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핫이슈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했다. 펜타곤도 공격을 당했다. 그날 하루 동안 미 국방부만도 각종 언론에 총 1만 번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맨해튼에 소재한 금융사와 여러 항공사의 PR팀들은 사상 초유의 위기 사태를 맞아 고객들을 상대로 홍역을 치러야 했다. 9·11은 ‘예측할 수 없는 사태를 반드시 예상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한·중·일 3국은 미국에서 만들어져 태평양을 건너온 신조어 PR을 모두 다르게 해석한다. 일본은 광보(廣報), 한국은 홍보(弘報), 중국은 공관(公關)인 식이다. 큰 뜻은 같다. 개인 혹은 국가나 기업과 같은 조직이 자신에 대한 공적인 신뢰와 이해를 획득하기 위해 벌이는 일련의 활동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관계(關係)에 강한 중국만 공공관계(公共關係)로 직역한 뒤 공관이란 약칭을 사용한다. 개혁·개방 이후에 부상한 신조어다. 중국식 공관에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뉘앙스도 덧붙었다.
홍(弘)은 본래 활(弓)과 크다(宏·굉)가 합쳐진 글자다. 활시위 소리, 크다, 넓히다는 뜻이다. 제갈량(諸葛亮)의 출사표(出師表) 가운데 “뜻 있는 선비들의 기개를 크게 넓혀야 합니다(恢弘志士之氣)”라는 용례가 보인다. 홍복(弘福)은 복을 펼치는 것이고, 홍복(洪福)은 큰 행복이다.
보통 기업의 홍보실은 고객과 언론을 최일선에서 상대한다. 자사에 불리한 정보를 시정하며, 유리한 소식은 널리 알리는 것이 업(業)이다. 관(官)이 국민에게 나랏일을 알리는 건 공보(公報)다. 최근 천안함 사건, 4대 강 사업, 세종시 문제에서 정부의 공보 기능이 우왕좌왕(右往左往)하고 있다. 국민과 호흡하고 관계를 맺는 제대로 된 공관이 필요할 때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