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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을 둘러싼 비밀 7가지] ① 리모델링의 함정

ngo2002 2010. 10. 7. 11:08

[보험을 둘러싼 비밀 7가지] ① 리모델링의 함정

고금리 고정이자 상품 해약은 금물

중복 보장은 잡아주고 부족한 보장은 채워준다?

보험설계사들이 보험 리모델링을 권하면서 주로 하는 말이다. 보험 리모델링은 새로운 보험 상품이 출시됐을 때 기존에 가입한 보험 중 불필요한 보험은 정리하고 새로운 보험은 가입하는 방식으로 보험 포트폴리오를 다시 구성하는 행위다. 가계 재무 상황이 급변하거나 나이가 들면서 필요한 보장 내용이 달라졌다면 보험 리모델링을 통해 보험 상황을 재점검하는 행위가 필요하다.

물론 기존에 가입한 보험을 리모델링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일단 수입 대비 보험료 지출이 과도한 경우 보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특히 마이너스통장에서 보험료를 자동이체할 정도로 현금흐름이 악화됐다면 반드시 보험을 리모델링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가계 소득 대비 보험료 적정 규모는 월 소득의 8~10% 이내다. 만약 월 소득 대비 보험료가 15%를 넘는 경우 평균적으로 보험을 과도하게 많이 가입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 있다.

보험에 가입하는 목적이 투자가 아니라 보장이라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투자 수익을 목적으로 저축성보험에 가입했다면 리모델링하는 편이 좋다. 저축성보험은 수년 동안 설계사 수당 등 사업비를 보험료에서 제외한 금액에서 이자가 붙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보장이 무엇인지 선택해 보장이 중복되는 상품도 정리해야 한다.

그렇지만 전문지식이 부족하거나 수당을 노린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보험 리모델링을 핑계로 오히려 보험 포트폴리오를 엉망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보장한도가 변경된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이다. 손해보험사가 판매하는 실손보험의 보장한도는 100%에서 지난해 8월부터 90%로 축소됐다. 따라서 지난해 8월 이전 가입한 실손보험이 최근 가입하는 실손보험보다 일반적으로 유리하다. 그렇지만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기존 실손보험을 해지하고 새로 등장한 실손보험 가입을 권유한다. 올해 초 실손보험에 가입한 심 모 씨는 “기존 실손보험은 치아우식증(충치)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새로 출시된 실손보험으로 가입할 것으로 보험설계사가 권유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새로 가입한 실손보험은 보장한도가 낮다는 사실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은 보험 보장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참고로 치과 치료는 대부분이 비급여 치료다.

무조건 오래됐다는 이유로 예전에 가입했던 보험 상품을 해약하고 신상품 가입을 권하는 사례도 있다. 현재 보험 상품은 대부분 변동이자 상품이다. 그렇지만 2001년 이전에 판매되던 저축보험 중 일부 상품은 7~10%대의 고정이자를 보장하던 상품이 있었다. 특히 최근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이런 상품은 보험 가입자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보장한도가 100%인 실손보험이나 고금리 고정이자를 보장하는 상품은 현재 판매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 번 해약하면 재가입이 불가능하다.

한 보험설계사는 “멀쩡한 보험을 해지시키고 새로운 보험에 가입시키는 보험설계사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결국 보험사에 있다”고 보험사를 비난했다. 그는 “보험사들이 해마다 연도대상을 개최하는 등 보험료를 많이 유치한 보험설계사를 우대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양심적으로 영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보험사들이 보험 가입자의 이익이 아니라 보험사의 신상품 판매 촉진을 위해 보험 리모델링을 권하고 있는 행태는 금융감독원의 감사 결과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6월 금융감독원 감사 결과 삼성생명은 보험 리모델링을 권하는 방식으로 통합보험 신계약을 유치해 금융감독원 징계를 받았다.

