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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西周) 시대 사람들은 천(天)을 최고신(最高神)으로 섬겼다. 천의 뜻이 ‘천명(天命)’이고, 천명을 지상에 실현하는 이가 ‘천자(天子)’이며, 천자가 통치하는 곳이 ‘천하(天下)’다. 천하의 안정을 바라는 마음은 ‘천안(天安)’이란 두 글자에 담겼다. 베이징의 천안문(天安門)은 황제가 ‘천명을 받아 나라를 태평하게 다스리고 민심을 안정시킨다’는 뜻을 가졌다.
우리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天安艦)은 ‘천안’이란 지명을 딴 경우다. 그러나 국가의 안정을 희구하는 바람은 한 가지다. 천안함이 침몰했다. 두 동강이 났다. 국민의 마음도 따라서 동강이 났다. 화불단행(禍不單行, 재앙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는다)이던가. 실종자 구조에 나섰던 한주호 준위에 이어 금양호 또한 사고를 만났다.
노자(老子)는 “하늘의 도는 사사로이 치우침이 없어서 언제나 착한 사람의 편에 선다(天道無親 常與善人)”고 했거늘, 도대체 ‘하늘의 도(天道)’는 있기라도 한 것일까. 사마천(司馬遷)은 말했다. “백이(伯夷)와 숙제(叔齊) 같은 착한 사람은 어째서 굶어 죽었는가. 공자가 가장 칭찬한 안연(顔淵)은 어째서 가난에 쪼들리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는가. 반면에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그들의 간을 회 쳐 먹는 등 악행을 일삼은 도척(盜跖)은 어떻게 천수(天壽)를 누렸는가. 도대체 하늘의 도는 옳은 것인가 그릇된 것인가(天道是耶非耶).”
정말이지 천도(天道)의 시비(是非)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답답한 요즘이다. 게다가 사고의 원인마저 아직은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래도 노자의 말을 믿어보자.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疏而不失).” 하늘이 친 그물(天網)은 매우 커서(恢) 언뜻 보기엔 성겨(疏) 보이지만 이 그물에서 빠져 나갈 수는 없다(不失)는 뜻이다. 아무리 교묘한 사고 원인도 끝내는 밝혀질 것이다. 차분하게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