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꼬마 태양광발전소, 투기꾼 놀이터 되나

ngo2002 2018. 5. 16. 11:20

꼬마 태양광발전소, 투기꾼 놀이터 되나

                

              

지목 변경 따른 땅값 상승 노린 투자 많아

지난 24일 충남 태안의 한 야산 자락. 한때 울창했던 수풀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맨 흙바닥이 드러나 있다. 이곳은 한 태양광발전소 개발업체가 분양 중인, 이른바 '꼬마 태양광발전소' 개발 예정 부지(1만4194㎡)다. 꼬마 태양광발전소는 부지면적 500∼1만5000㎡, 총 발전용량 100만㎾ 이내, 1∼9기 단위의 태양광발전소를 말한다. 
 업체는 이곳에 연간 약 105만㎾(1기당 800㎾)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8기의 꼬마 태양광발전소를 조성하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한 전력을 한국전력에 팔면 많게는 발전소 1기당  매달 27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 가능하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인근에는 이미 분양이 끝난 1차 단지(1만1616㎡)가 있다. 업체 관계자는 "태양광 설치 후 잡종지로 지목을 변경할 때 발생하는 5∼6배의 땅값 상승은 덤"이라고 말했다. 
 
토지 분양가, 공시지가 2배 '폭리' 
이 업체가 태안에서 투자자를 모집 중인 태양광 발전소의 분양가는 1기당 2억4000만∼2억7000만원 선. 이 가운데 토지 분양가는 3.3㎡당 10만∼15만원대로 공시지가(3.3㎡당 4만9256만원)의 2배가 넘는다.

8개의 발전소가 모두 분양될 경우 업체에게 돌아가는 매출액은 최대 21억6000만원대(토지 분양금 3억5000만원 포함)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업체가 이런 방식으로 2016년부터 전국에서 분양을 했거거나 분양 중인 태양광발전소는 전국 30여곳에 이른다.
 
최근 정부의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을 등에 업고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는 꼬마 태양광발전소 개발사업이 투기세력의 놀이터로 전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태양광발전소 개발사업이 신재생 에너지 공급 확대라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부동산 분양사업으로 둔갑해 개발업자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개발 완료됐거나 분양 중인 태양광 발전소는 2만5000개가 넘는다. 특히 땅값이 비싼 수도권보다는 땅값이 저렴한 지방에 태양광 발전소 난립이 크게 늘고 있다. 땅값이 쌀 수록 투자비 부담이 낮아져 사업성이 좋게 나오기 때문이다.
 
문제는 태양광 발전소 개발사업이 해당지역 땅값 상승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충북 괴산군 장연면에 사는 주민 김모(59)씨는 "최근 마을에 1구좌(발전용량 100kwh 미만)당 2억5000만원에 사업자를 모집한다는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주변 농지와 접한 임야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면서 "태양광 발전에 유리한 경사가 완만한 남향의 야산 자락은 호가가 벌써 2∼3배나 뛰었다"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소 개발사업이 지역 땅값을 교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토지컨설팅 전문가는 "시골 땅은 일단 한번 비싸게 거래될 경우 이후 인근에서 이뤄지는 토지 거래 가격의 기준이 되면서 주변 땅값을 교란시키는 것은 물론, 연쇄 땅값 상승을 불러오는 게 일반적"이라며 "사업성이 좋은 땅을 선점하기 위한 태양광 발전소 개발업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세보다 비싸게 웃돈을 주고 사업부지를 사들이는 경우가 많아 지역 토지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염불보다는 잿밥, 투기세력 유입 조짐

 
일부에서는 투기 세력 유입 조짐도 엿보인다. 태양광 발전소 개발 허가를 받으면 토지 사용제한이 완화돼 땅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에서는 태양광 발전소 조성을 위한 허가를 받으면 지목을 '농지·임야'에서 '잡종지'로 변경이 가능하다. 지목이 농지·임야에서 잡종지로 바뀌면 토지 사용제한이 완화돼 땅값이 많게는 10배 이상 뛴다.
 
일부 태양광 발전소 분양업체들은 이런 점을 악용해 "태양광 발전소를 분양받으면 지목 변경에 따른 시세차익을 톡톡히 챙길 수 있다"며 투자자 모집에 나서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태양광 발전소 개발사업이 리스크가 적지 않은데도 너도나도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전답·임야를 잡종지로 전환해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용도제한이 없어지는 점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적한 농촌이나 바닷기 이곳저곳에 태양광 발전소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난개발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충남 태안의 한 태양광발전소 개발업자는 지난해 태양광발전소를 짓겠다며 울창한 나무를 베어 내고 무단으로 멀쩡한 야산을 깎아내 지자체로부터 산지관리법 위반으로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환경보호론자들은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생산이라는 이름으로 야산과 논밭에 들어선 태양광 패널이 오히려 산림을 파괴하고 경관을 망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농지·산림자원 감소, 생태계 훼손, 토사 유출, 소음·진동·빛 반사에 따른 농작물 피해, 농작물 매개체 수 감소, 전자파에 의한 곤충·가축의 난임 피해 등의 우려가 커지면서 지역 주민의 민원도 늘고 있다"고 있다. 
 


▲ 최근 부동산 시장 불황을 틈타 인기를 끌고 있는 태양양발전소가 업자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등록업체·민원발생 여부 등 따져봐야

 
잘못된 투자정보나 사기 분양에 대한 피해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현업에서 은퇴한 유모씨는 얼마 전 강원도 고성에 조성할 예정인 한 태양광발전소에 투하면 월 28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한 태양광발전소 개발업체의 말을 믿고 2억4000만원을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떼일 위기에 처했다. 업체가 태양광발전소를 짓겠다며 유씨에게 보여준 땅이 개발업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명의인데다, 지자체 규정상 태양광발전소 개발 허가가 어려운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태양광발전소에 투자할 때는 먼저 해당 업체가 에너지 관리공단에 등록된 업체인지 반드시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또 태양광발전소 개발은 민원 발생 소지가 크기 때문에 투자 전에 꼭 주변의 민원 발생 가능성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태양광발전소는 사전에 발전사업허가, 개발행위 산지전용, 환경영향평가, 사전재해영향성검토 등 4개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해당 부지가 이런 인허가를 받는데 장애 요인이 없는지도 체크해야 한다.
 
박철민 대정하우징 대표는 "최근 상가·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규제 강화로 태양광 발전소가 대체 투자처로 퇴직 예정자 등에게 관심을 끌고 있다"면서 "하지만 태양광발전소 투자에도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업계 평판이 좋고 태양광 발전소 시행 및 시공 경험과 노하우가 많은 업체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