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4) 고령자를 위한 새 주거 대안 '따로 또 같이'
입력 2017.10.11. 02:00 수정 2017.10.11. 06:31
거실·주방·식당·욕실은 공유
심리적 공유문제 해결이 관건
1인 가구의 주요인으로 청년층은 결혼의 지연과 포기, 중장년층은 이혼·경제위기·기러기가족·비혼 등으로 분석됐다. 나홀로족의 증가와 함께 새로운 문화가 많이 생겨났다.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혼 밥, 혼 술과 더불어 혼자서 하는 쇼핑, 운동, 영화 보기, 여행, 드라이브 등이다.
2030년이 되면 두 명 중 한명은 나홀로족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혼자 사는 사람의 일상을 보여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인기다. 마트에는 혼자 사는 사람이 먹기 적당한 크기로 포장된 제품도 많다.
농촌진흥청에서는 1인 가구를 위해 탁구공보다 조금 큰 사과를 개발했다. 온라인을 통해 처음 만난 사람과 혼자 먹기 부담스러운 족발, 피자, 치킨을 사서 나눠 먹거나 각종 생활용품을 공동구매해서 나눠 쓰기도 하는 소위 ‘하프 셰어 족’도 탄생했다.
━ 일본서 유행하는 셰어하우스
우리보다 고령화가 빨리 진행된 일본에는 특히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셰어하우스가 많다. 개인 방은 아주 작다. 가구는 침대와 작은 옷장, 책이나 컴퓨터를 놓을 수 있는 책상이 전부다. 대신 같이 모여서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이나 주방, 거실 등은 큰 공간으로 마련돼 있다. 같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거실에서 담소를 나누거나 취미활동도 할 수 있으니 혼자사는 외로움을 덜고 타인과 함께하는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자녀들이 출가하고 난 후 또는 홀로되었을 때 큰 집을 팔고 이사갈 만 한 곳이 지금 사는 아파트보다 작은 아파트거나 오피스텔 외에는 대안이 별로 없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가장 큰 장점은 프라이버시가 잘 보장된 나만의 주거공간에 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장점이 고령자에게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1인 가구 고령자는 자칫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 가능성이 높다. 고독사는 이렇게 외부와 단절된 주거형태에서 사는 1인가구의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서울의 예를 보면 대학생이나 젊은 여성들을 위한 셰어하우스는 대학가나 역세권에 많다. 주로 아파트를 리모델링해 사용하는데 방 하나를 두 세 명이 같이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젊은 층을 위한 셰어하우스가 성행하는 것은 어쩌면 그들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절박한 수요자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젊은이라고 침실이나 욕실을 타인과 같이 사용하는 것이 편하겠는가.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는 고령자를 위한 셰어하우스가 등장하지 않는가. 고령자 1인가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자금여유가 있는 수요자가 많음에도 사업자들이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셰어하우스를 꺼리는 이유가 있다. 그 주된 이유는 그들의 관계형성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 '나는 작게 우리는 크게'
같이 산다는 것은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같이 살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서로 풀어가려면 결국 나를 내려놓는 것이 우선이다. ‘나는 작게 우리는 크게’ 살 수 있는 주거유형인 셰어하우스의 좋은 모델이 많이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 badaspac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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