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문희상 국회의장과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개·보수 구상을 밝혔다. 문 의장은 11일 "국회 건물을 계획 없이 짓고 고치다 보니 주변과 조화가 안 되는 문제가 있다. 미래지향적인 국회를 만들기 위해 전문가 자문을 통해 장기 마스터 플랜을 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형으로 주변과 조화되는 건물로 리모델링하는 게 타당하다는 시선과 괜히 예산만 낭비한다는 우려도 있다. 국회의사당 터를 풍수지리(風水地理)로 분석한다. 여의도(汝矣島)는 이름처럼 섬이다. 모래와 퇴적물이 쌓여 면적이 커졌다. 여의도 외곽이 홍수로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둘레에 제방도 쌓았다. 암반이 아닌 퇴적층은 풍수지리적인 측면에서는 기운이 집중돼 모이기 힘든 구조로 본다. 쉽게 모이고 허망하게 빠져나간다. 사업의 성패와 관계없이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관공서가 아닌 일반 기업은 심한 부침을 겪는다. 경기에 따라 영향도 많이 받는다. 여의도는 배모양의 행주형이다. 중앙이 아닌 끝에 국회의사당이 있다. [사진 백재권]
여의도를 풍수지리 형국으로 보면 행주형(行舟形)이다. 글자 그대로 '배가 나아가는 형상을 지닌 지형'을 뜻한다. 배는 바닥에 구멍 나면 침몰한다. 행주형 터는 인위적인 깊은 우물 파기를 금기시한다. 지기(地氣)가 빠져나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여의도는 물론 '물 가운데에 토사가 쌓여 형성된 하중도(河中島)'의 지형은 대부분 행주형이다. 이런 지역은 지반이 약하다. 조금만 깊게 파도 물이 스며들고 집이나 구조물이 흔들린다. 행주형 터에서 샘을 파는 행위를 꺼리는 이유다. 행주형 터에서는 배에 구멍 내지 않고 항해해야 큰 재물을 얻는다고 해석한다. 국회의사당 터는 행주형의 가운데가 아닌 끝자락에 있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막다른 곳이다. 이런 지형에 터를 잡는 것을 배수진(背水陣)이라 한다. 물(水)을 등지고 싸운다는 뜻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쓰는 군사전략적인 진법(陣法)이다. 더 이상 물러설 땅이 없다. 한 발짝만 뒤로 밀리면 강물에 빠져 죽는다. 피할 곳도, 도망갈 곳도 없다. 당연히 배수진에 자리한 자는 별것 아닌 것에도 목숨 걸고 싸우게 된다. 이 배수진 전략은 성공해도, 실패해도 사상자가 막대하다. 처참한 결과 때문에 항복하거나 최후의 수단에만 사용한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풍수를 이해하고 있었으며 진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군사전략가 출신이다. 그런데 국회의사당을 여의도 끝에 잡는 걸 허락했다. 때문에 국회의사당이 건립됐을 즈음 세간에 소문이 돌았다. 그 내용은 이렇다. '박정희 대통령이 국회의원들끼리 서로 싸우는 터에 국회의사당을 짓게 했으며, 국회의원들이 싸우느라 국정에 신경 쓰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여의도 끝에 있는 배수진 터를 선정했다. 장기 집권 시나리오 중 하나'라는 것이다. 당시 허허벌판이었던 여의도 구석에 신축 중인 국회의사당 모습. [사진 백재권]
국회의사당이 들어설 당시 여의도는 허허벌판이었다. 아무 곳이나 깃발만 꽂으면 관공서가 들어서던 군사독재 시절이다. 박 전 대통령은 풍수에 문외한이 아니다. 당시 지창룡 박사는 대통령의 지시로 풍수적인 자문을 많이 했다. 육영수 여사의 묘지 선점을 의뢰할 만큼 대통령의 신임이 있었다. 지창룡 박사와 다른 인사가 흉지가 뻔한 곳을 추천했을 리 없고, 박 전 대통령도 몰랐을 리가 없다는 추측 속에 인구에 회자됐다. 이런 '배수진 터'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대다수 국회의원들은 국민은 안중에 없고 어제와 오늘에 이어 내일도 어김없이 당리당략만을 위해 싸울 것이다. 터라는 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명당에서는 좋은 기운을, 흉지에서는 흉한 기운을 가중시키는 작용을 한다. 더욱이 배수진의 지형에서는 구성원들이 손실을 만회할 내일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아귀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 때로는 같은 당원, 동족, 친구, 아군끼리도 언제든지 원수가 될 수 있다. 불완전한 터를 보완하는 방법인 비보(裨補)가 있다. 일부에서 거론하는 국회의사당 뒤에 인공 산을 만드는 행위 같은 거다. 그러나 비보라는 것은 일반 터, 좋은 터에 흉한 점이 일부 있을 때 효과가 있다. 국회의사당처럼 터 자체에 문제가 많을 때의 비보행위는 손바닥으로 비바람을 막는 격이다. 상책은 국회의사당을 이전하는 거다. 현재의 국회의사당은 국론을 끊임없이 분열시키고 싸움이 멈추지 않는 터다. 국가 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흉지다. 한가하게 개‧보수나 리모델링을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국회의 삼임위 몇 곳을 세종시로 옮기는 것도 조삼모사다. 크고 멀리 보는 거국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지금은 일시적인 불경기지만 대한민국의 국운은 상승하는 시점이다. 국회도 세금만 축내지 말고 최소한의 밥값은 해야 한다. 통합을 이루고 안정적인 터로 국회의사당을 이전해야 국민은 행복해지고 국가는 더욱 부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