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을 둘러싼 비밀 7가지] ② ‘껍데기 보험’이 판친다 | ||||||||||
“보험금 받으려면 암 말기까지 기다려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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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씨(48·가명)는 몇 해 전 오랜 친구를 위암으로 떠나보냈다. 그는 ‘가장이 병에 걸리면 치료비 때문에 가족들이 고생하겠구나’ 싶어 3년 전 CI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김 씨는 실제로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암을 초기에 발견해 종양 크기가 작고 수술 없이 치료만으로 완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CI보험이 한때 큰 인기를 끌었지만 사각지대가 많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CI는 ‘중대한 질병(Critical Illness)’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CI보험은 글자 그대로 치명적이고 중대한 질병에 대비한 급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장항목은 암, 급성심근경색증, 뇌졸중, 화상과 부식, 만성 폐질환이다. 중대한 수술은 관상동맥과 심장판막수술, 5대 장기이식수술 등이다. 문제는 ‘중대한’이란 단서조항에 있다. 일반적인 암이나, 뇌졸중, 화상 등은 보장이 안 된다. 때문에 어느 수준이 중대한 질병인지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김 씨의 전립선암은 장기를 파괴하는 수준의 악성종양이 아니라는 이유로 CI보험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뇌졸중도 ‘영구적인 신경학적 결손(언어장애·운동실조·마비)이 나타나는 질병’으로 규정해 외상이나 뇌종양으로 인한 뇌졸중은 보상금이 없다. 진단 뒤 1회만 지급하기 때문에 질병이 재발할 때나 병으로 장애가 생겼을 때 보상금이 없다는 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한 일선 보험설계사는 “CI보험은 보험사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지급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지급 규정도 매우 까다롭게 만들었다는 게 문제”라며 “보험설계사들에게 다른 보험보다 수당을 많이 줘 붐을 일으킨 면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모든 암 발병을 보장하는 일반 암보험과의 차이도 별반 없다. 한 보험사 통계에 따르면 일반 암보험 가입자의 암 발병률이 10만명에 128명이었는데, 보장조건이 까다로운 CI보험도 127명으로 비슷했다. 보험료는 일반 보험보다 20% 이상 비싸지만 보장 범위가 더 넓지는 않다는 얘기다. 약관은 암호 수준…‘중대한’ 질병도 자의적 해석 가능
치매 범위도 매우 좁다. 알츠하이머처럼 질병에 의한 치매, 즉 ‘기질성 치매’만 대상이다. 사고에 의한 ‘외상성 치매’는 빠진다. 기질성 치매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노인들은 잘못 가입하기 십상. 때문에 치매에 걸리더라도 약관에 따라 ‘스탠더드’에 맞춰 걸려줘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일선에선 중증이어야 한다는 점을 알리지 않고 치매에만 걸리면 보상받을 수 있다고 현혹하는 보험설계사들이 상당수다. 의사의 치매진단이 있었다고 해도 곧장 보험금을 받는 것도 아니다. 보험회사는 의사의 진단 확정 이후 간병이 필요한 상태가 180일 이상 계속될 때 최초 1회 지급한다. 최고한도 보상액에 현혹되지 말아야 보험사가 ‘최고한도’ 보상액을 기준으로 설명한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골절사고 때 최고 1500만원이라는 말에 보험 가입을 한 김 모 씨는 막상 척추골절 진단을 받고도 1500만원의 12%인 180만원밖에 보상받지 못했다. 약관을 보니 1500만원을 받으려면 온 몸의 뼈가 모두 부러져야 했다. 10년 뒤 갱신 때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갱신될 때마다 보험료가 40~50%씩 오르는 일도 부지기수다. 보험료 계좌 자동이체가 설정된 경우 인상분은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노인보험 대부분이 가입 2년 뒤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도 주의를 요하는 대목이다. ‘무진단·무고지·무심사’를 강조하는 실버보험은 대부분 가입된 2년 이내엔 재해사망 시에만 보험금 100%를 지급한다. 질병사망 시에는 낸 보험료만 돌려주는 수준이다. 치아치료비용이 증가하면서 관심을 끄는 치아보험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치아보험이 적용되는 경우는 충치나 잇몸질환에 따른 발치뿐이다. 외상으로 인한 치아손실에 대해선 보장혜택이 없다. 또 가입 1년 이후에는 보장액의 50%만, 2년 이후에야 100%를 지급한다는 점을 모르는 가입자도 많다. 노인보험과 마찬가지로 5년 만기 갱신 시점에서 보험금이 급격히 오를 가능성도 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75호(10.10.6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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