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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이 올해 증시 상황을 최근 ‘만절필동’에 비유했다. 중국과 미국의 긴축, 남유럽 재정악화라는 ‘글로벌 삼재(三災)’가 있지만 끝내는 극복할 것이란 전망이다. 주가가 오르기만을 기원하는 증권사의 바람이 담겼다.
만절필동이 가능한 건 ‘바다’라는 ‘그릇’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바다는 아무리 많은 강물이 흘러들어도 넘치지 않는다. ‘태산은 티끌도 마다하지 않고 강과 바다는 작은 시냇물도 가리지 않는다(泰山不辭土壤 河海不擇細流)’고 한 이사(李斯)의 명언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도요타 리콜 사태와 관련, 일본에서 ‘컨설팅의 신(神)’으로 불리는 하세가와 가즈히로(長谷川和廣)는 “도요타 자동차가 그릇 이상의 일을 벌였다”고 꼬집었다. 사업 규모가 도요타가 할 수 있는 ‘그릇’을 초과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이다. ‘가득 차면 뒤집힌다’는 ‘만즉복(滿則覆)’의 상황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사물은 차면 이지러지므로 가득 찬다는 건 오히려 손실을 초래하기 쉽다. 사람도 의기양양 거드름을 피우면 망하기 쉬운 이치다.
도요타 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이 결국 미 의회의 압력에 굴복해 24일(미국 시간) 열리는 미 하원 감독정부개혁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그의 가슴엔 ‘만즉복’의 쓰라림이 요동칠까, 아니면 끝내는 이번의 역경을 이겨내고 더욱 발전하리라는 ‘만절필동’의 의지가 번득일까. 비 온 뒤 땅은 더욱 굳어지게 마련(雨後地實)이라는데….
만절필동이 한국에선 ‘만절필서(萬折必西)’로 쓰여야 맞을 듯싶다. 우리 지형은 동고서저인 까닭에 대부분의 강물이 서쪽으로 흐르지 않던가. 그나저나 우리네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