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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현장]'전원일기'는 없다…달라진 농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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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활용ㆍ요가 강좌..민원서류 논으로 배달
인심도 옛날 같지 않아..도둑 설치고 사기 사건도 "농촌에서 이렇게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다니, 정말 많이 달라졌네요" 흔히 농촌을 떠올릴 때면 낮에 논밭에 나가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는 오순도순 모여 텔레비전을 보거나 이야기꽃을 피우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장면을 연상한다. 이런 농촌의 삶은 도시인들에게는 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일부 젊은이들에게는 '문화생활에서 소외된 삶'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최근 농민들의 일상을 보면 그동안 도시인들이 생각해온 '고전적인 모습'은 간데 없고 전혀 딴판인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꾸준히 진행된 농촌의 도시화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귀농인들의 증가 등으로 농촌과 농민들의 생활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요가ㆍ헬스ㆍ사물놀이..다양한 여가활동 ---경남 고성군에서 참다래 농사를 짓는 전상원(54)씨는 저녁마다 컴퓨터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자신과 상관없는 것이었지만, 군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인 '공룡나라 쇼핑몰'을 통해 참다래를 판매하면서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하게 됐다. 최근 군에서 시행하는 컴퓨터 교육을 받고 난 후엔 개인 홈페이지와 블로그까지 관리하는 등 인터넷 삼매경에 푹 빠졌다. 전씨는 "군에서 초빙한 훌륭한 강사를 통해 동료들과 함께 교육을 받았다"며 " 인터넷 상거래와 포토샵 등을 배운 후 경제적인 도움이 됐을뿐만아니라 여가생활도 윤택하게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요가'가 요즘은 육체적인 노동을 많이 하는 농촌 여성들의 건강관리는 물론 대표적인 취미 활동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고성군 종합사회복지관 요가교실에는 현재 강의를 듣지 못하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만 올려 놓은 사람도 50여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좋다. 강사 구미진 씨는 "농민들의 호응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좋다. 강좌 시간을 더 늘려야 할 상황"이라고 달라진 농촌 분위기를 전했다. 뿐만 아니라 서예교실이나 가야금교실, 사물놀이 교실 등 다양한 교양 강좌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키워가는 농민들도 흔히 볼 수 있다. 6년 전에 귀농해 된장 등 전통발효 식품을 만들고 있는 김향숙(51.여)씨는 "틈나는대로 이런저런 강좌를 들으며 공부를 하고 있다"며 "함께 교육을 받는 동료 농민들의 열정이 예상외로 대단한데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특히 사물놀이 교실은 나이가 지긋한 농민 수강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고성군 관계자는 "집에서 쉬는 시간에 연습을 따로 할 정도로 열의를 보이는 농민들이 많다"며 "농민들도 사물놀이에 직접 참여하는 등 문화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는 경험을 하면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곳곳에 들어서는 헬스클럽이나 어학원 등에서 농민들이 자기계발에 땀을 흘리는 것도 이제 더이상 낯선 풍경 만은 아니다. ◇농촌 변화따라 행정도 '변신' ---농촌사회가 급변하면서 농촌지역 지방자치단체도 이에 뒤질세라 '맞춤형 서비스'로 호응하고 있다. 충남 공주시는 2005년부터 농번기 농민들의 일손을 덜어 주고자 '들판 민원 배달제'를 시행하고 있다. 봄, 가을철 농번기에 주민들이 일하는 논.밭.과수원에 공무원이 직접 필요한 민원서류를 배달해 주는 것이다. 이전에는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려면 흙이 묻은 옷을 집에 가서 갈아입고 관청으로 가야했지만, 이 서비스 시행으로 농민들의 불편이 크게 줄었다. 공주시 우성면의 농민 이은환(58)씨는 "전화 한 통이면 들녘에서 급한 민원을 해결해 주니 참 편리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덩치가 작은 농작물 수확용 기계를 1만~5만원만 주고 빌려주는 '농기계 대여은행'도 농민들의 생활을 바꿔놓은 좋은 사례다. 예전에는 이앙기나 콤바인 등 덩치가 크고 값비싼 농기계를 주로 빌려줬지만 최근에는 '땅속 작물 수확기' 등 소형 농기계를 포함한 거의 모든 농기계를 군청에서 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경남 지역의 경우 2004년 합천군에서 대여은행을 처음 설치한 이후 현재는 12개 시ㆍ군에서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널리 퍼졌다. 그만큼 농민들의 일손이나 경제적인 부담도 크게 줄었다. 합천군 관계자는 "양파 캐는 기계는 수백만원이나 하는데다 1년에 1~2일 쓰는데 불과해 지금까지 양파 수확은 거의 수작업에 의존해왔다"며 "대여은행이 활성화되면서 농민들이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시는 농민들을 위해 '농작업 현장 이동화장실'을 운영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해 지역은 화훼와 딸기, 토마토, 참외 등 시설하우스 농가들이 많아 특히 여성들의 경우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김해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해마다 4~5곳에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해 농민들을 도와주고 있다. ◇예전 같지 않은 '농심'..이웃보다 돈 ---농촌사회도 정보화와 문화 혜택을 공유하면서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지만 이에 비례해 인심도 많이 변했다. 자연스럽게 농민들의 공동체 의식도 약해지고, 대대로 내려오던 '순박한 인심'도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평생 농사를 짓고 있다는 고성군 외우산 마을의 문계환(69) 이장은 "생활이 편리해지고 농사 효율성도 점점 높아지지만, 반면에 마을 사람들끼리 나눴던 끈끈한 정은 희미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 이장은 "예전엔 밭 작물을 이웃과 나눠 먹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이제는 판매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돼버렸다"며 "게다가 이웃과 서로 힘을 합쳐 논밭을 일구는 품앗이 전통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도시와의 교류가 많아지고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농민들이 애써 가꾼 농작물을 통째로 털어가는 사건도 잇따라 수확철 인심이 흉흉해지기 일쑤다. 전국적으로 농축산물 절도사건은 2004년에 564건에서 2007년에 873건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천여건에 이르는 등 매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원두막 위에 버티고 앉아 동네 악동들의 '서리'만 잘 막아내면 걱정이 없었던 시절과는 달리, 농촌이 전문털이범들의 타깃이 된 것. 그러다 보니 농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감시카메라'도 이제는 당연한 풍경이 됐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지난해부터 농축산물 절도 예방을 위해 도내 4천여개 농촌마을 입구에 방범용 폐쇄회로(CC)TV 설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CCTV 설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절도뿐만 아니라 '도시형' 범죄인 사기사건까지 농촌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강원도 홍천에서는 지난 3월 한 귀농인이 마을 주민들로부터 수억원을 빌려 달아나기도 했다. 인삼농사를 짓겠다며 마을의 밭을 임대한 후 주민 6명으로부터 500만~수천만원씩을 빌린뒤 갚지 않고 자취를 감춘 것. "인삼을 수확하면 높은 이자를 챙겨주겠다"는 그의 말에 순박한 주민들은 선뜻 돈을 내줬으나 이제는 발만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이 마을의 한 농민은 "예전에는 주민들끼리 가족처럼 지내고 외부인들 출입도 거의 없어 밤새 문을 잠글 필요도 없었고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여유가 있는대로 빌려주고 했지만, 이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돼버렸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hysup@yna.co.kr (전국종합=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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