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3.0] 우대와 홀대사이 오가는 IT정책 | ||||||||||
이처럼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음과 없음' '이편과 저편' '극과 극' '흑과 백' 등으로 양분된 사고보다는 조합적인 시각과 균형 잡힌 감각이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비단 정보통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디지털 경제를 영위하는 리더라면 갖춰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 몇 가지 균형 감각을 나열해 보자. 첫째, 정보통신 기술과 그 활용의 균형이다. IT기술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 없이 IT를 사용할 수 없듯이, 고객과 시장 수요를 이해하지 않는 기술 개발은 무의미하다. 급변하는 IT기술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다양한 활용 방식을 체험해보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정보통신 산업정책에서는 IT839가 대표적인 기술 관점 정책이었다면, 정보화와 e비즈니스는 활용 관점이었다. 아직 IT융합이 기술 개발 차원에 머물러 있어 아쉽지만, 현 정부가 역점으로 제시한 10대 IT융합 전략산업은 IT와 정보통신산업을 자동차, 조선, 에너지 등 주력산업에 적용하여 이들 산업 간 균형 있는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시책으로 기대되고 있다. 둘째, 산업사회에서 IT 활용은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데 그 본연의 목적이 있다. 또 동전의 양면과 마찬가지로 기업과 사회에 IT나 정보시스템이 도입되면 도입될수록 정보와 업무 흐름, 책임소재가 명확해지는 효과도 있다. 미국 기업개혁법 SOX(Sarbanes-Oxley Act)와 국제회계기준 IFRS는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IT 활용을 확대하면 생산성과 투명성, 이들의 균형으로 기업과 사회가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셋째는 더욱 포괄적인 관점으로 IT는 개방과 통제 사이에서 갈등한다. 웹2.0, 공개소프트웨어, 인터넷 자유주의가 개방과 공유, 참여와 협력을 강조하지만 정보 보호, IT기술 자산주의, 그리고 인터넷 실명제는 통제와 관리, 권리와 책임을 주장한다.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면 우리는 이들 사이에서 사안별로 균형 잡힌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디지털 균형 감각이 필요한 또 다른 분야는 국익과 국제화 부문이다. 우리 IT산업을 육성하고 신성장동력 기술을 개발해 보급하는 노력이 국제적 산업경쟁질서에 부딪히는 일이 많다.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콘텐츠산업 핵심역량의 90% 이상을 보유한 미국과 FTA까지 체결한 마당에 G20 국가 중 하나인 우리가 이중적인 자세만을 견지하기는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IT를 보는 시각에도 되씹어 볼 만한 극과 극이 있다. 정보통신에 대한 우대론과 홀대론이다. 지난 정권 시절 각종 우대와 특혜를 받는다는 눈총까지 받았던 정보통신 분야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상황이 반전되었다. 정통부가 없어지고, 수많은 IT 구호가 사라지며 각종 홀대론이 쏟아졌다. 우대가 홀대로 바뀐 이유를 디지털 균형 감각으로 숙고하자. 첨단 IT기술 개발 명목으로 시장논리를 무시했는지 생각해보자. 정부의 풍요한 연구개발 자금과 수많은 정책적 지원에 화답했는지 되돌아보자. 인터넷과 IT의 사회적 책임에 둔감했는지 자성하자. 특정 집단에 대한 우월적ㆍ우호적 사고로 주변 산업과 기업, 학과, 부처, 전문가들을 포용하지 못하였는지도 곱씹어 볼 일이다. 다시금 찾아온 IT 순풍을 맞아 '대한민국의 영원한 힘, IT'라는 슬로건이 무색하지 않게 하는 것은, 우대받기도 하고 홀대받기도 했던 정보통신 관련자들 몫이다. [임춘성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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