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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자 동네에 우후죽순 들어선다는 이것?

ngo2002 2018. 11. 23. 16:18
조선일보 | 한상혁 기자 | 입력 2018.11.23 05:01 | 수정 2018.11.23 05:01

지난 2년간 서울에서 상권이 가장 빠르게 성장했거나 쇠퇴한 지역은 어디일까. 땅집고는 삼성카드와 함께 2015년과 2017년 2년간 업종별 가맹점 수와 건당 거래 금액 등을 바탕으로 최신 상권 트렌드를 집중 분석했다.

[빅데이터로 본 상권] ② ‘부촌 1번지’에서 ‘헬스클럽 1번지’로 변신한 청담동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M헬스클럽. 33㎡(10평)쯤 되는 실내에서 여성 회원 두 명이 트레이너와 함께 저주파 자극을 주는 기구를 입고 운동 중이었다. 이 헬스클럽은 개인 강습(PT) 위주로 운영한다. 비용은 회원 가입기간에 따라 1회(20분)당 4만5000~8만3000원. M헬스클럽 관계자는 “주변 고소득 직장인이나 프로골퍼 같은 운동 선수, 연예인이 주요 고객”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M헬스클럽에서 회원들이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하고 있다. /한상혁 기자
서울 강남구 청담동 M헬스클럽에서 회원들이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하고 있다. /한상혁 기자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이면도로에 나란히 붙어있는 두 빌딩에 헬스클럽이 각각 들어서 있다. /한상혁 기자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이면도로에 나란히 붙어있는 두 빌딩에 헬스클럽이 각각 들어서 있다. /한상혁 기자


이날 땅집고 취재팀이 찾은 청담동 큰길에는 한 채당 수십억짜리 고급 빌라와 외제차 전시장, 유흥업소 등이 즐비했다. 그런데 대로변에서 한 블록 안으로 들어가자 이런 소규모 헬스클럽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웃한 건물 두 채에 나란히 헬스클럽이 경쟁하는 곳도 있었다. 대부분 1대1 트레이닝과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대표 부촌(富村) 중 하나인 강남구 청담동 일대가 ‘대한민국 헬스클럽 1번지’로 뜨고 있다. 삼성카드 자료에 따르면 청담동 헬스클럽의 가맹점 수와 증가 속도는 서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삼성카드 빅데이터연구소 이재형 차장은 “건강과 여가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서울 전체 헬스클럽 가맹점 수가 늘고 있다”면서 “특히 부촌 중심으로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했다.

■ 2년간 배 이상 늘어난 청담동·논현2동

2017년말 기준으로 강남구 청담동에는 헬스클럽 가맹점이 43곳 있다. 가맹점 숫자만 보면 역삼1동(71곳)에 이어 서울에서 둘째로 많다. 하지만 역삼1동은 상권 규모가 서울에서 가장 크기 때문에 다른 업종 대비 헬스클럽이 특별히 많다고 보기 어렵다. 전체 가맹점 중 헬스클럽 비율은 청담동이 3.1%로 매우 높다. 역삼1동은 1.9% 수준이다.

청담동과 붙은 강남구 논현2동 역시 헬스클럽 점포 수와 비율이 높다. 점포 수는 40개로 전체 3위, 비율도 3.3%에 달한다.

삼성카드에 가맹한 서울 청담동 일대 체육시설(헬스클럽 포함) 분포도. /땅집고
삼성카드에 가맹한 서울 청담동 일대 체육시설(헬스클럽 포함) 분포도. /땅집고


서울지하철 7호선을 따라 청담동에서 논현2동으로 이어지는 속칭 ‘헬스 벨트’는 증가 속도가 다른 곳보다 훨씬 빨랐다. 청담동의 경우 2015년 22곳이던 가맹점이 2년 만에 두 배 늘어 43곳이 됐다. 논현2동의 경우 같은 기간 12곳에서 3배 이상 증가한 40곳이 됐다.

청담동 일대 이면도로에 생기는 헬스클럽은 대체로 주변 고소득층을 겨냥한 PT로 수입을 올린다. 연예인이나 부자들의 PT를 담당하는 유명 트레이너들이 청담동에 몰리고, 유명인을 활용한 마케팅도 활발하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대로변 대형 헬스장. 표는 청담동과 논현2동 업종별 점포 수. /심기환 기자
서울 강남구 청담동 대로변 대형 헬스장. 표는 청담동과 논현2동 업종별 점포 수. /심기환 기자


반면 대로변 대형 헬스클럽은 강남 출퇴근 직장인이 주요 고객이다. 요즘엔 집 근처보다 직장 근처 번화가 헬스클럽을 이용하려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청담동의 C헬스클럽 관계자는 “젊은 직장인들은 중장년층이 많은 집 근처 헬스클럽보다 20~30대가 몰리는 곳에서 운동하는 걸 훨씬 좋아한다”고 했다.

■ 부자동네와 업무지구에서 헬스클럽 급증

서울 전체로 보면 헬스클럽 가맹점은 꾸준히 늘고 있다. 삼성카드 자료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된다. 지난 2년간 서울 전역에서 식당(-3%)과 유흥업종(-7%) 가맹점은 줄어든 반면 헬스클럽은 1496곳에서 2730곳으로 80% 이상 급증했다.

동(洞) 단위로는 부자 동네이거나 대형 업무지구를 낀 곳일수록 헬스클럽이 많았다. 청담동과 논현동에 이어 강남구 신사동, 영등포구 여의동, 강남구 대치4동, 서초구 서초2동 순으로 많았다. 두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강남구(410곳), 서초구(223곳), 송파구(212곳) 등 이른바 강남3구의 헬스클럽 비율은 서울 전체의 31%에 달했다.

서울 동별 헬스클럽 가맹점 현황. /심기환 기자
서울 동별 헬스클럽 가맹점 현황. /심기환 기자


카드 사용자들의 건별 평균 결제금액(건단가)을 봐도 헬스클럽 성장세가 단연 눈에 띈다. 2015년과 2017년 건단가 비교 결과, 늘어난 업종은 헬스클럽(5%)이 유일하다. 식당(-2%), 의류잡화(-6%), 커피(-19%) 등 대부분 업종이 줄었다.

서울 전체 헬스클럽의 평균 건단가는 25만원이다. 용산구 44만원, 중구 39만원, 강서구 38만원, 강남구 37만원 순이다. 강남권만 보면 청담동은 75만원, 논현2동은 43만원이었다. 삼성카드 빅데이터연구소 이재형 차장은 “헬스클럽 건단가는 대체로 부촌일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소득 수준 외에도 PT 여부, 일시 등록 할인 등 다른 요인에 따라 천차만별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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