문재익 금융감독원 생명보험서비스국 부국장은 “기존 보험과 통합 보험을 비교 설명하는 과정에서 기존 계약이 필요 없는 것처럼 설명해 새로운 계약 가입을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법 제97조는 새로운 보험 계약을 청약하게 유도하는 과정에서 이미 성립한 보험 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표본 조사 결과 삼성생명 통합보험 신계약 중 21만건이 이런 방식으로 체결된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진 저금리 기조도 보험사들이 보험 리모델링을 권하는 ‘보이지 않는 이유’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2월 2%로 변경한 이래 약 17개월을 유지했다. 지난 7월 2.25%로 기준금리를 변경하긴 했지만 여전히 초저금리 수준이다. 자산운용 구조상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보험사들은 자산운용 수익률이 감소한다. 반면 고금리 시절 판매했던 상품에 지급하기로 한 약정이자율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이자 부담은 커진다.

어쩔 수 없이 보험을 해약해야 한다면 보험 리모델링보다는 보험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컨대 감액완납제도나 자동대출납입제도 등을 활용하면 비효율적인 보험 리모델링보다 이익이다. 참고로 감액완납제도는 애당초 가입한 계약의 보장기간과 지급조건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장금액만 낮출 수 있는 제도다. 자동대출납입제도는 기존에 자신이 납부한 상품의 해약환급금 범위 안에서 회사가 보험료를 대신 납부하는 제도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예전에 가입한 보험 상품은 대체적으로 예정이율이 높아 보험료가 싸고 지속적인 보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 보험에 가입하는 것보다 유리한 경우가 많다. 또한 생명보험과 건강보험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보험료가 비싸지고 재가입이 어렵다”며 “보험 리모델링을 해주겠다는 말만 믿고 무턱대고 보험을 해약할 경우 손해를 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바람직한 보험 리모델링 사례
중복 가입 없애고 사망보험 늘려

35세 부인과 5살, 1살 두 자녀를 두고 있는 A씨(38) 가정의 보험가입 현황은 이랬다. A씨는 건강(알리안츠)과 종신(메트라이프), 연금(교보생명)보험을 고루 들었다. 전문가 조언에 따르면 건강보험은 합격점. 10년 납입 뒤 70세까지 보장받는다는 내용으로 2011년 12월 완납하면 70세까지 혜택을 누린다. 평균수명에 비해 보장기간이 짧다는 점이 아쉽지만 종신보험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연금보험은 무난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소득공제용으로는 적합하다는 것. 다만 70세 이후 받을 연금액이 많지 않고 연금수령 때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은 마이너스 요소다. 지인의 권유로 가입한 종신보험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월 13만원씩 납입해 총 납입보험료는 960만원이지만, 만기환급금은 627만원으로 현저히 적다. 본인 사망 시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3000만원에 불과하다. 부인이 가정주부인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부인의 보험 가입 현황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29세 때 가입한 종신보험(푸르덴셜)은 남편보다 보장내용이 더 좋았다는 게 곽귀자 메트라이프 플래너의 설명이다. 2004년부터 보험사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폐지된 뇌경색도 포함돼 있고 사망보험금도 5000만원이나 된다. 총 납입보험료가 2000만원인데 해약환급금은 3300만원대로 현저히 높다. 변액연금보험(미래에셋)도 괜찮다는 평가. 그러나 역시 지인의 권유로 가입한 의료보험(동부화재)은 의료실손보험뿐 아니라 생명보험까지 돼 있어 불필요한 중복 가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리모델링 결과, A씨 종신보험 중 의료비 특약이 과다했다. 13만4000원에서 10만2000원으로 보험료를 줄이고 보장도 다소 줄였다. 그러나 가장인 A씨가 60세 이후 사망할 때 받을 수 있는 보험금 3000만원은 남은 가족의 생계를 보장하기엔 부족했다. 사망 이후 보상금을 2억원으로 늘렸더니 A씨의 종신보험료는 25만원으로 늘어났다.

가족 전체 의료실손보험 추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침 둘째 아이를 낳으면서 가족 전체에 대한 의료비 보장을 강화했다. 부인 이름으로 가족 의료 실비 보험 8만원짜리를 들어 전체 가족이 모두 실비 보장을 받도록 했다. 다만 중복 가입 성격이 짙은 동부화재 건강보험을 해약했다. A씨 가정의 전체 보험료는 11만원가량 늘었다. 리모델링 이후론 질병에 걸렸을 때의 치료비를 확실하게 받을 수 있고, 가장 사망 시 보장금이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문희철 기자 reporter@mk.co.kr / 명순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75호(10.10.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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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4 09:49:24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