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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楊柳

ngo2002 2010. 7. 14. 14:27

[한자로 보는 세상] 楊柳 [중앙일보] 2010.04.12 00:18 입력 / 2010.04.12 09:15 수정

양류

버드나무를 한자로 통칭할 때 보통 양류(楊柳)라고 쓴다. 그러나 엄격하게 따지자면 양(楊)과 유(柳)는 다른 나무다. 양은 잎사귀가 다소 뻣뻣하고 가지가 굵어 아래로 처지지 않는다. 위를 향해 올라가는 모양새다. 그에 비해 유는 잎이 가늘면서 가지가 땅을 향해 처진다. ‘수양버들 춤추는 길에 꽃가마 타고 가네-’의 노랫말에 등장하는 수양(垂楊)은 가지를 아래로 향한 버드나무를 가리키는 것으로, 양과 유의 다른 두 나무를 하나로 혼동해 인식한 데서 나온 것이다.

그래도 버드나무로 통칭하는 이 양류는 봄의 대명사다. 물이 흐르는 갯가에 봄물을 흠뻑 빨아들이는 갯버들이 있고, 따뜻한 봄기운에 피워올리는 꽃의 상징으로는 버들개지가 있다. 버들개지는 한자로 보통 유서(柳絮)라고 적는다. 다사로운 봄 하늘에 눈처럼 휘날리는, 솜뭉치처럼 생긴 버드나무 꽃이다.

버들개지 흩날리는 정경을 읊으면 영서다. 원래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를 버들개지 휘날리는 것과 같다고 해서 나온 단어다. 빼어난 감성에다 뛰어난 재주를 갖춘 여성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버드나무 가지를 꺾다’는 뜻의 ‘절류(折柳)’라는 단어에는 헤어짐과 그 아쉬움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별을 노래했던 과거 중국의 숱한 문인은 이를 단골 소재로 활용했다. 과거의 중국에서는 가족·친지 등과 헤어질 때 이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서 건네주던 습속이 있었다.

버드나무를 일컫는 한자 유(柳)는 머무른다는 뜻의 유(留)와 동음(同音)이다.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서 상대에게 건네는 행위에는 ‘그대 떠나지 말고 머물기를 바란다’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그래서 봄을 그리는 중국의 시사(詩詞)에는 ‘버들개지가 눈처럼 이리저리 날리는 날에 버드나무 가지 꺾어 이별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 정경(情景)이 자주 등장한다.

봄은 생명이 움트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늘 남아 있는 자와 떠나는 사람의 정서가 엇갈려 남다른 심사(心思)를 불러일으키는 때이기도 하다. 누군가 그랬다. ‘해마다 피는 꽃은 같지만, 사람은 다르다(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고.

천안함 사고로 조국에 몸을 바치고 스러져간 장병들과 그 가족의 이야기가 모두 슬프다. 이 봄이 따뜻하고 편치만은 않은 이유다.

유광종 중국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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