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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漢)나라를 세운 유방(劉邦)이 고향인 패(沛)현에 들러 금의환향(錦衣還鄕)을 축하하는 잔치를 벌였다. 거나하게 술에 취한 유방은 이렇게 노래했다.
“침대맡의 밝은 달빛, 땅 위의 서리인 듯. 고개 들어 밝은 달을 바라보고, 머리 숙여 고향을 생각하네.(床前明月光, 疑是地上霜, 擧頭望明月, 低頭思故鄕)”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당(唐)나라 시인 이백(李白)의 시 ‘정야사(靜夜思)’다.
중국의 문인들은 고향을 여러 아칭(雅稱)으로 읊조렸다. 『시경(詩經)』은 고향을 상재(桑梓)라 노래했다. 부모들이 담 밑에 뽕나무(桑)와 가래나무(梓)를 심어 자손들이 쓰게끔 배려해서다. 가산(家山), 재리(梓里), 고국(故國), 향정(鄕井), 향방(鄕邦), 향관(鄕關), 향국(鄕國), 향곡(鄕曲)이 모두 고향이란 뜻의 시어(詩語)들이다. 중국에서는 고향을 고리(故里)로 더 많이 부른다. “고향의 큰 나무 바라보며, 북쪽 다리에서 헤어지니 영원한 이별이구나.(視喬木兮故里, 決北梁兮永辭)” 남북조시대 양(梁)나라의 시인 강엄(江淹)이 이별을 노래한 ‘별부(別賦)’에 나오는 구절이다.
고향에 대한 애틋함이 지나쳐서일까? 중국에서는 최근 명인들의 고향 쟁탈전(故里之爭)이 한창이다. 폐월(閉月, 달이 부끄러워 얼굴을 가리다는 뜻) 초선(貂嬋), 『삼국지』의 명장 조운(趙雲 : 조자룡)에 이어 『금병매(金甁梅)』에 나오는 소설 주인공 서문경(西門慶)까지 등장 인물도 화려하다. 명인이 잠시 살았던 고거(故居)를 놓고 생가(生家)라 우기는 곳도 많다. 지방 정부들이 관광 수익을 늘리기 위함이 주된 이유다.
최근에는 이백의 고향 싸움이 엉뚱하게 혐한론으로 불똥이 튀었다. 중국의 한 지방신문이 ‘이백은 우리 조상’을 주장하는 특집면을 만들며 ‘서울대 모 교수가 이백은 한국인이라고 주장했다’는 허위 기사를 실었다. 이에 네티즌들은 한국을 비아냥대는 댓글을 쏟아냈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요, 도둑이 도둑 잡으라 소리치는(賊喊捉賊, 적함착적) 격이다. 중국의 집안 싸움에 한국은 끼어들 생각이 없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