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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漁父)가 재미를 보는 경우 역시 전국책에 나온다. 도요새(鷸)는 조개(蚌蛤)의 속살을 물고, 조개는 도요새의 부리를 문 채 입을 닫아 둘 다 꼼짝도 못하는 방휼지세(蚌鷸之勢)를 이뤘다. 이를 본 어부는 둘 다 잡아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었다.
북한이 중국 여행사 등 남북한이 아닌 제3국의 업체를 이용해 금강산 관광을 추진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남북 다툼에 제3자가 이득을 챙길 모양새다. 그러나 이 경우엔 농부든 어부든 제3자도 새겨야 할 말이 있다. ‘목이 말라도 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는다(渴不飮盜泉水)’는 공자 말씀이다.
공자가 산둥성 사수(泗水)현을 지날 때다. 몹시 목이 말랐다. 마침 샘을 만났지만 공자는 물을 마시지 않았다. 샘 이름이 ‘도천(盜泉)’이었기 때문이다. 예가 아닌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행하지도 말라(非禮勿視 非禮勿言 非禮勿聽 非禮勿動)고 했던 그가 아닌가. 공자는 갈증이 심했지만 도천의 물을 마시는 건 군자가 할 일이 아니라고 여겼다. 이후 도천은 수치스러운 행위를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공자의 제자인 증자(曾子) 또한 하루는 날이 저물어 도착한 곳이 승모(勝母)라는 마을이었지만 그곳에 묵지는 않았다. ‘어미를 이긴다’는 이름을 부도덕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서진(西晉)의 문인 육기(陸機)는 맹호행(猛虎行)에서 읊었다. ‘목이 말라도 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으며, 더워도 악목의 그늘에선 쉬지 않는다(渴不飮盜泉水 熱不息惡木陰)’고. 형편이 어려워도 예(禮)에 어긋난 일은 삼가는 게 좋다는 뜻이다. 금강산 관광은 통일을 내다보는 긴 안목에서 추진하는 남북한 경협(經協)의 상징이다. 남북 관계가 경색된 틈을 이용해 3자를 들이려는 북한이 우선 문제이지만, 3자 입장에서도 상업적 이익만을 생각하고 들어설 자리는 아닐 것이다.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