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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종말(4) - 소득 불평등 심화

ngo2002 2019. 12. 29. 09:48
 
세계화의 종말(4) - 소득 불평등 심화
                                                             
프로파일 김선생 2018. 3. 21. 0:32

세계화가 국가 경제의 효율성을 높여줌으로써 "국부"를 증진시킨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소수 엘리트층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 사람들을 가난으로 몰아넣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득 불평등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 같은 의견으로 수렴될 것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불평등의 정조"가 세계화를 더 이상 긍정적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중 소득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부자는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진다.

"경제 발전의 성과를 소수 엘리트가 독점할 경우, 일정한 시간과 임계점을 넘어서면 반드시 사회의 안정성이 흔들리게 된다. 최근 30년 동안 중산층과 하위층의 소득 변화가 거의 없었던 미국에서처럼, 만약 세계화가 고소득자에게만 이득을 가져다준다면, 세계화는 점점 더 정치적 반대를 무릎서야 할 것이고, 이를 반대하는 보호주의자들 때문에 세계화가 중단될 수 있다." - 프랑수아 브루기뇽 저서 <세계화 시대의 불평등 문제>에서 -

2011년,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운동(2008년 금융위기에 대한 반발 운동)은 장차 일어날 세계화의 위기에 대한 경고였을지도 모릅니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운동
소득의 불평등

미국의 임금소득에서 보면 1980년 이전, 상위 10%의 임금소득은 중위층에 비해 약 80% 정도 소득을 더 받았는데, 1995년이 되면 이 비율이 125%가 됩니다. 미국 의회 예산처 통계에 따르면, 1979년에서 2007년(경제 위기 이전) 사이 평균 가구 소득은 전체적으로 150%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하위 20%의 소득은 37% 성장에 그친 반면, 상위 10%의 소득은 250% 성장하게 됩니다. 즉, 상위 10%가 미국 소득의 증가분에서 거의 절반을 가져가게 된 것입니다.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 역시 미국을 포함한 OECD 국가에서 대부분 증가하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북유럽의 증가세가 눈에 띕니다.) 지니계수가 0.4 이상이면 소득불평등이 심한 상태를 뜻하고, 0.7 이상이면 국가를 유지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부의 불평등

부의 집중화는 소득의 집중화를 훨씬 더 초과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 상위 소득자의 비율을 비교해보면, 아래 표와 같습니다.

 
상위 1% 소득자
상위10% 소득자
소득
자산
소득
자산
1970년
8%
2.5배 증가
20% 
23%
1.7배 증가
64%
2010년
19%
35%
40%
71%

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상위 10% 범위의 소득이 1.7배 증가할 동안, 상위 1% 범위의 소득은 2.5배 증가하였습니다. 상위 0.1% 범위로 보면 약 4배 증가(2.2% → 8.8%) 하였습니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부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쏠린 자산을 기준으로 보면 불평등은 훨씬 더 심합니다. 상위 1% 소득자는 전체 부의 35%를 차지하고 있으며, 소득기준으로는 지니계수가 약 0.38 정도이지만, 자산기준으로 보면 지니계수는 0.83까지 올라갑니다. 상위 10%는 전체 부의 71%를 차지합니다. 
(표 데이터와 아래 그림의 수치는 자료를 찾은 출처에 따라 측정 연도 차이로 수치가 다름을 말씀드립니다.)

이렇게 상위 소득자들의 자산이 증가하는 시기 동안 미국의 중위 소득자들은 오히려 빚만 증가하였습니다. 2001 ~ 2007년 금융위기 전까지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100% → 157%로 급격하게 증가하게 됩니다.

