 있습니다. 위·변조 유가증권 식별 방법, 나만의 유가증권 만들기 등 증권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코너도 마련돼 있으니 아이들 경제교육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더 많은 사진과 정보는 증권박물관 홈페이지(www.stockmuseum.co.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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