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시대가 부르는 ‘마을 에너지 일자리’ - 마을닷살림협동조합세모현장2017.08.09. 14:35http://sehub.blog.me/221070240737
기후변화시대가 부르는 ‘마을 에너지 일자리’
에너지 전환 마을기업 ‘마을닷살림협동조합’
마을닷살림이 운영하는 '에너지슈퍼마켙'
2017년 6월 19일은 탈핵운동 역사의 변곡점이다. 이날 0시부터 고리원전 1호기가 가동한 지 39년 만에 영구 정지되었다. 세계적인 추세인 탈핵으로 가는 첫발을 내딛은 셈이다. 주민들과 함께 에너지 전환 운동을 펼쳐온 마을닷살림협동조합(이하 마을닷살림) 김소영 대표의 소회는 남달랐을 터. 소감을 묻자 “이제 시작일 뿐이고, 다시 힘을 내야 하는데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갈 길이 먼 이유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 여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지난 7월 24일 출범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때문이다. 공론위는 2만명 규모의 표본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350명 내외의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해 10월까지 공론화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짧은 기간 동안 탈핵의 가치와 정당성을 널리 알려 탈핵여론을 확산시켜야 하는데 탈핵 진영은 힘이 달린다.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친원전 진영은 막대한 자본으로 대대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2016년 1월 탈핵을 선언하며 2025년까지 원전을 폐기하겠다는 대만도 200년대 초 원전건설 중단을 번복한 적이 있다. 다시 중단시키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렸다. “탈핵의 시작은 신규원전 건설 중단부터입니다. 그런데 3개월 동안 공론화가 제대로 될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힘을 내 다시 시작해야지요.”
김소영 대표는 걱정은 많이 되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동안 탈핵운동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 탈핵이라는 단어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마을닷살림 김소영 대표. 성대골사람들 대표이기도 하다.
에너지 전환 운동 모델, ‘성대골사람들’
마을닷살림이 탈핵 이슈에 민감한 건 태생적 배경 때문이다. 동작구 상도3동, 4동에 위치한 ‘성대골’의 마을기업인 마을닷살림은 비영리민간단체 ‘성대골사람들’이 주도해 만들었다.
성대골사람들은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2012년 5월 설립되었다. 주민들이 힘을 모아 2010년 10월 문을 연 성대골어린이도서관은 성대골 에너지 전환운동의 산파역할을 했다. 어린이도서관을 중심으로 모인 주민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며 에너지 문제에 눈을 떴다.
성대골사람들은 ‘에너지 전환을 통한 우리나라의 탈핵’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에너지 사용량 줄이기 운동뿐 아니라 문화, 교육을 접목해 에너지 이슈를 주민들이 쉽게 체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착한에너지합창단, 성대골에너지학교, 성대골 에너지축제 등은 그 결과물이다. 소수 운동가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주민과 함께 에너지 전환운동을 펼친 것. 이는 성대골 에너지 전환운동의 가장 큰 특징이다.
2012년 8월 열린 제1회 성대골에너지 축제 모습(사진제공: 마을닷살림)
국내 최초 에너지 효율화 상점 ‘에너지슈퍼마켙’
민간단체 차원으로 진행되던 에너지 전환 운동은 2013년 11월 마을닷살림 설립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다. 마을닷살림은 2011년부터 3년간의 에너지 전환운동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욱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에너지슈퍼마켙’, 기후변화&에너지 강사양성과정과 성대골 에너지 리빙랩 프로젝트 등이다.
우선 2014년 1월 국내 최초의 에너지 효율화 매장인 ‘에너지슈퍼마켙’을 들 수 있다. 동네 슈퍼마켓처럼 편안하게 에너지에 대한 정보를 얻고 절전, 효율, 생산에 대한 에너지 전반적인 컨설팅과 제품 설치까지 제공받을 수 있는 곳이다. 영어 에너지(Energy)의 첫 글자가 한글 ‘ㅌ’과 비슷해 끝 글자를 ‘켙’으로 했다. 2015년 2월에는 온라인 쇼핑몰도 개설돼 전국 어디서든 에너지 효율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강사양성과정은 성대골사람들이 줄곧 가장 중요하게 여긴 에너지교육의 연장선이다. 2012년 3월부터 1년간 진행된 국사봉중 환경동아리 ‘국사봉중 절전소만들기’ 활동은 에너지교육 사업의 발판이 되었다. 그 이후 꾸준히 여러 학교에 에너지 교육을 진행하게 되었고 강사 양성의 필요성이 생겼다.