미국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비율

2008 금융위기 이후에는 부채비율이 감소하는데 이때는 강제적으로 자산(대부분 빚더미 주택)을 처분하고 빚을 갚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처분된 자산은 빚을 갚을 필요가 없는 상위 소득자의 자산을 더욱더 증가시키게 됩니다. 또한 경제 부양을 위해 정부에서 금융정책으로 사용한 양적완화는 화폐의 가치를 하락시켜 이 시기에 투자한 상위 소득자들에게 불로소득(금융위기 당시 S&P 지수 1,557 → 현재 2,721, 약 2배 수익)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기업들 역시 수요 감소, 구조조정의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 상승을 유보하였고, 재투자를 하지 않아 부의 재분배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경제 위기가 오면 소득의 불균형이 더 심해진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이외의 OECD 국가 대부분에서 부의 쏠림 현상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신흥국으로 가면 부의 불평등은 더 심합니다. 2000년 초를 기준(자산기준)으로 하면 중국의 지니계수는 0.55, 인도는 0.65, 브라질과 멕시코는 0.78로 매우 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 소득 불평등(상위 1%와 하위 50%의 소득 비중이 비슷해지고 있다.)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 이외에도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와 인종에 따른 임금격차는 2000년대 이후 간격의 축소 속도가 그전보다 완만해졌고, 기회의 불평등과 계층 이동의 어려움은 중,하위층에게 불만을 고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왜 세계화 시대에 소득의 양극화가 심해졌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저는 기술 발전의 이유를 들고 싶습니다.

19세기 산업혁명 시절,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무역에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이 당시 영국이 철강생산에서 증기기관을 이용해 대량 생산하면, 인도 역시 철강산업이 존재하였지만 영국의 생산량의 훨씬 높으므로 인도의 철강산업은 쇠퇴하게 됩니다. 인도는 높은 소득을 주는 공업을 포기하게 되고 농업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이렇게 산업혁명 시대에 혜택을 받은 나라들은 아닌 국가와의 생활수준에서 차이를 벌이고, 군사력에서도 우위에 서게 됩니다.

20세기 말, 냉전체제가 종결되고 서유럽(자본)과 동유럽(인력) 사이에 교류가 활발해집니다. 또한 중국에서는 덩샤오핑이 개방정책을 펼치게 되고 무역 자유화와 각종 자본 규제의 폐지는 저임금, 긴 노동시간, 높은 생산성을 가진 나라로 자본이 이동하게 됩니다. 컨테이너선의 기술혁신으로 수송혁명을 가져오고, 비행기의 보편화로 인적교류도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또한, IT 혁명이 일어나면서 세계가 심리적으로 매우 가까워집니다. 19세기의 집약적 생산이 아닌 전 세계의 공급망을 구축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애플은 설계는 캘리포니아에서 하고, 중국에 있는 폭스콘에서 제조함.) 20세기 말 세계화는 수출과 수입보다 외국자본의 투자와 그에 호응하는 국가의 기업 관리가 선순환을 일으켜 상당수 신흥국에 생활수준의 향상을 가져다줍니다.

즉, 19세기의 기술은 국가 간의 소득격차를 심화했다면, 20세기 말의 기술은 국가 간의 소득격차를 감소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세계화를 통해 혜택을 많이 본 국가들이 존재합니다. 특히, 수출 강국인 중국과 독일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세계화의 혜택을 꾸준히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을 들여다보면 내용은 달라집니다.

20세기형 세계화에서 자본을 가진 나라는 기술 집약적 상품을 생산하게 되고, 노동 집약적 상품은 신흥국에서 생산을 맡게 되었습니다. 높은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고소득 직업과 상품 가격의 경쟁을 요구하지 않는 서비스 직업은 선진국에 유지되고, 단순 반복의 사무직이나 비숙련 노동직은 저임금 노동자를 가진 신흥국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원가 경쟁은 신흥국 뿐만 아니라, 자국 노동자들에게도 요구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중위층 기술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사무직 역시 IT 기술의 발달로 신흥국으로 이동하게 되었고, 자국 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신흥국 수준의 임금을 요구받았습니다. 이렇게 상위 소득자와 중, 하위 소득자의 임금격차는 점점 커져가게 되었습니다.

고용 부문 역시 영향을 주었습니다. 선진국의 기업들은 오프쇼어링 정책으로 자국의 공장을 신흥국으로 이동시켰고, 일자리는 반으로 줄게 됩니다. 또한 세계가 자유무역을 하는 시대에는 전 세계를 대표하는 독점기업이 나타나게 되고, 자국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들은 자연스럽게 문을 닫게 되며, 이 역시 자국의 일자리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프랑스는 1980년부터 2007년까지 제조업에서 매년 70,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세계화 시대의 혜택을 받은 신흥국에서도 소득과 부의 불균형은 심화되었습니다. 선진국 자본의 유입으로 발달한 제조업의 부흥은 농업 중심 산업의 일자리에서 고소득 일자리로 이동하게 되면서 인구의 이동이 일어나게 되며, 토지를 소유한 자본가들에게 막대한 부를 안기게 됩니다. 또한, 자본가와 고학력자들은 선진국의 산업을 벤치마킹하여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직업을 얻게 되거나, 아예 기업을 만들어 버리며 자국의 저임금 노동자들과의 소득격차를 벌리게 됩니다.

