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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華陽

ngo2002 2010. 7. 14. 14:43

[한자로 보는 세상] 華陽 [중앙일보]

2010.05.24 00:20 입력 / 2010.05.24 09:44 수정

서울의 옛 한자 이름 한양(漢陽)은 한강의 북쪽을 뜻하는 명칭이다. 북한산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그 산의 남쪽이라는 뜻이다. 보통 지명에 나오는 양(陽)이라는 글자의 새김은 ‘산남수북(山南水北)’이다. 산의 남쪽, 물의 북쪽이다.

중국 지명 중에 있는 기양(岐陽)이라는 도시는 ‘기산(岐山)의 남쪽’이라는 뜻이고, 역시 중국 고대 왕조의 중요 수도였던 낙양(洛陽)은 ‘낙수(洛水)의 북쪽’이란 뜻이다.

서울 성동구 화양(華陽)동의 이름도 이와 같다. 그 출전은 『주서(周書)』다. “말을 화산의 남쪽으로 돌리다(歸馬于華山之陽)”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주(周)의 무왕이 은(殷)나라 주왕(紂王)을 공격해 없앤 뒤 천하의 패권을 쥐게 된 뒤의 얘기다. 그때 피비린내 나는 전쟁보다는 평화를 염원했던 무왕이 전쟁에 동원했던 말들을 볕 바른 화산(華山)의 남쪽에 모두 놓아줬다는 내용이다.

이후로 ‘화산 남쪽’이라는 뜻의 화양이라는 단어는 평화를 희구하는 간절한 마음을 뜻하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조선 세종(世宗)은 재위 14년인 1432년에 지금의 서울 화양동 110번지 32호의 민중병원 서쪽 언덕 자리에 화양정(華陽亭)을 세운다. 세종도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우람한 크기에 멋진 모습이었다고 한다. 화양동이라는 이름이 생겨난 연유다.

예부터 간과(干戈)라는 말은 전쟁을 뜻했다. 방패 간(干)에다가, 창같이 생겼으나 앞머리가 살짝 구부러진 형태의 무기인 과(戈)가 합쳐져 생긴 단어다. 그 반대는 옥백(玉帛)이다. 옥돌과 비단이라는 뜻이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평화가 유지됐을 때 서로 주고받는 예물(禮物)로 쓰였던 물건들이다. 따라서 옥백은 전쟁이 멈추고 평화롭게 사절(使節)이 나라와 나라 사이를 오가는 시절을 뜻했다. 그래서 평화의 상징이다.

“무기를 옥돌과 비단으로 만든다(化干戈爲玉帛)”는 말은 결국 “말을 화산의 남쪽으로 돌린다”는 말과 동의어다. 모두 평화에 대한 강한 바람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섣부르게 평화를 구가(謳歌)할 때가 아니다. 천안함 사건의 배후가 밝혀지면서 더 그렇다. 말의 고삐를 더 단단히 잡고, 창의 날 끝을 날카롭게 벼려야 한다. 위협적이면서 모험적인 북한 정권이 존재하는 한에는 그래야 한다.

유광종 중국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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