이에 마을닷살림은 2014년 10월 기후변화&에너지 강사양성과정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 활동가를 배출했고, 수료자 중 일부는 2015년 3월부터 인근 국사봉중학교에서 생태 에너지 강의를 시작했다. 이는 2016년 2월 국사봉중학교에 생태에너지 사회적협동조합이 설립된 배경이기도 하다.
2014년 기후변화&에너지 강사 양성과정 모습(사진제공: 마을닷살림)
2015년 2월 시작된 성대골 에너지 리빙랩 프로젝트는 주민뿐 아니라 전문가, 정책가, 적정기술자, 마을기업 관계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에너지 전환 이슈를 풀어내는 것을 말한다. 또한 에너지 전환에 관련된 다양한 기술들을 사용자 관점에서 적절한지, 문제가 없는지를 파악해보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 금융상품 ‘우리집 솔라론’
국내 최초로 시도된 주민주도 리빙랩 프로젝트는 미니태양광, 태양열온수기, 태양열온풍기 등 에너지 전환 실험의 시도와 확산, 인식 전환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성대골은 다른 지역보다 미니태양광이 많이 보급되었다.
이와 관련해 마을닷살림이 동작신협과 함께 개발한 에너지 전환 금융상품이 ‘우리집 솔라론’이다. 서울시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1kW 미만의 미니태양광발전소 설치에 필요한 자부담금(300W 25만 원, 600W 60만 원, 900W 105만 원)을 동작신협이 먼저 지불하고 주민은 무이자(300W)나 연 2% 이자(600w, 900W) 조건으로 24개월 이내에 상환하는 방식이다.
300W 미니태양광을 설치하면 냉장고 한 대분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월 약 5,500원의 전기료 절감효과가 있다. 김소영 이사장은 “폭염이 일찍 시작된 올해엔 서울시 보조금이 빨리 소진돼 잠시 중단되었다”며 “행정지원의 불확실성은 신뢰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사업 연속성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 ‘전력수요관리’
정부 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아지면 에너지 저장장치, 관리, 배터리 교체 등 수요가 늘고, 이를 담당하는 인력도 요구된다. 에너지 일자리가 생기는 셈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6월 5일 ‘원전 하나 줄이기 5주년 시민토크콘서트’에서 에너지 생산과 절약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을닷살림도 기후변화의 시대에 요구되는 일자리로서 마을 에너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한다. 향후 수익모델로 주목하는 사업은 전력수요관리이다.
이를 위한 준비작업으로 마을살림닷컴은 실시간으로 에너지를 관리하는 ‘에너톡’ 서비스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마을 자영업소를 대상으로 월 관리비를 받고 전력량을 모니터링해 앱으로 사용량과 전기절약 방법을 안내해준다. 자영업소는 계약전력을 맺고 전기를 사용하는데 첫 달 계약전력 초과 시 1.5배, 다음달에 2.5배가 부과된다. 요즘처럼 이상기온 현상으로 폭염, 한파 일수가 늘어나면 전기료 폭탄을 맞기 십상이다.
마을살림닷컴은 현재 상가, 가정, 어린이집 등에 에너톡을 시범 설치해, 모니터링과 간담회를 진행하며 경제성과 사업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에너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너톡’ 기기
2016년 12월 개봉한 영화 <판도라>는 누구도 상상조차 하기 싫은 원전폭발의 상황을 생생하게 그렸다. 어찌 보면 원전을 건설한 순간 이미 판도라 상자는 열렸다고 할 수 있다. 몇 차례 일어난 원전사고의 결과는 참혹했기 때문이다.
마을닷살림과 성대골사람들의 에너지 전환 운동은 이미 열린 판도라 상자를 닫으려는 또 하나의 노력이었다. 더 이상 상자가 열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후변화의 시대, 탈핵으로 가는 길에 마을 에너지 일자리가 필요한 이유이다.
에너지슈퍼마켙 홈페이지: http://www.e-super.co.kr
성대골사람들 홈페이지: http://www.sdgpeople.or.kr
글. 손인수(벼리커뮤니케이션 책임에디터)
사진. 이우기(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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