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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으로 나눠진 두 개의 조각을 각기 일컬을 때는 부신(符信) 또는 부절(符節)이라고 했다. 이 두 개의 부신과 부절이 서로 맞아야 모든 명령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이른바 ‘합부종사(合符從事)’다. ‘부합(符合)’이라는 단어가 생성된 유래다.
요즘엔 이혼을 뜻하는 파경(破鏡)이라는 단어도 갈라진 거울 조각을 서로 맞춘 데서 나왔다. 전쟁통에 아리따운 아내를 적국의 대신에게 빼앗긴 남편이 청동 거울을 반으로 쪼개 간직하기로 한 뒤 헤어졌다. 세월이 흘러 길가에서 아주 높은 값에 그 갈라진 거울을 파는 사람을 만났다. 터무니없는 가격 때문에 사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결국 아내가 헤어진 남편을 찾기 위해 아무도 살 이유가 없는 거울을 저잣거리에 내놓았던 것. 거울은 미래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던 두 사람의 굳은 맹세의 상징이다. 이른바 ‘신물(信物)’이었던 셈이다. 거울로 ‘부합’을 이룬 두 사람은 다시 만나 가정을 복원한다. ‘갈라진 거울로 다시 만나다’라는 뜻의 파경중원(破鏡重圓)이라는 성어가 담고 있는 스토리다.
호부는 청동 재질로 만든 호랑이 모양의 것이 한동안 쓰이다가 중국 송(宋)대에 들어와서 긴 막대기 모양의 패(牌)로 바뀐다. 조선 왕조에서도 태조 이성계가 호부를 쓰기로 한 이후 고종 때까지 사용했다. 나무나 옥기 등의 다양한 재질을 쓴 여러 부신·부절들이 있었다. 특히 통행증으로 많이 사용된 것은 부전(符傳) 또는 부권(符券)이라고 했다.
모든 게 서로 잘 들어맞아야 일이 잘 풀리는 법이다. 부합은 정해진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전제조건인 셈이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국민 전체의 기대에 부합하며, 지역발전을 열망하는 주민들의 희망에도 들어맞는 세종시 수정안을 기대한다.
유광종 중국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