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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作法自斃

ngo2002 2010. 7. 14. 14:04

[한자로 보는 세상] 作法自斃 [중앙일보]

2010.02.25 00:36 입력 / 2010.02.25 09:02 수정

중국 신화 속 해태(獬豸)는 시비(是非)·선악(善惡)을 구별하는 상상 속 동물이었다. 바르지 못한 사람이나 죄인을 보면 뿔로 치받는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나라 해태 상(像)과는 달리 중국의 해태에는 머리 중앙에 커다란 뿔이 하나 솟아 있다.

한자 ‘법(法)’에는 이 해태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다. ‘法’의 원래 자는 ‘灋’으로, 여기에 나오는 ‘치(廌)’가 바로 해태의 또 다른 명칭이다. ‘물(水)처럼 공정하게, 해태(廌)가 뿔로 악한 사람을 제거(去)한다’는 뜻이 모여 ‘灋’이 된 것이다. 훗날 쓰기 복잡한 ‘廌’가 빠지면서 현재의 ‘法’이 됐다. 치우침 없는 잣대로 악인을 몰아내는 게 법의 어원이었던 셈이다. 중국 법원 앞마당에 저울을 든 정의의 여신 대신 뿔 달린 해태 상이 세워진 것도 그런 이유다.

형벌을 뜻하는 법을 치국(治國)의 방책으로 끌어올린 사람은 상앙(商鞅·? ~ BC 338)이다. 상앙은 진(秦)나라 재상으로 있으면서 변법(變法)의 정치를 펴 여러 제국 중 하나였던 진나라를 최강국으로 끌어올렸다. 법으로 통일의 기반을 닦은 셈이다.

그에게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할 엄격한 잣대였다. 죄인에게는 무자비할 정도의 형벌이 가해졌다. ‘(목공이 쓰는)먹줄이 굽지 않듯, 법은 귀족에게 아부하지 않는다(法不阿貴, 繩不繞曲)’는 식이다.

상앙은 그러나 자신이 제정한 법으로 인해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귀족들의 반발을 샀고, 결국 쫓기는 신세가 된 것. 국경을 빠져나가려던 그는 한 여관에 들어 하루 묵게 해달라고 청했으나 주인은 “상앙이 만든 법 때문에 모르는 사람을 재워줄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 말을 들은 상앙은 “내가 만든 법으로 인해 내가 죽는구나(작법자폐·作法自斃)”라고 탄식했다. 자업자득(自業自得), 자승자박(自繩自縛)과 같은 뜻의 말이다. 그는 사로잡혀 거열(車裂·사지가 찢기는 형벌)을 당했으나, 여관 앞에서 탄식했던 ‘작법자폐’라는 말은 아직도 살아 있다.

‘세종시법’ 수정안을 놓고 한나라당이 시끄럽다. 자신들이 만들었던 법을 놓고 자중지란(自中之亂)을 보이고 있다. 당 내에서도 ‘작법자폐’라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