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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齒牙

ngo2002 2010. 7. 14. 15:03

[한자로 보는 세상] 齒牙 [중앙일보]

2010.07.05 00:45 입력 / 2010.07.05 09:02 수정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다섯 가지 기준을 옛날에는 오복(五福)이라고 했다. 규정하기에 따라 내용이 다소 다를 수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의 기준으로 흔히 꼽혔던 게 치아(齒牙)의 건강이다. 늙어서도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치아 건강이 행복한 삶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고 본 것이다.

우리말 ‘이’는 치아의 통칭이다. 그러나 치와 아는 다르다. 치는 앞니와 송곳니 등 씹는 동작보다는 끊는 행위에 필요한 이다. 음식물을 물어 끊는 절단(切斷)의 기능이 강해 일반적으로 절치(切齒)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에 비해 아는 음식물을 씹어 잘게 분쇄하는 절구통 역할의 이다. 요즘 치과의학 용어로는 절구통처럼 생긴 이라는 뜻에서 ‘구치(臼齒)’라고 부른다.

‘이’는 생명의 상징이다. 말(馬)은 특히 난 이빨 수와 빠진 이빨 수를 보면 연령이 그대로 측정되는 동물이다. 네 살 때 이빨 두 개, 다섯 살 때 네 개, 여섯 살 때 여섯 개가 난다는 식이다. 또 빠질 때도 연령에 따라 일정하게 빠진다. 사람의 경우도 비슷하다. 나이가 들면 이가 점차 빠져 없어져 버린다. 연치(年齒)라는 말이 나이를 뜻하는 단어로 자리를 잡은 이유다. 역시 같은 의미의 ‘연령(年齡)’이라는 한자 단어 속의 ‘령(齡)’에도 ‘이 치’라는 글자가 들어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가 모두 빠진 상태가 진치(盡齒)다. 나중에는 ‘이’가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사는 ‘장수(長壽)’의 의미로 변했다. 서치(序齒)는 서로 나이를 대보는 동작이다. 나이 많고 적음의 장유(長幼)를 가리는 일이다. 옛 중국에는 ‘상치(尙齒)’라는 이름의 모임이 있었다. 나이 든 노인들을 예우하고 모시는 모임이다. 일종의 경로회(敬老會)라고 보면 된다. 어쨌든 치아는 사람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다. 아울러 ‘이’가 많이 빠지면 얼굴이 여기저기 움푹 들어가 면상(面相)을 망친다. 생명력 넘치는 삶, 건강미 넘치는 외형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것이 이들 치아다.

유명 연예인이 다량의 이를 뽑아 군대를 면제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실이 아니기 바란다. 삶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이 대중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이 사회에는 아주 불길한 징조이기 때문이다.

유광종 중국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