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일반적상식

무엇이 친환경 기술인가

ngo2002 2010. 9. 8. 10:47

[디지털3.0] 무엇이 친환경 기술인가

지난달 세계 이목은 유럽의 작은 섬나라 아이슬란드에 집중됐다. 화산과 빙하가 공존해 아름답기로 소문난 이곳에서 화산 폭발이 일어나 유럽 전역에 항공대란을 일으켰던 것. 이미 몇 주 전 일로 과거의 일이 돼버린 이 사건에 필자가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첫 번째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아이슬란드의 화산 폭발 배경은 지구 온난화가 큰 원인이었다는 점이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빙하가 감소하면서 마그마 활동이 활성화돼 아이슬란드의 화산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게 됐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무시무시한 나비 효과의 공포다. 우리는 머나먼 이국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 사고가 유럽은 물론 세계를 일시에 혼돈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실제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다. 세 번째는 세계는 어떤 위기도 극복할 수 있는 탁월한 기술들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건 즈음 필자는 '유럽 항공 대란…. 온라인 영상회의 활기' 제하의 기사에서 세계 각국 정부는 물론 기업들이 유럽을 직접 찾는 대신 인터넷 전화와 첨단 영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필요한 업무를 유연하게 처리했다는 소식을 접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사고 속에서 지구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함께 공동의 책임의식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새로운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는 데 노력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쾌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그동안 발전시켜 온 다양한 기술들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하는 방안에도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왜 세계를 실시간으로 이어주는 인터넷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춰 놓고도 비행기 운항이 멈추기 전에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가. 또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 장비들의 경우 실시간으로 에너지 사용 실태를 파악해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왜 이를 적용하지 않는가. 빌딩을 건축할 때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인프라스트럭처상에 조명이나 엘리베이터, 냉난방 시스템 등 빌딩에서 전력을 소모하는 각각의 요소들을 모두 통합함으로써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데도 왜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는가.

이 밖에도 컴퓨팅과 네트워킹 인프라스트럭처를 통합해 최근 전기 먹는 하마의 대명사로 널리 인식되고 있는 데이터센터를 친환경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시장에 선보이고 있는데도 왜 선뜻 이를 수용하지 않는가.

필자는 진정한 그린 IT는 한계를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 즉, 환경을 생각하는 기술은 기술 그 자체에서보다는 사람들의 의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영상회의 시스템이 좋은 예다. 영상회의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현실화돼 활용돼 온 기술이다. 하지만 정작 친환경 툴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 전부터다. 시스코도 '고유가' 시대에 출장 비용을 크게 줄이는 동시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핵심 툴로 자리매김시키겠다며 기존 시스템의 약점을 보완하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탄생한 것이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다. 시스코는 2006년 4월 이를 도입한 이래 최근까지 약 6만3000건의 영상회의를 진행하면서 출장비 2억5300만달러, 영업비 9500만달러를 절감하는 동시에 탄소 배출량을 상당 부분 줄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영상회의 시스템과 같이 새로운 가치를 기다리는 IT 기술이 무궁무진하다. 그 기술의 새 가치를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런 발상의 전환이 뒷받침될 때만이 진정한 그린 IT, 더 나아가서는 지구를 살리는 IT 기술로 가치 있는 자리매김이 가능할 것이다.

[조범구 시스코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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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4 17:33:08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