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일반적상식

종합편성채널사업 성공하려면

ngo2002 2010. 9. 8. 10:14

[디지털3.0] 종합편성채널사업 성공하려면

지난달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을 추진하겠다는 발표가 있은 직후 시장에서의 움직임이 매우 바빠진 듯한 느낌이다. 솔직히 지난 1년간 정부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를 추진하겠다고 했을 때 냉랭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이제 방송사업은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니라며 냉소적이었던 사업자들조차도 다시 생각해 보는 것 같다.

방송법 개정을 통해 종합편성채널 사업이 현재의 견고한 지상파방송 독과점 구조를 완화하고자 하는 정부의 핵심사업임이 분명하게 드러난 반사효과일 것이다. 물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정책 투명성의 결과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국책사업이므로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그동안 종합편성채널에 대해 시큰둥했던 대기업들과 미디어 관련 기업들도 이미 벌어진 판에서의 행보를 놓고 주판알을 굴리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문제는 이렇게 너도나도 남들이 하니까 덩달아 하는 분위기가 바람직한가 하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다양성을 명분으로 명함만 걸어 놓았던 허수가 실제 심사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게다가 그럴듯한 공익성이라는 이름으로 사업능력과는 거리가 먼 후보들의 목소리가 더 큰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된 이유는 1991년 SBS 출범이 우리에게 남긴 '방송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잘못된 신화 때문이다. 때문에 1994년 지역민방과 케이블TV, 2000년 위성방송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일단 진입하고 보자'는 식의 후보자 과잉 현상을 낳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당시 정부는 후보자 간 자율적 합종연횡을 유도하는 '그랜드 컨소시엄'이라는 형태로 해결했다. 그 이후 신규 방송사업은 마치 그랜드 컨소시엄이 공식처럼 여겨지게 되고 말았다.

이러한 그랜드 컨소시엄의 결과는 어떠했는가? 한마디로 모든 신규사업자의 경쟁력 상실이라는 부정적 결과로 나타났다. 이미 퇴출된 경인방송, 초기에 엄청나게 고전했던 디지털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위성DMB TU미디어를 보면 초기 3~4년 만에 자본경색에 부딪혔고 출자한도 때문에 어쩌지 못했던 공통 경험을 가지고 있다.

솔직히 이들 사업자의 1대주주가 얼마나 막강한 자본력을 가지고 있는가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주주구성의 다양성과 이른바 밸류체인(value chain)상의 시너지효과 같은 허울 좋은 이상형보다는 누가 최소한 4~5년간 버틸 수 있는가 하는 안정적 투자의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종합편성채널 사업은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사업이다. 또 성공한다해도 아마 최소한 3~4년 이상 지나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일종의 국책사업처럼 인식되고 있는 종합편성채널 사업 성공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강력한 정책적 지원을 하게 될 것이다.

합리적인 제도는 아니지만 의무전송제도도 당분간 유지할 것이고, 편성이나 광고제도에서의 비대칭 규제도 일정 부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어쩌면 이 사업이 성공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종합편성채널 성공 여부는 얼마나 경쟁력 있는 사업자가 몇 년간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허울 좋은 주주구성의 다양성이나 현실성 없는 밸류체인상의 시너지효과와 같은 보기 좋은 그림보다는 '우리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향후 몇 년간 굳건히 버틸 수 있습니다'라는 현실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 방송사업은 TV 수상기에 비치고 있는 화려함과는 전혀 다른 전쟁터인 것이다.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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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0 17:09:43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