소득 불균형이 21세기 세계화에 미치는 영향은?

먼저 기술의 발달 측면에서 보면, 19세기 증기기관, 20세기 IT 혁명에 따라 세계의 교류 형태는 달라졌습니다. 21세기는 AI와 로봇의 등장이 세계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됩니다. 20세기 말 저임금, 긴 노동시간, 생산성을 찾아 간 신흥국은 AI와 로봇의 등장으로 자본을 가진 선진국들에게 더 이상 메리트가 없어졌습니다. 예전보다 높아진 신흥국의 임금은 오프쇼어링 정책의 명분을 사라지게 만들었으며, 리쇼어링 정책을 통해 자국으로 복귀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법인세 감면으로 기업들에게 많은 혜택을 부여하며 기업의 자국 복귀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자국의 산업이나 일자리 측면에서 보면, 세계적으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산업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이며 노동집약적 특성으로 경쟁력이 약화되었거나 소멸되었던 산업은 경제적 또는 물리적 장벽을 통해 국가의 보호 아래 다시 산업을 육성해 나가는 방향을 취할 것입니다. 또한, 현재의 미국처럼 타국의 기업에게 미국내에 공장을 세우고 일자리를 창출하게 함으로써 자국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해주는 정책을 펼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는, 세계화가 축소될 것 같다는 관점에서 말씀드린 부분입니다. 사실 이 이유 하나만으로 보호무역이 타당성을 가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오히려 보호무역으로 가게 되면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진국 입장에서 보면 신흥국에서 가져오는 수입품 대부분이 생활에 밀접한 물건이고, 보호무역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함께 내수의 경직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AI와 로봇으로 대체되는 일자리 역시 신흥국에 빼앗긴 일자리를 자국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확신도 없습니다. 또한 전 세계의 무역은 제로섬 게임과 같기 때문에 자국이 막은 수입품은 자국의 수출에도 영향을 줄 것입니다.

신흥국 입장에서는 보호무역은 절대 막아야 할 일입니다. 선진국은 내수시장의 소화능력이라도 있지만, 신흥국은 보호무역 아래에선 쇠퇴의 길을 걸을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19세기 비교우위에 의한 국가간의 격차가 심화될 것입니다. 사실 위 내용을 차치하고서라도 이런 방식으로 불평등이 해소된다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한 재분배 정책이 오히려 더 큰 효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 소득불평등의 심화가 세계화의 종말을 야기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인가?
KDI의 연구 보고서 "세계화, 국가 내 소득 불균형의 원인인가"의 내용을 아래 인용합니다.

세계화를 반대하는 세력과 논리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선진국들의 노동조합으로, 이들의 논리는 세계화로 인해 다국적기업들의 생산기지가 임금이 저렴한 개도국으로 옮겨지면서 선진국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임금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환경단체들로서, 이들은 경제성장 자체가 환경을 파괴하는 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세계화로 인한 다국적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은 각국의 환경정책에 악영향을 주어 궁극적으로 환경을 파괴한다고 믿고 있다.
셋째는 세계화가 빈곤 국가들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하는 자들로서, 이들은 세계화는 잘 사는 나라들은 더욱 잘 살게 하고 못 사는 나라들은 더 못살게 함으로써 국가 간 소득 불균형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국가 간 소득 불균형의 해소를 위해 세계화를 저지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세계화가 한 나라 안에서 상대적 빈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득 불평등의 심화가 세계화를 위협하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지만,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유로존의 갈등과 대규모 이민 사태, 전 세계의 분쟁 심화, 중국과 러시아의 부상, 기술발전에 따른 극단주의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오늘도 글이 많이 길었습니다. 글이 길다는 것은 지식의 얕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반성하며 포스팅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