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일반적상식

애플같은 혁신 기업 많아져야

ngo2002 2010. 9. 8. 10:15

[디지털3.0] 애플같은 혁신 기업 많아져야

1980년대 초 미국 유학시절만 해도 한국산 컬러TV를 백화점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필자는 다행히도 필라델피아 근교 양판점의 후미진 구석에서 당시 가장 저렴한 210달러짜리 로터리 방식의 한국산 TV를 살 수 있어 매우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30년가량 지난 지금 샌프란시스코에서 공부하고 있는 어느 유학생은 한국산 LED TV를 너무 사고 싶지만 학생 신분으로는 부담이 돼 도저히 살 수 없다고 한다. 이를 보면 30년이라는 세월이 정말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IT강국' 그리고 '한류열풍'은 모두 반세기 만에 우리가 이루어낸 성공한 역사임에 틀림없다. 앞으로 30년 후 우리의 손자가 외국에서 TV를 산다면 상황은 어떻게 바뀌게 될지 궁금하다.

2005년 말 발표한 골드만삭스 보고서가 이에 대한 대답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에 따르면 2050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8만달러를 넘어 미국에 이어 2위가 된다는 것이다. 워낙 우리 국민 모두가 5년 단위의 공약과 비전에 익숙해져서 지금부터 40년 후의 장밋빛 전망에 대해 현실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에서 2만달러로 20배 성장한 것을 보면 앞으로 40년 동안 2만달러의 4배에 불과한 8만달러가 되는 일이 불가능한 전망은 아닐 것 같다. 물론 그 시점에서의 경제 규모는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인구대국에 뒤질 것으로 예측되지만 생활 수준만큼은 현재의 G7 국가들을 제치고 세계 최고 수준이 된다는 것이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1인당 국민소득이 가장 높은 환경에서도 경쟁력 있고 유지 가능한 우리의 IT산업은 어떤 모습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우리의 IT산업이 애플 같은 혁신적 기업을 많이 창출하는 데 있다. 미국의 인건비가 아무리 높아도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 등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 시장에 내놓고 있고, 제품개발과 생산은 개방형 혁신체제를 통해 전 세계 어디든지 자유롭게 옮겨 다닌다. 이들은 단지 자유롭고 창의적인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지식재산을 기업의 핵심적인 자산으로 관리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해 나갈 뿐이다.

사실 한국인의 기질로 보면 애플 같은 기업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예술과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기본적으로 소위 '끼'가 있어야 하는데 비보이, 원더걸스 등 한류가 동남아에서 미국 등 선진국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면 이런 재능을 십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재능과 IT 기술력이 융합되면 폭발적인 파워가 나올 수 있을 텐데 문제는 이들을 위한 사회적, 제도적 기반을 잘 만들어주지 못하는 데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기반 중 하나는 지식재산의 보호다. 부동산과 같은 유형의 자산과 마찬가지로 예술작품이나 소프트웨어, 새로운 IT산업 기술 같은 무형의 지식재산에 대해서도 충실한 법적 보호가 되지 않으면 시장경제체제는 사상누각이 된다.

우리의 목표는 이제 'IT 제조강국'에서 'IT 지식재산강국'으로 옮아가야 하며 지구촌 어느 곳이든 우리의 새로운 제조 기지와 연구개발 기지가 되는 유연한 개방형 체제를 갖추되 지식재산의 창출과 보호에서는 가장 선진적인 나라가 되어야만 골드만삭스의 전망대로 2050년 국민소득 세계 2위도 실현될 것으로 생각한다.

[백만기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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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1 17:21:32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