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1.10.21 07:01 수정 2021.10.20 18:43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흑삼・홍잠 등으로 기능성 업그레이드
노령견 겨냥한 건강기능식품 주목
수입 의존도 높은 사료시장에 단비
반려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반려견의 노령화도 함께 진행 중이다. 노령견의 건강을 위해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국내산 농산물로 만든 맞춤형 사료가 주목을 끌고 있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최근 5년 사이에 우리나라 반려동물 시장은 몸집이 점차 거대해지고 있어. 단순히 기르는 개념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하나의 산업군으로 성장하는 모습이야. 특히 사료시장은 좋은 재료를 첨가한 프리미엄급 사료 전쟁이 한창이야. 하지만 대부분 사료들이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어 국내 업계의 부침이 큰 상황이지. 이런 가운데 농촌진흥청이 지난 2년간 연구한 사료가 주목을 받고 있어. 머지않아 국내 사료가 해외로 역수출되는 그런 시기가 머지않았어.”
반려동물 시장은 하나의 블루오션이다. 사료에 집중돼 있던 산업은 가구, 가전, 금융, 여행 등 모든 분야에서 관심을 보이며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7년 2조300억원에서 2027년 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산업 증가와 더불어 반려동물 양육가구 비율은 지난해 기준 27.7%에 달한다. 이같은 수치라면 올해 30%를 무난하게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려동물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사료’ 분야는 첨단기술까지 동원하며 주도권 경쟁이 한창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절대강자가 없다.
최근에는 밀웜과 동에등애 등 식용곤충을 활용한 곤충사료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 만 해도 재료의 부산물로 만들어졌던 반려견 사료는 이제 다양한 영양성분을 첨가한 고품질 제품으로 탈바꿈 됐다.
여기에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반려견이 더 건강하고 오래 함께 할 수 있도록 과감한 지출을 마다하지 않는다. 농촌진흥청이 노령견을 대상으로 사료를 연구하게 된 배경이다.
◆수입 의존도 70%…절대강자 없는 ‘춘추전국시대’
반려동물 산업군에서 가장 치열한 곳은 역시 사료시장이다. 국내 반려동물 식품 시장규모(반려견・반려묘 포함)는 2018년 8억9000만원에서 2019년 1조26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런 흐름이면 내년에 2조원 시장을 훌쩍 넘어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내 사료시장은 ‘춘추전국시대’다. 특정 브랜드가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는 곳이 없다. 다만 수입 브랜드 의존도가 높다보니 국내 업체는 설 자리가 부족하다.
김기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연구팀 농업연구사는 “국내 반려동물 식품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이지만 수입 의존도가 70%를 차지하고 있다”며 “소비자 요구를 충족하는 건강 기능성 반려동물 식품의 국산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농업연구사가 농진청에서 연구 개발한 사료를 살펴보고 있다. ⓒ배군득 기자
실제로 반려동물 식품 수입금액과 물량을 보면 2015년 1억4795만 달러에서 지난해 2억7073만 달러로 1억 달러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물량은 4787만t에서 5937만t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반려동물 식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은 프리미엄 식품 등 식품의 종류가 다양하고 필수 영양성분 함량이 많기 때문이다. 국산보다 품질과 제조과정에 대한 신뢰가 높은 부분도 수입 사료를 선호하는 이유다.
대부분 선진국의 글로벌 반려동물 식품 기업들이 약 100년 이상 오래된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R&D 연구 데이터 기반의 집약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과학적인 식품 개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미국연구위원회(NRC), 미국사료협회(AAFCO), 유럽펫푸드산업협회(FEDIAF)에서는 반려동물의 기초 영양생리 및 식품 영양학적 데이터에 기반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영양소 요구량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반려동물 식품 개발 역사가 짧다. 한국 최초 상업용 반려동물 식품을 출시한 시기가 1983년 제일식품이다. 1860년 상용화를 시작한 영국보다 한참 후에 개발이 시작된 셈이다.
