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지식/귀농시대

발효산업에 미래 있다 ③`수만가지 미생물의 寶庫` 메주에 길이 있다

ngo2002 2010. 7. 1. 08:59

`수만가지 미생물의 寶庫` 메주에 길이 있다

◆ 발효산업에 미래 있다 ③ ◆

지난달 29일 저녁 미국 뉴욕 미드타운에 위치한 한식당 반(Bann). 건강식을 표방하며 다양한 한식 요리를 현지인 입맛에 맞춰 선보인 덕분에 요즘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곳이다. 연인끼리 앉은 테이블은 물론 회식을 왔는지 회사원으로 보이는 7~8명의 남녀가 둘러앉은 테이블도 눈에 띈다. 대부분이 현지인들로 평일이지만 저녁 6시 30분이 되자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밀려드는 주문에 조리사들의 손도 바쁘게 움직였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메뉴는 비빔밥이다. 이들에게 비빔밥 소스인 고추장에 대한 거부감이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이곳 매니저는 "처음에는 손님들이 매운맛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요즘은 고추장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 때문인지 인기가 높다"며 "현지인 입맛에 맞게 덜 매운 대신 단맛을 더한 고추장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용관 대상아메리카 실장은 "발효로 만든 우리 장류와 김치가 건강식품으로 꼽히고 있는데, 아직은 덜 알려졌지만 점차 이에 대해 관심을 갖는 현지인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에서 한식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바로 건강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또 한식이 건강식으로 인정받게 된 데에는 발효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한몫했다.

국산 고추장ㆍ된장 등을 미국에 공급하고 있는 대상아메리카 관계자는 "건강식이라는 인식에서 시작돼 미국 시장에서도 우리 소스가 선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통 발효식품이 건강식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에는 `발효의 집약체` 메주가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 수만 종에 달하는 미생물이 빚어낸 메주는 김치, 젓갈, 장류 등 전통적으로 발효식품이 발달한 우리나라 식문화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발효과학이 담겨 있는 결정체다. 발효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메주가 주목받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메주는 말 그대로 미생물의 보고(寶庫)나 다름없다. 볏짚에 묶어 처마 밑에서 수개월간 매달아 놓는 메주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건조돼 볏짚과 대기 중의 각종 유용한 미생물이 붙어 자연스럽게 건조ㆍ발효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수의 미생물이 각기 다르게 작용한다. 하나의 미생물로 발효하는 분야에 비해 발효식품은 이 수많은 미생물이 복합적으로 발효를 거친다. 혐기(공기를 싫어하는) 발효와 호기(공기를 좋아하는) 발효 등 성질이 판이한 미생물이 각각 모여 공존하고 있다. 메주에 있는 수만 가지 미생물 중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10%에도 못 미친다. 그래서 더 많은 유용한 미생물을 찾아낼 여지가 크다. 이 때문에 최근 국내 굴지의 식품기업ㆍ연구소에서는 메주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신혜원 CJ제일제당 연구원은 "세상에 어떤 발효도 이렇게 동시에 진행되지 않는다. 메주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있고, 어떤 미생물이 맛에 영향을 주는지를 현재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또 "수만 종의 미생물이 동시에 자라고, 시간에 따라 등장하는 미생물도 각기 다르다. 굉장히 복잡하고 오묘한 과정으로 이때 나오는 정말 유용한 미생물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에서 연구원이 메주에 있는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 메주에서 생성되는 미생물은 지금까지 전체의 10%가량만 밝혀졌다. <이승환 기자>
메주가 가진 의학적인 기능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다. 된장 속에 있는 리놀레산은 콜레스테롤의 체내 축적을 방지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항돌연변이, 항암 효과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 된장은 면역 증강물질인 B림프구의 증식을 늘리는데, 이것이 삶은 콩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된장에서 발견되는 것도 발효 덕분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서 메주를 연구해 왔다. 우리의 메주와는 약간 다르지만, 일본도 전통적으로 메주를 활용해 식품을 만들어 왔다.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우리 청국장과 유사한 `나토`다. 일본은 1900년대 초부터 연구를 시작해 100여 년간 연구했고, 상당 부분 산업화를 이뤘다. 하지만 청국장은 나토에 비해 콩 단백질 흡수능력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신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오랜 발효식품 전통은 한국 발효산업에 있어서 무궁무진한 자산이 될 수 있다"며 "우리에게는 남다른 `발효 DNA`가 있는 만큼 앞으로 더 큰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메주는 굉장한 매력이 있는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뉴욕 = 최승진 기자 / 서울 = 김주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0.06.30 16:29:58 입력, 최종수정 2010.06.30 17:5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