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吐哺握髮 [중앙일보] 2010.01.07 00:35 입력 / 2010.01.13 09:02 수정
“나는 한 번 목욕할 때 세 번 머리를 거머쥐고(一沐三握髮·일목삼악발), 한 번 식사할 때 세 번 음식을 뱉으면서(一飯三吐哺·일반삼토포) 찾아오는 천하의 현인들을 놓치지 않고자 했다.”
중국 주(周)나라 주공(周公)이 인재를 얻고자 목욕과 식사도 제대로 못했다는 고사다. 주공이 나라의 기반을 닦을 수 있었던 비결은 히딩크식 표현으로 여전히 인재에 배고팠기 때문이다. 주공은 공자마저 “내가 오래도록 꿈에서 주공을 보지 못하다니(吾不復夢見周公)”라면서 흠모했던 성인이다. 이 ‘토포악발(吐哺握髮)’의 전통은 삼국지 조조(曹操·155∼220)로 이어진다.
“산은 높아지기를 마다하지 않고, 물은 깊어지기를 마다하지 않는 법, 주공처럼 인재를 얻기 위해 먹던 음식을 뱉는다면, 천하가 나를 복종하고 따르리(山不厭高, 海不厭深, 周公吐哺, 天下歸心).”
조조가 적벽대전을 앞두고 읊은 ‘단가행(短歌行)’의 말미다. 인재에 허기져 하는 그의 심리를 토로한 것이다.
중국에서 조조가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세밑에 중국 허난(河南)성에서 조조의 무덤이 발굴됐다는 소식이다. 그는 죽기 전에 72개의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무덤인 의총(疑塚)을 만들게 했다고 전한다. 이번에 ‘위무왕이 항상 사용하던 호랑이를 때려잡는 큰 창(魏武王常所用格虎大戟)’이라 새겨진 석패(石牌)가 발견됐다지만 진위 논란은 여전하다.
조조 무덤 발굴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의 한 매체는 발 빠르게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조를 ‘난세의 간웅(奸雄)’이라고 평가한 사람은 8.9%인 데 반해, 78.1%가 ‘세상을 호령(叱咤風雲·질타풍운)한 영웅’이라고 답했다. 왜 중국인들은 조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할까? 『품삼국(品三國)』의 저자 이중톈(易中天)은 조조의 용인술(用人術)에서 답을 찾는다. 조조는 적벽대전 2년 후인 210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널리 인재를 구하는 ‘구현령(求賢令)’을 반포했다. 명성과 출신보다 실력과 재능을 중시해 ‘인재만을 등용한다’는 정책이다. 세계 1등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의 ‘인재경영’론과 맥을 같이한다. 결국 삼국은 위(魏)나라가 통일했다.
새해에는 기업 경영자들이 주공과 조조처럼 ‘토포악발’하길 바란다. 인재 등용이 일자리 문제 해결의 첩경이기에 하는 말이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한자로 보는 세상] 庶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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