김 연구사는 “국내에서는 축척된 연구 데이터 미비로 외국 자료를 준용하는 수준이다. 기술력 확보에 많은 시간과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며 “아직까지 기초 R&D는 기업차원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더구나 기능성 식품에 대한 과학적 검증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반려견에 지갑 여는 소비자…황금알 ‘노령견’
반려동물 가운데 반려견은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장이다. 우리나라 반려견 평균 연령이 6.1세인데 8세 이상 노령견 비율이 17.9% 수준이다. 반려견을 양육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능성 식품에 눈이 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반려동물 건강 친화적 소비성향이 강해짐에 따라 고품질, 기능성을 강조한 선택 폭이 넓어지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조사한 반려동물 식품에 대한 소비자 지불의향에 대한 설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반려인들은 일반 식품보다 유기농원료를 사용한 식품에 대해 kg당 7253원을, 알러지 물질을 첨가하지 않은 식품에 대해 5868원을, 국내산 원료를 사용한 식품에 대해 2386원을 더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농진청에서는 사료 연구를 위해 비글 32마리와 함께하고 있다. 비글은 세계적으로 공식 실험견으로 활용된다. 비만인 비글의 건강 개선을 위한 다양한 기능성 재료의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배군득 기자
국가 차원에서 사료 연구 개발에 뛰어든 배경도 이같은 흐름 때문이다. 이미 효과가 입증된 국내 농산물을 소재로 건강증진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식품화 기술 개발을 통해 국내 반려동물 식품산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겠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반려동물 식품 연구・개발・생산 기술은 기업 영업비밀이다. 업체마다 기술공개를 꺼린다. 이렇다보니 자본이 충분하지 않는 국내 중소규모 기업들이 자체 연구 개발에는 한계가 있다.
김 연구사는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영양식품 기초 연구 및 식품의 품질, 효능, 안전성 평가를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기술을 개발해 국내 반려동물 식품 관련 업체들이 기술이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 중”이라며 “반려동물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시장 성장 등을 고려했을 때 기능성 반려동물 식품 시장 또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노령견 사료의 끝판왕…국내 건강재료 다 담았다
노령견에서 나타나는 질병들은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가장 유의할 부분이 ‘비만’이다. 미국 반려동물비만예방협회에 따르면 반려견 중 55.8%가 과체중 또는 비만이었으며 국내 한 동물병원의 조사에서도 반려견의 약 40%가 비만으로 나타났다.
김기현 농업연구사가 비만시 식욕억제신호를 주는 랩틴호르몬의 혈액 내 농도를 분석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반려견 비만은 관절・심혈관계 질환 등 다양한 질병과 연관된다. 수명 단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체중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이런 반려견 비만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능성 사료 개발에 착수했다. 가천대학교와 협업해 흑삼과 홍잠 복합물로 만든 반려동물 식품을 반려견에게 먹였을 때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고열량으로 급여한 반려견 그룹 가운데 흑삼과 홍잠 복합물 식품을 급여한 그룹이 급여하지 않은 그룹보다 체중 증가율이 8%p 낮았고, 반려견의 지방 축적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인 신체충실지수(BCS) 증가율도 10%p 더 낮았다. 이는 흑삼과 홍잠 복합물 식품이 체중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방증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단백질 소재로 주목받는 유용곤충인 동애등애 유충을 활용해 반려견에 콜레스테롤 저감 효과가 있는 식품도 개발했다.
농진청은 이같은 연구를 통해 식용곤충, 기능성 쌀 등 국내 농산물을 활용, 반려견 간 건강증진, 식이알러지 저감, 면역 증진 등에 효과가 있는 기는성 반려동물 식품 9종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5건 특허출원과 7건 기술이전을 달성했고 2종이 상용화 됐다.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이 최근 기술이전으로 상용화 한 노령견 사료 2종. ⓒ배군득 기자
한편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은 향후 반려동물 기초 영양생리 R&D분야 연구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반려동물 생애주기별 영양소 이용성 평가 연구 수행과 기능성 반려동물 식품 개발에 대한 연구를 고도화 하는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이와 함께 반려동물 생애주기별 기초 영양소 이용성 평가를 추진하고 반려동물 식품원료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에서 수급 가능한 대체 원료 소재 발굴 연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김 연구사는 “지속적으로 국내에서 가용한 기능성 소재를 발굴하고 반려동물에서 건강증진 기능성 효능을 평가하겠다”며 “과학적으로 효능이 검증된 국내 기능성 반려동물 식품 개발을 통해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10월 28일 [新농사직썰⑭]이 이어집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획시리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폐기물의 변신] ② 뜨는 음식물처리기 시장..너도나도 도전장 (0) | 2021.11.15 |
---|---|
[新농사직썰⑭] 건강・매출・맛 사로잡은 ‘한국형 자연치즈 (0) | 2021.10.28 |
[新농사직썰⑫] “모든 식물병 잡아낸다”…국내 최대 식물종합병원 (0) | 2021.10.28 |
[新농사직썰⑪] 품질관리는 과학…생산・수확보다 중요해진 ‘신선도’ (0) | 2021.10.28 |
[新농사직썰➉] 실내 미세먼지 잡는 식물…반려・정서・환경까지 ‘1석3조’ (0) | 2021.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