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명리

[한자로 보는 세상] 消息

ngo2002 2010. 7. 14. 14:02

[한자로 보는 세상] 消息 [중앙일보]

2010.02.22 00:30 입력 / 2010.02.22 09:32 수정

내쉬는 숨, 날숨은 호(呼)다. 들이마시는 숨, 들숨은 흡(吸)이다. 내쉬면서 들이마셔야 호흡(呼吸)이다. 이 한 번의 호흡이 식(息)이다. 호흡이라는 동작을 통해 들고 나는 기운을 말할 때는 기식(氣息)이라는 단어를 쓴다. 내게 닥쳐오는 바람을 막는 장치는 병풍(屛風)이다. 일부러 숨을 들이 쉬거나 내뱉지 않는 행위는 따라서 병식(屛息)이다. 불가항력으로 숨을 쉬지 못하는 상태는 질식(窒息)이다.

식은 천(喘)과 비슷한 뜻이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식은 천천히 내뱉고 삼키는 호흡인 데 비해, 천은 급히 숨을 쉬는 행위다. 중국 고대 자전(字典) 『설문해자(說文解字)』는 천이라는 글자를 “빨리 숨쉬는 것(疾息)”으로 풀었다. 둘을 합친 천식(喘息)이라는 단어는 원래 숨쉬는 행위를 뜻했다. 그러나 잘 알려져 있듯이 천식은 호흡이 곤란한 병의 명칭으로 자리 잡았다. 실망감이 넘쳐 숨을 크게 내뱉으면 탄식(歎息)이다. 식이라는 글자 앞에 ‘길다’ ‘크다’는 뜻의 한자를 덧붙이면 탄식, 또는 장탄식의 의미를 지닌 단어가 된다. 태식(太息)·장식(長息)·장태식(長太息) 등이 그 경우다.

호흡은 생물에게 가장 중요한 생존의 조건. 우선 숨이 통해야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이 점에서 식이라는 글자는 높이 치솟은 것이 가라앉아 평온함을 되찾는다는 뜻으로 진화한다. 쉬어서 안정을 찾는 행위는 따라서 휴식(休息)이다. 『역경(易經)』에 나오는 “군자는 스스로 힘쓰면서 쉬지 않는다(自强不息)”는 말도 그의 좋은 용례다. 이런 이유로 인해 식은 생장(生長), ‘생겨나고 자라남’의 뜻도 지닌다. 아들딸을 뜻하는 자식(子息)이 대표적인 경우다. 돈을 빌려줘 생기는 이자(利子)를 이식(利息)이라고 부르거나, 그런 돈을 식전(息錢)으로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그에 비해 소(消)라는 글자는 소멸(消滅)과 소실(消失)을 뜻한다. 둘을 합치면 소식(消息)이다. 원래의 뜻은 ‘사라짐과 생겨남’이다. 그러나 나중에는 사람 또는 사물이 스러지거나 자라나는 상황에 대한 정보의 뜻으로 진화한다. ‘무소식(無消息)이 희소식(喜消息)’이라는 그 뜻이다. 요즘 한국인들은 캐나다 밴쿠버의 동정에 열심히 귀를 기울인다. 그곳만큼은 ‘유소식(有消息)이 곧 희소식’이라는 기대 때문 아닐까.

유광종 중국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